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시작되기 전 서울무역전시관에는 가을과 겨울이 동시에 찾아왔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가 4월16일부터 18일까지 ‘2004년 가을ㆍ겨울 패션쇼’를 연 것이다.“올 가을은 토마토 빛 빨강이, 겨울은 검정 내지 ‘윈터 화이트’(단순한 하양이 아닌 겨울빛을 나타내는 화사한 하양을 뜻함)가 전세계 유행컬러의 주류를 이룰 겁니다.”컬러 감각에서 일반인들보다 한두 계절 앞서가는 박윤수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회장의 귀띔이다. 그는 전반적인 패션무드의 경우 새 디자인들이 활발하게 출현했던 20년대나 50년대의 복고풍이 대세라고 말한다. 패션유행도 경기가 나쁠 때 풍요로운 시절을 떠올리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그대로 좇기 때문이라는 것.그는 이번 컬렉션에 ‘도회적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모던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의상을 선보였다.“다시 말해 ‘멋있는’ 옷이란 얘기입니다. 그냥 쉽게 입고 밖에 나갈 수 있는 캐주얼한 옷을 말하는 것이죠.”그는 미국 시트콤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캐리 역)를 아이콘으로 삼았다고 한다.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지난 89년 설립됐다. 그는 지난해 제7대 회장으로 뽑혔다. 그는 1980년 중앙디자인 콘테스트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국내외 유명 컬렉션에 숱하게 참가해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 패션디자이너이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그동안 1년에 두 번씩 모두 28회의 패션쇼를 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한국 패션계를 주도할 많은 디자이너들을 배출했습니다. 아울러 유통구조의 변화는 물론 패션을 엔터테인먼트화했다는 게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이제 그를 포함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동북아 패션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서유럽은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자체가 좁아 더 이상 뚫기 어렵습니다. 반면 동북아는 시장이 넓고, 우리와 취향이 같아 상대적으로 공략이 쉬운 지역입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 지역에 한류열풍이 일고 있어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맞고 있어요.”몇해 전 인기 연예인 안재욱이 한류열풍을 타고 중국 베이징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당시 안재욱은 그가 디자인한 셔츠를 입고 있었다. 스타와 패션은 함께 따라다니는 법. 그래서인가. 요즘 중국에서 그를 포함한 국내 디자이너들에 대한 인지도가 꽤 높다고 한다.이미 문 앞까지 성큼 다가온 여름. 그의 말대로 ‘멋없는’ 한국 비즈니스맨을 위해 여름옷 조언을 부탁했다.“요즘은 정장도 캐주얼한 스타일이 유행입니다. 상의는 2버튼보다 3버튼이 샤프해 보이고, 그 안에 초록빛이 도는 노란색 셔츠나 스카이블루 셔츠를 받쳐 입는다면 조금 더 낫겠죠. 더 세련되게 보이려면 소매나 바지에 줄이 들어가는 옷, 예컨대 스포티즘이 반영된 옷을 입어 보세요. 그리고 가능한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약간 작게 입으면 몸의 균형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