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사업장선포 · 비만극복펀드운용…기업문화 업그레이드

‘1분기 매출 14조4,000억원, 영업이익 4조원, 순이익 3조원….’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실적이다. 국내외 언론과 투자자들이 ‘경이롭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한 바로 그 성적표다. 소니, 노키아 등 세계적 기업들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은 숫자들이기도 하다.몇 년 전만 해도 그저 한국의 우량기업에 머물렀던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결정과 뛰어난 재무ㆍ인사관리 능력, 우수한 R&D(연구ㆍ개발) 및 마케팅 인력만으로는 이 모든 비밀을 설명할 수 없다.삼성전자는 경이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배경으로 지난 1998년부터 벌여 온 ‘GWP(Great Workplaceㆍ훌륭한 일터 만들기)운동’을 꼽고 있다. 직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도록 만드는 문화를 형성했기에 오늘날의 영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삼성전자가 GWP를 추진한 때는 지난 98년. 2만6,000여명이 일하는 회사의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 총괄사업부가 스타트를 끊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거둔 놀라운 실적 향상에 발맞춰 기업문화도 일류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의도에서였다. 실적은 괜찮지만 기업문화만은 일류기업에 뒤처진다는 게 당시 삼성전자 주변의 평가였다. 업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린 직원들을 달래줘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던 터였다.반도체 총괄사업부는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활동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직급을 막론하고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했다.업무가 즐거운 ‘웰빙 사업장’삼성전자는 이를 시작으로 △임직원을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조화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전개했고 △직원들이 일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였으며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성과는 곧 나타났다.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면서 ‘알려주고 들어주는 문화’가 정착된 것.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회사가 간여하지 않아도 직원들끼리 서로 격려하는 참여문화도 형성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이런 문화 덕분에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업부는 2002년에 <한국경제신문>ㆍ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로부터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98년 IMF 사태와 2000년의 벤처 열풍에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았던 이유도 GWP 활동 등을 통해 동료와 회사에 대한 믿음이 높아진 데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의 직장은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데도 남달라야 하는 법.경기도 기흥의 반도체 총괄사업부가 직원들간의 의사소통에 힘을 쏟았다면 수원사업장은 ‘훌륭한 일터’의 포커스를 건강에 두고 있다. 신체가 건강해야 좋은 아이디어도 나온다는 이유에서다.삼성전자 수원사업장 한가족협의회 대표들은 올해를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을 갖는 ‘웰빙 사업장’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전원이 금연을 서약했다. 협의회는 또 음주중심의 회식문화에서 벗어나 함께 스포츠와 영화를 즐기는 회식으로 바꾸어 나가기로 결의했다.회사측도 한가족협의회의 결의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아예 ‘음주문화 개선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수원사업장은 △폭탄주 금지 △술 강권 금지 △과음ㆍ폭음 삼가 △술잔 돌리지 않기 △반잔 따라주기 등 5대 음주원칙을 세우고 음주문화가 바뀔 때까지 기한 없이 진행하고 있다.건강챙기기 캠페인은 사업부별로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네트워크사업부는 직원들 비만해소에 힘을 쏟는 경우로 ‘비만극복펀드’라는 형태로 운용되는 게 특징이다. 5개월 내에 체지방률을 5% 줄일 경우 가입 때 낸 5만원 외에 회사 지원금 5만원까지 돌려받는 방식이다. 현재 300여명이 가입한 상태. 회사는 20만원 가량 드는 체지방 측정비용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운동 및 식단전문가를 통해 컨설팅도 해준다.디지털비디오사업부는 ‘건강 365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뱃살 줄이기, 몸무게 줄이기, 금연 등 개인 목표를 정해 서약서를 제출하면 회사가 이를 체크하는 방식이다.수원사업장에는 민간기업 최초로 마련된 ‘모유 유축실’과 임신, 생리통 등으로 몸이 불편한 여사원들이 쉴 수 있는 ‘모성보호실’을 갖춘 ‘여성인력개발센터’도 있다.삼성전자는 또 여직원들의 개인적 고충은 물론 진로상담, 경력개발도 상담해 주는 ‘여성인력육성팀’을 운영하는 등 기업 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인력을 배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최고수준 복지ㆍ성과급ㆍ교육제도직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회사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 복지제도, 교육제도, 성과급 시스템은 이를 위한 기본전제다.삼성전자에 입사하면 다양한 특권이 주어진다. 비연고자는 회사가 운영하는 생활관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출퇴근은 통근버스를 타면 된다. 업무로 피로해진 심신은 사업장마다 마련된 생활문화센터에서 풀 수 있다. 그래도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면 전국 명소에 위치한 콘도와 워터파크 등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은 1년에 5~6회 저렴한 가격에 이들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각종 경조사비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직원이 결혼할 때는 축의금으로 150만원을 지급하고, 직원이 사망할 경우 300만원의 조의금을 유가족에게 전달한다. 직원과 직원 배우자의 부모상 조의금도 150만원에 달한다.하지만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다양한 ‘직원 기 살리기’ 방법 중 최고의 수단은 역시 성과급제도다. PS(Profit Sharingㆍ이익분배제도)가 바로 그것.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1년 동안의 실적이 당초 목표로 잡은 이익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20%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급 한도는 월 급여가 아닌 ‘연봉’의 50%까지다. 이 제도 덕분에 매년 연말이면 상당수 삼성전자 직원들은 수천만원의 보너스를 받고 싱글벙글한다.삼성전자는 교육시스템에서도 앞서가는 회사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주더라도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주지 못하는 회사는 ‘훌륭한 직장’이 아니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인사, 기획, 재무, 구매, 마케팅, 품질 등 각 직무별로 1~2개월짜리 ‘직능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R&D마케팅 등 업무별 특성에 따라 리더십 개발센터, 글로벌 마케팅연구소, 첨단기술연수소 등 전문교육기관도 운영 중이다.국가공인 1호 사내대학인 ‘삼성전자 공과대학’을 통해 직원이면 누구나 학사, 석사는 물론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 테크노MBA 등 국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학술 연수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 인력을 해외에 미리 파견해 해당지역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지역전문가과정’도 삼성전자의 대표적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