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자체에 시큰둥, 인상 보도 즉각 부인

지난 5월22일 중국의 한 신문이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이 금리인상 방안을 국무원(정부)에 공식적으로 보고했으며, 3/4분기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사였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상하이 선전 등 중국증시는 또다시 급락세를 보였다.그러자 중국인민은행이 긴급 진화에 나섰다. 금리인상에 대한 일부 신문의 보도는 명확한 오보라는 것이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인민은행은 금리인상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린 게 없다”며 “해당 매체는 기사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오히려 그동안 추진해 오던 일부 산업의 경기긴축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사안은 중국인민은행이 금리인상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민은행은 금리인상 논의 자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인민은행이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한다. 거시경제 상황을 봐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금리인상이 불러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쉽게 올릴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는 해석이다.지표만을 볼 때 금리인상의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인민은행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가장 큰 요소는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4분기 2.8%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3.8%, 5월에는 4.4%에 달하는 등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의 물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5%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그러나 중국경제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리인상이 오히려 지금의 경제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우선 물가를 보자. 최근 물가상승은 식품 및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현상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4%)은 11.8%에 달했던 식품가격이 주도했다. 비(非)식품분야 가격상승률은 0.6%로 여전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또 생산재(자재, 에너지 등) 가격 상승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는 내수위축 및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으로서는 원자재가 오르고, 판매가격은 오르지 않는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를 더욱 위축,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 일각에서 물가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금리인상이 중국경제에 오히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사회과학원 리양(李揚) 금융연구소 소장은 “식품가격 인상은 금리인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일부 원자재 가격이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금리인상을 통해 통화 증발을 막겠다는 논리도 금융시스템 구조로 볼 때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중국 통화량(M2) 1% 조절이 콜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0.05%에 불과하다. 금리변동을 통한 통화량 조절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현재 중국 각 상업은행에는 예금이 몰려들면서 여유자금이 쌓여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주민예금액은 약 11조2,00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가 올랐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예금금리(1년 만기 기준)가 1.98%로 낮지만 아직도 중국인들은 돈이 생기면 은행으로 달려간다.금리를 인상할 경우 은행들은 오히려 금리차를 노리고 대출을 확대하는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는 대출해 줄 수 있는 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은 은행에 돈을 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달러와의 금리차는 금리인상을 막는 또 다른 요소다. 중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런민삐(人民幣) 절상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올 들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으로 볼 때 결코 용인하기 힘든 상황이다.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올 1~4월 약 360억달러 규모의 외자가 중국으로 유입됐다. 이 자금은 모두 런민삐로 환전돼 방출, 통화량 증발의 요인이 됐다.외국자본의 중국유입이 늘고 있는 데는 런민삐와 달러의 금리 차이가 한 원인이다. 현재 중국 상업은행의 대출금리(1년 만기)는 5.31%. 가장 신용이 높은 기업도 4.8% 이상을 주고 빌려야 한다. 그러나 은행에서 달러로 빌린다면 3% 이하(리보금리+약 1.0%)에도 빌릴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 각 기업들은 달러 대출을 받아 런민삐로 환전해 가고 있다. 대출금리 차이도 얻을 수 있고, 예상되는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환차익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꿩 먹고 알 먹기 식’ 자금운용 방식이다. 그동안 이 같은 금융관행은 외화 유입을 늘려 결국 또 다른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금리인상은 이 관행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데 중국 정책당국의 고민이 있다.베이징의 한 금융전문가는 “단순 거시경제 수치로 중국의 금리인상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다”며 “중국은 상업은행의 금리자율화 폭을 확대하는 등 금리시스템 개혁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과열 산업의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선별적으로 올리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금리인상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중국인민은행이 금리인상을 둘러싼 이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금리인상 시기 및 인상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돋보기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은 누구중국의 그린스펀…시장과 정부의 조화가 철학‘중국의 그린스펀.’ 저우샤오촨(週小川ㆍ사진) 중국인민은행장에게 붙은 별칭이다. 최근 중국 금리인상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저우 행장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저우 행장의 경제철학은 ‘시장과 정부의 조화’로 요약된다. ‘중국이 이미 시장경제로 충분히 발전한 만큼 시장의 자율조정을 믿어야 한다. 그렇다고 거시적인 경제발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돼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시장이 특정영역에서 정부보다 효율적이라면 정부는 기꺼이 그 권한을 시장에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지난 2002년 12월 다이샹롱(戴相龍) 현 톈진(天津)시장에 이어 제11대 인민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최초의 박사학위(淸華大學) 소지 인민은행장이다. 지난 1948년 장쑤성(江蘇省) 이싱(宜興)에서 태어난 그는 75년 베이징화공대학을 졸업한 후 79년부터 공직에 몸담아왔다. 경제체제개혁 및 금융정책이 그의 전공이다.저우 행장은 지난 91년 중국은행 부행장을 시작으로 외환관리국 국장(95년), 인민은행 부행장(96), 건설은행 행장(98년), 증감위 주석(2000) 등 금융계에서 근무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