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상정보기술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 SI업계는 거의 초죽음 상태다. 주무대인 IT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져 있는데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수요도 삼성SDS, LG CNS 등 대형업체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견업체 CEO들의 한숨소리만 커질밖에. 그러나 대상정보기술은 맷집 좋은 권투선수를 연상시킬 만큼 끄덕 없는 모습이다. 이문희 사장(40)의 얼굴에는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하긴 이사장이 부임한 이듬해인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일부 업체 CEO들이 은행에 돈을 빌리려 다닐 때 이사장은 예금액을 늘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렇다고 이사장의 경영술이 현란한 것도 아니다. 야구선수로 치면 구질이 단순한 편이다. 수익성 추구와 틈새공략이라는 두 가지 구질로만 승부했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에 만족할 리가 없다. 정체는 퇴보나 다름없다. 구질도 다양하게 가져가는 등 좀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계획이다. 이사장은 88년 대상 기획실에 입사, 12년 만에 CEO 자리에 오른 성공신화로 화제를 뿌린 인물. 영업은 물론 조직관리에도 치밀하다는 게 안팎의 평이다. 최근 회사 설립 13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준비에 바쁜 그를 만났다.불황에도 흑자를 내는 비결이 궁금합니다.철저하게 수익위주로 나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늘 매출보다 수익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한마디로 틈새를 파고든 것이지요. 이전까지는 SI업계가 그저 선점 효과를 노려 덩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 것도 사실입니다. 외형보다는 수익 위주로, 하드웨어보다는 솔루션 위주로 전환한 것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모바일과 멀티미디어를 주력으로 삼은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SI업계는 국내외 기업과 공공기관의 장비를 설치해 주는 ‘하드웨어’ 매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대형업체들이 독점하고 있어 정면 승부가 벅차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대형업체들이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뭘까 고민하다가 모바일, 디지털방송, 멀티미디어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 것입니다.모바일분야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요.대형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과 KTF에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며 자연스럽게 모바일 전문업체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PDA 기반의 유무선통합영업관리시스템을 하이마트에 공급하는 등 모바일커머스, 모바일멀디미디어부문에까지 다양한 무선인터넷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바일시장은 예상보다 성장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우리도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합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시장이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입니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무엇보다 B2B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중견업체로서 인재유치에 어려움이 없습니까.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안하는 분야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인재가 빠져나갈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벤처 붐이 한창일 때는 벤처업체로 빠져나간 인력이 적잖았습니다. 물론 붐이 꺼진 2001년 이후 유턴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또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기업문화에도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누군가 회사의 강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기업문화가 좋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직원들간에 단합이 잘되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족적인 기업풍토와 공정한 보상의 문화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펀’(Fun)문화의 정착을 위해 호프데이, 가족송년회 등 여러 행사를 갖고 있고, 직원들도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윤리경영도 그 일환인가요.기업이 이윤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장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이 필수라는 생각입니다.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도 어느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대개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유한양행이나 신세계 등의 경영실적이 뛰어난 것은 윤리경영에 앞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등을 꾸준하게 벌이고 있습니다.직원들에게 주로 어떤 것을 주문합니까.개인 경쟁력의 총합이 조직의 경쟁력입니다. 더군다나 기술 기반의 SI업체는 자원이 사람입니다. 특히 임직원이 모두 젊은 점을 감안해 개인 비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직이 개인에게 희생을 강조하는 옛 방식으로는 직원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개인의 브랜드화’입니다. 직원들에게 ‘당신들이 대상정보기술이라는 우산을 벗어던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원들이 각자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회사에서는 각종 제도로 이를 뒷받침 하는 겁니다. 교육 프로그램 지원은 물론 자격증에 대한 수당제도 등을 도입했습니다.영업현장에도 자주 나가는지요.사업의 특성상 영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더군다나 아직 젊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실무자급까지 만나고 있습니다. 한달에 차량으로 약 3,500km 정도 뛰고 있습니다.중견 SI업체들이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기존의 SI 개념으로 외형 위주로 나가서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방법은 500억~1,000억원 정도 연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들이 뭉치는 것입니다. 기업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고, 잘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 협력해서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과감하게 아웃소싱을 하고, 강점을 가진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지금보다 두세 배는 경쟁력을 키울 수가 있을 겁니다.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디지털방송, 멀티미디어, 모바일, 데이터베이스 등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솔루션 기반의 SI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프로젝트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이스라엘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또한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콘텐츠 서비스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 서비스사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주문형 미디어 호스팅 서비스, 영상교육 콘텐츠 서비스 등에 적극 진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수익구조를 더욱 안정적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우리는 그룹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합니다. 여기다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판매가 25% 가량 됩니다. 따라서 매출의 50%는 경기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올해 안에 6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약력1964년 출생. 82년 남성고 졸업. 86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88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88년 대상 기획실 입사. 92년 대상그룹 비서실 근무. 2000년 10월 대상정보기술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