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테마·선물옵션 기웃거리면 큰코다칠 수도

산길을 가다가 방향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때 방법은 한가지다. 돌아가더라도 안전해 보이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머릿속으로 ‘이리로 가면 저기가 나올 것이고, 그러면 다시 그리로 나올 테니까’ 하고 그리는 것은 금물이다. 산속을 뱅뱅 돌다가 어둠을 맞이하기 딱 십상이다.요즘 증시에서는 산속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다. 약세장이 지속되다 보니 나름대로 길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한 길이 낭떠러지로 향하는지, 아니면 깊은 숲 속으로 연결돼 있는지 모르고 무턱대고 걷는다. 그러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다.대표적인 게 소위 말하는 M&A테마다. 기업간 M&A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개인들이 주식을 매집해서 인수를 추진하는 경우다. 물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기업을 실제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수를 가장해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들어서만 한국슈넬제약, 남한제지 등 여러 종목이 M&A테마에 올랐다. 문제는 M&A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투자한 개미들이다. 이들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줄 알면서도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였다. 결국 돌아온 것은 팔려고 해도 사줄 사람이 없는 휴지처럼 돼버린 주식뿐이다.선물옵션도 마찬가지다. 선물옵션은 본래 기관투자가들이 위험회피를 위해 이용하는 헤지용이다. 그러나 대박의 기회가 있다는 소문에 개미들이 몰려들고, 이들은 결국 기관이나 외국인의 총알받이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퀴벌레로 불리는 기관형 개인이 나타나 시장을 교란하면서 개미들을 울리고 있다. 선물옵션은 보통의 지식과 경험으로는 돈을 벌기 힘들다. 주식을 어깨너머로 배운 개인들이 차익을 실현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선물옵션이나 M&A테마 등에 개인이 기웃거리는 것은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그러나 약세는 또 다른 기회다. 투자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길은 돈을 많이 버는 회사의 주가는 오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평범한 진리다. 더구나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턱없이 낮다면 이것은 돈을 버는 기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기회를 애써 외면하고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무모함을 버려야 한다.최근 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있다. 730선을 바닥으로 750을 오가며 좁은 박스권에서 머무른다. 이는 삼성전자가 40만원을 지키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무리 악재가 쏟아져도 삼성전자 40만원은 종가 기준으로 올해 깨진 적이 없다. 단기적으로 이 수준이 바닥이라는 뜻이다.그러면 바닥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량한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 이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7월 들어 종합주가지수는 약세를 보였지만, 외국인은 우량주를 사들였다. 잘나간다는 포스코를 가장 많이 샀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이 외면하는 국민은행도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는 바로 국민은행의 주식이 마음 놓고 살 만큼 싸다는 뜻이다. 우량주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7월16일부터 22일까지 1,87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덕분에 주가는 아무리 약세여도 40만원을 공고히 지키고 있다. 경쟁사인 미국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포스코는 7월 내내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 이틀을 제외하고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대로 올라섰다. 현대차도 외국인 지분율이 2001년 7월 이래 3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주가도 2주 동안 9.1% 올랐다. LG석유화학도 현대차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외국인의 매수는 주가가 싸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도 “국민은행 3만원, 삼성전자가 40만원 수준이면 역사적 저평가 상태”라며 “외국인들은 관련 주가가 더 떨어져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블루칩의 매수를 재개하고 있다”고 전했다.BNP파리바 이승국 대표의 경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매도한 적이 없다”는 이색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매도공세가 한창일 때도 항상 58% 안팎에 머물러 매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중인 것을 감안하면 업종 내 2등 주와의 주가차별화는 아직 덜 진행됐다”고 분석했다.물론 시장에너지가 워낙 약화돼 있어 지난 3~4월과 같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대표는 “수출증가가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어 있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외국인들이 블루칩을 공격적으로 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사실 7월22일만 해도 그렇다. 반등하는 듯하던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힘을 잃었다. 특별한 악재도 없었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한 날이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는 방향성을 상실한 무기력 장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그렇다면 완전히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까? 답은 ‘노’이다.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가진 종목들이 있다. 고배당주들이다. 이와 관련, LG투자증권은 △고배당 매력에다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현금보유량이 많으면서 △주가는 저평가된 기업으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LG건설, 한진중공업, LG석유화학, LG전선, 신도리코, KT&G, LG상사, 파라다이스(코스닥) 등 10개 종목을 선정했다. LG투자증권 안정환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매년 업황 사이클과 비교적 무관하게 안정적 이익을 내면서 평균 배당수익률이 5%를 넘어 코스피(KOSPI)200 종목 중에서 고배당주에 속한다”면서 “이들은 지수 급락장에서도 조정폭이 훨씬 작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했다.대우증권 이승주 연구원은 특히 “배당주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밀짚모자는 여름에 사라는 격언처럼 고배당주는 지금 사두면 연말 배당시즌이 가까워질수록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시세차익과 배당수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배당주 가운데서도 특히 경기방어 대표주에 속하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KT&G, 내수업종 대표주인 신세계, 유틸리티 관련주인 서울가스 등도 약세장의 투자대안으로 꼽힌다.특히 KT&G, 신세계, 한국전력 등은 최근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다 최근 박스권을 상향돌파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KT&G의 경우 지난 2월 말부터 5개월간 주가가 2만6,000~2만8,000원을 좀체 벗어나지 못했으나 7월19일부터 박스권 상향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신세계도 최근 한달 반 동안 이어진 25만∼27만원대의 박스권을 벗어나 최근 강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지수가 약세를 보인 7월22일에도 0.18% 올라 27만6,000원을 기록했다. 한국전력도 두 달간 지속된 1만8,000∼1만9,000원대를 벗어날 조짐이다.홍성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며 “박스권을 상향돌파할 경우 수급구조 개선에 힘입어 약세장과 무관하게 상승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시장을 이기려고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시장에 순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서 M&A테마나 선물옵션을 기웃거리며 대박을 꿈꾸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에 순응해서 주가가 떨어질 때 가장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는 종목, 주가가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반등가능성이 커진 종목을 즐거운 마음으로 골라야 시장을 진정으로 이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