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입주하려면 보증금 4억원ㆍ월 230만원… '귀족 실버 마을'

경부고속도로 수원톨게이트를 빠져나와 5분 남짓 달렸을까. 오른쪽 푸른 숲 너머로 부드러운 곡선의 쌍둥이 빌딩이 모습을 드러냈다. 초입부터 잘 가꿔진 잔디와 튤립 꽃밭, 평화로운 연못이 탄성을 자아내는 이곳은 국내 최고급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이곳에서 처음 만난 이는 노인이 아니라 병아리떼 같은 유치원생 10여명이었다. ‘실버타운에 웬 유치원생’이라는 의문은 운영팀 안상수 과장의 설명으로 곧 풀렸다. “자칫 적적하고 어두워지기 십상인 실버타운 분위기를 어린이집 설치로 밝고 환하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를 지역민에게 개방해 어린이와 지역주민, 노인이 어울리는 3세대 공동체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곳 어린이집은 대기자만 600~7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란다.신갈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배산임수 지형에 자리잡은 노블카운티는 6만8,000평 부지에 지상 20층 규모의 주거동 2개동과 각종 생활문화동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350명이 아파트 220세대에, 120명이 요양병동(너싱홈)에서 거주 중이다. 입주자 중 상당수는 의사, 교수 등 전문직이나 사업가 출신.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작은 평형인 36평에 입주하려면 부부를 기준으로 보증금 4억원, 월 230만원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경제력이 필수다.비싼 만큼 서비스 수준도 상당히 높다. 호텔처럼 메이드가 청소, 빨래를 대신해 주고 수시로 음악회가 열리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는 건강식 뷔페가 매일 제공된다. 5개과가 설치된 병원에서는 연 2회 건강검진과 수시 진료가 무료. 300여 직원들의 첫째 임무는 ‘어르신 떠받들기’에 다름 아니다.입주 노인들을 처음 만난 곳은 주거동 1층의 동아리방이었다. 5월에 있을 가족음악회 준비를 위해 노인 6명과 젊은 직원 3명이 함께 사물놀이를 맹연습 중이었다. 추임새를 넣으며 연주에 몰두한 이들에게서는 강한 에너지가 뿜어나왔다. 입주한 지 2년4개월이 되었다는 김학주씨(65)는 “사물놀이, 붓글씨, 헬스 등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노라면 하루에 다섯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잠시도 무료하게 있지 않도록 쉴새없이 이벤트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김씨는 “규칙적인 생활, 순한 음식, 즐거운 취미활동으로 당뇨를 앓던 남편도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10층 아파트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는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간이의자가 설치돼 있다. 72평형에 들어서자 통유리로 만든 창밖으로 신갈저수지가 펼쳐졌다. 다른 편으로는 수원 영통지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붙박이장과 가전제품이 모두 제공돼 입주자는 옷가지만 가지고 오면 된다. 집안의 모든 기능이 노인위주로 만들어져 있음은 물론이다.주거동과 별도인 생활문화동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영장, 실내 골프장, 헬스클럽, 조깅트랙 등이 들어선 대형 스포츠센터엔 은발의 ‘스포츠맨’들이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땀 흘리는 얼굴에서 여유가 묻어났다.이곳 1층에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가 VIP코너를 운영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모여 있으니 이보다 좋은 입지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들이 앞다퉈 PB센터를 내려고 혈안이라고 한다. 노블카운티는 말 그대로 ‘귀족 실버들의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