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빌딩·3개 증권 사옥 매입… 공항·도로·통신 투자도

호주의 관광지 중 하나인 미시즈 매쿼리스 포인트(Mrs. Macquarie’s Point)는 ‘매쿼리 부인의 의자’(Lady Macquarie’s Chair)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다. 호주의 식민지 시절 매쿼리 총독의 부인이 항해 나간 남편을 그 장소에 앉아서 기다렸다는 일화를 가진 관광명소다.하지만 한국에서 ‘매쿼리’가 주는 이미지는 이런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의 공항에, 항만에, 그리고 도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외국계 큰손’이 대다수의 한국인이 아는 매쿼리다.호주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매쿼리그룹(이하 매쿼리)은 전세계 18개국에서 5,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국제 금융그룹이다. 호주 최대 투자은행인 매쿼리은행이 본사다. 매쿼리은행은 지난 96년 호주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매쿼리의 한국진출은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칼텍스정유, 한국전력 등과 협력관계를 맺은 것이 공식적인 첫 행보다. 그리고 8년여가 흐른 현재 9개 사업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혀 놓은 상태다.국내 금융계에서 매쿼리는 매우 공격적인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지난 3월 초에는 ING그룹과 ING의 아시아 내 아시아현물주식 판매, 주문체결, 조사 등 주식 관련 전 부문에 대한 매매계약을 했다. 따라서 몇몇 국가에서 감독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쳐 7월31일 이후에는 주식체결사업에도 뛰어들게 된다. 개인투자자들과 직접 관련되는 소매금융, 보험 등을 제외하면 매쿼리는 국내 전 금융 분야에 골고루 진출하는 셈이 됐다.자산관리 강자로 이름 알려매쿼리의 국내 진출 분야는 인수ㆍ합병 관련 자문업(신한맥쿼리금융자문),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운용), 대형기기 리스(맥쿼리캐피탈코리아), CR리츠운용(맥쿼리인터내셔날자산관리) 등으로 6개의 국내 법인과 1개의 국내지점(맥쿼리인터내셔날리미티드 서울지점)을 두고 있다. 또 국민은행(금리ㆍ외환 파생상품), 우리은행(주식파생상품)과는 사업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에 진출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매쿼리가 국내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SK증권과 동양증권, 대우증권 빌딩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서울 충무로의 극동빌딩을 인수해 리츠로 상장시키기도 했다. 이로써 서울에서 매쿼리의 관리하에 있는 오피스빌딩은 총 5억달러 자산가치에 이르게 됐다.인프라 투자의 강자매쿼리의 국내 진출 9개 분야 중 매스컴을 통해 가장 부각된 분야는 SOC투자다.우리나라에서 SOC에 민간이 투자한 것은 매쿼리가 처음이다. SOC 투자는 매쿼리의 전문분야 중 하나다. 매쿼리는 공항과 도로, 전력, 통신시설 등 투자처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한다. 예를 들어 매쿼리에어포트그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항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시드니공항, 이탈리아 로마공항, 영국의 버밍엄, 브리스톨공항의 지분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회사와 합작법인 형식으로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운용(주)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 인프라 투자펀드(한국도로투융자회사ㆍKRIF)를 조성해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수정산터널 등에 투자했다.주식부문 추가로 투자자문 강화ING의 아시아 주식사업부문 인수로 한국 내 매쿼리의 투자ㆍ자문 분야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3월 인수계약 당시 매쿼리은행 투자은행그룹 헤드인 니콜라스 무어는 “이번 인수로 이 지역 내에 현존하는 매쿼리의 사회간접자본, 주식자본시장, 인수합병, 기타 투자은행 기능을 이상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바로 이 투자ㆍ자문 분야의 일부인 맥쿼리캐피탈코리아 역시 매쿼리가 기술에 있어 자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다. IT와 대형기기 리스, 즉 장기임대가 주요업무다. 금융업과 제조업의 결합 형태를 띠고 있는 게 강점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한다. 임대자산에 대한 유지ㆍ정비능력을 갖추고 있어 자산에 대한 보수서비스와 함께 반납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이밖에 펀드운용법인인 맥쿼리-IMM자산운용은 개인투자자가 참여하는 소매펀드도 조성하고 있어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매쿼리는 호주 이외의 해외에서 얻는 수입이 평균적으로 전체 수익의 3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 사업부문 중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나라다.주식사업부문을 추가함으로써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게 될 매쿼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INTERVIEW 존 워커 회장“한국은 동북아 금융허브”“허브라면 지리적 조건과 경제적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동북아의 금융허브가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합니다.”한국에 진출해 있는 매쿼리의 9개 사업분야를 총괄하는 존 워커 회장은 “한국이 호주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매쿼리가 처음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놓고 진출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매쿼리그룹은 한국에서 자연적으로 성장(Organically grow)해 왔습니다. 기술과 인적자원, 정보지식 등 모든 것이 풍부하기 때문이죠.”그는 IMF 이후 4년 사이에 매쿼리가 한국에서 부쩍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IMF로 인해 한국인들이 ‘글로벌 경제’라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워커 회장은 IMF 이후 성장한 것에 대해 “일반적인 외국계 투자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즉 IMF 이후 저가 금융주가 많아져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는 “단지 변화가 시작된 시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라며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사라지는 위협적인 ‘외국인’(그는 영어 중간에 ‘외국인’만은 한국말로 발음했다)이 아닌 장기적인 동반자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업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매쿼리가 탄탄한 명성을 쌓고 있는 사업분야인 인프라 투자만 봐도 로마공항 사례처럼 오랜 기간 투자를 유지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워커 회장은 다만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경영자로서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부 부처간에 정책적인 통일성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비교하면 극복할 만하다고 지적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3월 ING의 아시아 주식사업부문 인수에 대해서는 기업 금융부문에서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또 한번의 ‘자연적인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매쿼리는 어떤 분야든 진출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다만 우리는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친 뒤 업무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따라서 현재 160여명인 한국 업무 인원을 수시로 충원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