산업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열도 전역에 23곳, 지난해만 10곳 늘어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해외여행 등에서 돌아오는 한국의 30~50대에게 고국에 돌아가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꼽으라면 상당수가 ‘자장면’을 들 것이다. 비슷한 나이의 일본인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자장면 대신 ‘라면’이라는 대답을 한다. 한 그릇에 보통 500~1,000엔 정도 하는 라면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본인에게 가장 서민적이고 친숙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서의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을 말하지만 일본에서 라면을 일컬을 때면 보통 ‘생라면’을 의미한다. 각 가게마다 수프와 면의 특성을 살려서 다양한 맛으로 고객을 끌고 있다. 돼지고기 등뼈 혹은 닭이나 생선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하루 이상 푹 삶은 수프에 즉석에서 삶은 면을 넣고 그 위에 삶은 달걀이나 돼지고기 등을 얹어서 내놓는데, 수프 맛에서 대부분 승패가 갈린다. 일단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는 밤낮없이 손님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일본의 한 민영TV는 매년 일본 최고의 라면전문가를 뽑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여기에 출전하는 라면전문가는 유명 라면가게의 국물맛부터 면의 특성, 위에 얹는 재료뿐만 아니라 주방장 이력까지 꿰뚫고 있다. 마니아를 위한 라면 전문잡지도 여러 종류가 발간되고 있으며, 라면 관련 홈페이지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라면은 오랫동안 일본인의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해 왔는데 최근에는 일본 전역에서 라면 테마파크가 속속 등장하면서 새삼스럽게 라면 붐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만 10곳 이상의 라면 테마파크가 개업해 현재 전국의 라면 테마파크는 23곳으로 늘어났다. 각 라면 테마파크는 라면을 중심 테마로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여 라면 애호가들의 발길을 유인하고 있다.

지난 2월 도쿄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에서는 ‘이케부쿠로 히카리초 라면 명작좌’라는 라면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전국 유명 7개 라면점을 한곳에 모아 놓았으며 60년대 중반의 일본 극장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각 라면점 입구에는 주메뉴와 주인 특징을 영화포스터 형태로 만들어 간판으로 내걸고 있다. ‘카레 수프’부터 ‘어패류 수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테마파크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원래 이곳은 개인 소유지로 다양한 술집들이 영업을 하다가 폐업한 후 유휴지로 남아 있던 곳이다. 토지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싶어 하는 소유자가 기획사의 도움을 받아 테마파크 형태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곳은 샐러리맨과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어서 연간 1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테마파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효고현 아카시시의 대형 상업시설인 마이칼아카시에 ‘아카시 라면 하토바’가 문을 열었다. 이 지역 유명 4개 라면점과 전국에서 뽑은 4개 유명 라면점이 매월 ‘맛대결’을 펼치는 형태의 이벤트를 개최하는 라면 테마파크다. 매월 맛, 가격, 접객태도 등을 종합평가해 양팀의 승패를 결정하며, 이중 1등 가게도 선발한다. 매월 전국 유명 라면점을 교체해 가며 대결을 시키는 방식으로 라면 애호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카시 라면 하토바’는 어선 모형과 어업에 사용하는 도구 등으로 항구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마이칼아카시는 97년 개업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으로 2001년에 운영회사인 마이칼이 파산하면서 시설이 노후화되고 매출도 격감했다. 99년 전성기에는 28억엔까지 매출을 올렸으나 이후 8억엔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마이칼아카시는 식당가 중흥과 젊은 고객층 확보를 위해 기획사를 통해 라면 테마파크를 오픈했는데,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개장 초에는 한 달 동안 42만명이 방문했다. 또 마이칼아카시의 전체매출도 라면 테마파크 개업 전보다 20%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북쪽 삿포로에서 남쪽 후쿠오카에 이르기 까지 일본 전국 유명 9개 라면점을 모아서 94년 오픈한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은 3층 건물 내에 석양이 비치는 60년대 도시 주변 주택가, 주점가, 공원의 분위기를 연출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지난 2~3월에 열린 주사위를 던져서 목적지까지 가는 게임 ‘라면다이스’에는 약 4,0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으며, 4~5월에는 제2회 라면다이스를 개최한다. 또 4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가수를 초청해 연주하는 라이브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고객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또 ‘초코라면’, ‘라면센베과자’ 등의 오리지널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라면가게 시장규모는 햄버거 시장과 맞먹는 약 7,000억엔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 정도가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점들이 차지하고 있다. 라면은 고객층이 두터운데다 비교적 간단한 설비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고 고객회전율도 높다.

라면 테마파크의 경우 1인당 소비액은 1,000~1,200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계절이나 요일, 날씨에 관계없이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버블붕괴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현금흐름을 중요시하는 시대인 만큼 라면 테마파크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신종 비즈니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인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의 브랜드사업부 담당 나카노씨는 “초기투자 35억엔을 9년에 걸쳐 회수했으며 최근에는 초기설비를 5억엔 정도로 낮춰 효율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내고 있다”고 말한다.

테마파크 비즈니스는 사람을 모으는 집객력에 의해 성패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집객력이 단기에 소멸되지 않도록 고정고객 확보를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거나 입주점포를 바꿔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야 한다며 라면 테마파크야말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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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