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가 원조 … 그라비티 · 넥슨 등 책으로까지 연결

‘도널드 덕, 고희(古稀) 맞이하다.’지난 6월, 월트디즈니가 만든 캐릭터 도널드 덕이 탄생 70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왔다. 전세계 디즈니공원에서는 이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다.월트디즈니는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로 성공을 거둔 전형적인 케이스다. 만화에서 선보인 캐릭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왔고 이것이 도널드 덕의 경우처럼 수십년간 이 기업을 지켜온 힘이 된 것이다.국내 콘텐츠업체들이 원소스멀티유스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업체들이 이 같은 방식의 마케팅에 비교적 근접해 있다. 몇몇 게임업체들은 게임 기획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팀을 따로 만들어 캐릭터를 사업화할 방안을 짜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캐릭터사업에 뛰어든 엔씨소프트가 원소스멀티유스의 포문을 열었다. 게임 캐릭터를 사용한 ‘SD인형’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을 캐릭터사업의 원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홍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원소스멀티유스가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엔씨소프트측은 캐릭터사업을 외주업체에 맡긴 상태다. 로열티 수익 형식으로 돌아오는 캐릭터사업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 수준이다.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그라비티는 원소스멀티유스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대표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캐릭터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게임개발 인력 위주로 움직이는 게임업계로서는 드물게 캐릭터사업 런칭에 발맞춰 ‘브랜드전략팀’(현 콘텐츠사업팀)을 따로 만들었다.원소스멀티유스 전략을 수행하는 중심을 잡기 위해 매뉴얼가이드를 만든 것도 특징이다. 표준화된 이미지 없이는 해외진출을 추진할 때마다 기준을 새로 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따라서 게임의 캐릭터를 각각 어떤 방향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매뉴얼가이드의 역할이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캐릭터숍 ‘ROSHOP’(www.roshop.co.kr)을 열기도 했다.넥슨 역시 2000년 온라인퀴즈게임 ‘퀴즈퀴즈’의 캐릭터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2002년에 ‘크레이지아케이드’의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상품화했다. 이 회사의 경우 캐릭터 상품뿐만 아니라 문구상품과 의류, 그리고 신발이나 우산 같은 일상용품도 내놓았다.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캐릭터를 이용한 만화책으로 거듭났다. 최근 발간된 <메이플스토리코믹북>은 발간 첫주 만에 교보문고, 영풍문고의 베스트셀러 1위자리를 꿰찼다. 넥슨 역시 그라비티와 유사하게 캐릭터사업을 위한 ‘라이선스팀’을 별도로 두고 있다. 기존에 캐릭터사업을 전담하던 조직이 있었지만 올 초에 있었던 조직개편과 함께 확대편성해 라이선스팀을 신설했다는 게 회사측의 말이다.CCR의 ‘포트리스2 블루’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이미 지난해 국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된 바 있다.또 웹젠의 온라인게임 ‘뮤’는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폰캐릭터 등 ‘2차상품’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SK텔레콤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뮤’의 모바일게임은 유무선 연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말에는 휴대전화에 내려받을 수 있는 폰캐릭터서비스를 시작했다. 게임캐릭터와 캐릭터가 사용하는 도구 등을 14K 주얼리 제품으로 만들기도 했다.이처럼 게임업체들의 멀티유스 시도가 지난해 이후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에 머무른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석훈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디지털콘텐츠팀장은 “게임을 만들면 당연히 캐릭터사업도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기획단계에서부터 어떤 장르와 어떤 매체에 집중해 프로모션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