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시장에도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고 있다.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등 남성복업체들은 한여름 비수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상품으로 ‘웰빙 슈트’를 내놓았다. 여름 양복장사의 관건은 땀, 냄새, 끈적임 등 불쾌지수를 높이는 불청객들을 어떻게 물리치느냐는 것. 부드러운 착용감과 새털처럼 가벼운 무게, 시원한 청량감은 필수다. 올해는 여기에 ‘웰빙’적 요소가 더해졌다.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자연에서 따온 컬러를 가미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웰빙 슈트의 목적이다.남성복 브랜드 알베로의 송은영 디자인실장은 “웰빙 트렌드가 신사정장의 실루엣과 컬러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딱 맞는 실루엣보다는 전체적으로 넉넉하고 여유 있어졌다는 말이다.“바지를 다소 헐렁하게 입는 것이 이번 시즌의 눈에 띄는 특징이죠. 어깨선도 여유 있고요. 단 허리라인을 강조해 남성체형의 굴곡을 살려줍니다.”내추럴함을 강조한 리넨, 면 등의 소재로 된 캐주얼 슈트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알베로와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고가 브랜드에서 자주 볼 수 있다.컬러는 자연적 감성을 풍기는 브라운과 베이지 색상이 부각되고 있다. 베이지나 브라운은 그 자체는 더워 보이는 난색 계열에 속하지만 여기에 밝은 회색톤을 섞어 더운 느낌을 없앴다.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위아래를 화이트 색상으로 입는 ‘화이트 룩’도 인기다. 루이비통이나 제냐 등에서는 화이트 룩 차림을 서머 광고 비주얼로 선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여름철 소재인 모헤어와 모혼방 소재와 함께 리넨이 크게 증가했다. 또 소재의 고급화에 따라 실크 100%의 재킷이 선보였다. 이 재킷은 시어서커(주름) 가공을 통해 시원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 실크 특유의 광택이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리넨 재킷도 내추럴한 브라운, 베이지뿐만 아니라 핑크, 블루 등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이 선보였는데 현재 유행하고 있는 화이트 팬츠 등과 매치하면 멋스러운 캐주얼 여름정장을 연출할 수 있다.◇스타일메트로 섹슈얼(외모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도시 남성을 의미하는 신조어, 대도시(메트로)에 살면서 고급 클럽이나 피트니스센터, 헤어숍, 패션브랜드 등 여성 못지않게 여성스러운(섹슈얼) 소비성향을 보여주는 젊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의 영향으로 실루엣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허리 라인은 바짝 붙으면서 바지는 다소 느슨하게 입는 스타일이 트렌드로 제시됐다. 브이(V)존은 깊어졌다. 전반적으로는 스리버튼이 사랑받고 있지만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투버튼과 원버튼 슈트도 증가하는 추세다.◇소재대표적인 여름 소재인 모헤어의 초강세 속에 울ㆍ모헤어, 울ㆍ모헤어ㆍ폴리에스테르 등 복합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많다. 이런 제품들은 구김이 덜 가 실용적이다. 실크도 강조됐다. 실크는 기존에는 여름철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소재. 그러나 올 여름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조되며 기존 정장과 차별화 포인트로 사용됐다. 울ㆍ실크 혼방소재가 대부분이며, 색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색상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베이지, 브라운 색상의 부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베이지, 브라운은 여름이 되면서 메인 색상으로 떠올랐다. 회색톤을 가미해 쿨하게 변신했다. 면, 리넨 슈트의 경우에는 우유색의 온 화이트(On-White)부터 아이보리, 밝은 베이지색의 오프 화이트(Off-White)까지 화이트 색상이 다앙하게 선보였다.지난해 여름에 크게 유행했던 쿨 그레이 슈트도 여전히 많이 보여지고 있다. 블루 색상이 도는 밝은 회색 슈트는 시원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많은 브랜드에서 선보였다.◇패턴좁은 핀 스트라이프와 넓은 핀 스트라이프가 공존하고 있으며, 여러 색상을 사용한 멀티 스트라이프가 인기다. 올 봄까지 클래식의 영향으로 굵고 선명한 스트라이프가 많이 사용됐다면 여름에는 다소 단순화된 스트라이프가 많아졌다. 핀 스트라이프는 조직감이 느껴지는 것이 많으며, 핑크, 오렌지 등 트렌디한 색상의 장식선을 사용한 브랜드들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최근 은회색 등 솔리드 슈트의 증가도 눈에 띈다.◇셔츠와 타이셔츠와 타이가 화려해졌다. 멀티 스트라이프 패턴의 셔츠와 핑크, 바이올렛, 그린 등 화사한 컬러의 넥타이는 멋쟁이 비즈니스맨들 사이의 필수 아이템. 동물이나 꽃무늬 등 마이크로 패턴으로 된 프린트 타이도 꼭 장만해야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노타이 착장의 증가다. 자연스럽게 앞단추를 풀고 리넨이나 면 슈트와 함께 입어 내추럴한 멋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룩이 인기를 얻으면서 셔츠 디자인도 화려해졌다.◇연출법트렌디해 보이려면 그레이시 베이지 슈트를 선택하되 상의는 다소 달라붙게 하의는 다소 헐렁하게 입는 것이 좋다. 여기에 핑크나 그린, 옐로 등 화사한 색상의 타이를 매준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노타이 착장을 선보이는 것도 좋다. 안쪽에 화려한 프린트 셔츠를 입고 단추를 2개 정도 풀어주면 된다.좀더 캐주얼한 자리라면 면이나 리넨 슈트를 노타이 차림으로 연출하면 세련돼 보인다. 이런 착장의 안쪽에는 프린트나 멀티 스트라이프 셔츠 등 다소 화려한 것을 입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재킷이 블루, 핑크 등 눈에 확 띄는 색상이라면 이번 시즌 유행하고 있는 화이트 팬츠와 매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