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와 프로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각 종목의 ‘지구촌 지존’을 놓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게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다.출전 자체가 어려운 만큼 메달권에 진입하는 ‘절대지존’에게는 단순한 계산을 초월하는 명예와 부가 돌아가게 마련이다. 우선 각국이 내건 쏠쏠한 올림픽 메달 포상금이 메달리스트를 기다린다. 8월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개최국 그리스가 가장 많은 포상금을 내걸었다. 금메달리스트에게는 19만유로(약 2억6,700만원)의 보너스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는 특전을, 은메달은 13만2,000유로(약 1억8,550만원), 동메달리스트에게는 7만3,000유로(약 1억250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스페인도 금메달 7만5,000유로(약 1억500만원), 은메달 4만유로(약 5,600만원), 동메달 2만4,000유로(약 3,370만원)를 제시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금메달 2만5,000달러(약 3,500만원)의 ‘소액’을 보너스로 내놓았다.미국의 포상금이 적은 이유는 선수들이 대부분 거액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체육회가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금메달 포상금은 1만5,000달러(약 1,748만원).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 8,000달러와 5,000달러다.이 같은 공식 보너스 외에 단체별 포상과 기업 후원금까지 보태면 메달리스트는 ‘스포츠재벌’이 된다.‘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쓸 경우 삼성전자가 내건 2억원에 육상연맹 포상금 1억5,000만원, 체육회 포상금 등 총 4억원에 육박하는 보너스를 받는다. 핸드볼협회와 펜싱협회도 금메달 포상금으로 1억원을 내놓았다.국가와 가맹단체의 포상금 이외에 기업과 협찬계약을 체결한 선수인 경우 훨씬 두툼한 목돈을 챙긴다. 세계적 스타들은 적게는 2~3개 많게는 10여개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시드니올림픽 남자수영 3관왕 이안 소프(호주)는 현재 13개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는다. 아디다스 등 스포츠용품업체는 물론 자동차, 항공회사, 음료회사, 언론사, 전자회사, 관광회사 등 천차만별의 기업체와 인연을 맺고 있다. 선수는 풍족한 재정지원 덕분에 편안하게 운동에 전념하고 기업은 매출과 인지도 상승을 위해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다. 협찬금 액수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 2002년 영국의 대중일간지 <더 선>은 “유럽 은행들은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여유자본이 총 600억달러에 이르며 앞으로 매년 18%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우선 시드니올림픽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선수들을 살펴보면 남자는 이안 소프, 여자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단연 돋보인다. 소프는 남자수영에서 금 3개, 은 2개를 따냈다. 올림픽 전까지 소프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콴타스항공 등 총 11개 기업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연간 총 100만달러선의 ‘평범한’ 협찬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시드니올림픽 최고스타로 떠오른 뒤 그는 돈방석에 앉았다. 대부분의 기존 협찬사와 계약을 연장한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굵직한 협찬사 13개사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계약조건은 베일에 가려져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소프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10대 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기간 5년 이상, 총 5,000만달러선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시드니올림픽 여자테니스 단ㆍ복식을 석권한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는 그해 12월 여자선수 사상 최고액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세계적인 용품업체 리복과 5년간 총 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기존 최고액은 ‘니스 요정’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가 아디다스와 체결한 6년간 5,000만달러. 그러나 쿠르니코바의 경우에는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포함된 만큼 사실상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는 윌리엄스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협찬금을 받는 선수는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미국). 우즈는 나이키로부터 5년간 총 1억달러를 받기로 게약했고, 이외에도 10여개 회사로부터 앞으로 3∼4년 동안 약 5,000만달러를 챙긴다.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원주민 출신으로 성화 최종 주자였던 캐시 프리먼(호주)도 시드니올림픽 여자 400m에서 우승한 뒤 용품업체와 ‘메가톤급’ 계약을 맺었다.시드니올림픽을 통해 몸값을 한껏 끌어올린 한국선수는 구대성(야구)과 강초현(사격). 당시 한화 이글스 소속인 구대성은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완투승을 이끌었다. 결국 구대성은 그해 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로 이적했다. 조건은 연봉과 이적료, 계약금을 포함해 총 5억엔(약 55억원)이었다.시드니올림픽 여자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따낸 강초현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도 불구, 빅스타가 된 케이스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를 가진 강초현은 결승에서 패한 뒤 허탈해하는 모습이 전국에 중계된 뒤 각종 방송과 광고에 출연하는 등 금메달리스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코앞에 다가온 아테네올림픽도 수많은 ‘스포츠 갑부’의 탄생을 예고한다. 남자육상 100m에 출전하는 모리스 그린(미국)은 지난 6월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운 여세를 몰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또 가장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에서 이봉주와 메달을 다툴 남자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 폴 터갓(케냐)도 월계관을 쓸 경우 천문학적 부를 차지할 게 당연하다. 남자 100m와 마라톤이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만큼 부와 명예가 따르는 것은 기본이다.시드니올림픽 남자수영 3관왕 소프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소프를 제칠 경우 뭉칫돈을 받게 된다. 펠프스의 후원사인 스피도는 이미 펠프스의 7관왕 상금으로 100만달러를 내걸었고 펠프스를 광고모델로 쓰는 비자카드, AT&T 등도 올림픽에 대비해 소위 ‘펠프스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동양선수 중에는 가장 주목을 끄는 선수는 중국 농구대표팀 간판 센터 야오밍(229㎝). 지난 2002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휴스턴 로키츠에 입단한 야오밍은 계약기간 4년에 연봉 1,780만달러에 계약했다. 물론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높은 몸값으로 이적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야오밍이 유럽과 미국이 석권하고 있는 남자농구에서 중국을 메달권으로 이끈다면 엄청난 금전적 수익을 얻는다. 야오밍은 이미 리복, 애플컴퓨터, 비자카드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세계적인 레스토랑 체인점인 맥도널드와 광고모델 계약까지 했다. <포브스>는 올해 초 “최근 2년간 야오밍의 수입은 1,450만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축구신동’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19·포르투갈)에게도 올림픽 금메달은 부의 축적을 의미한다. 호나우두는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에서 2득점 2도움을 기록, 조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호나우두는 지난해 8월 10대 선수 최고 이적료인 1,750만유로(약 246억원)를 기록,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호나우두가 더욱 군계일학의 활약을 뽐내면 연봉 인상, 광고모델 섭외 및 스폰서십 계약 등이 꼬리를 물게 된다.한국선수들 중 올림픽 메달로 많은 돈을 벌 선수는 축구선수다. 한국이 메달권에 들 경우 최성국 등 한국선수들은 유럽구단의 ‘러브콜’을 받게 되며 유럽에 진출하는 순간 연봉과 계약금 등 수십억원대 수익을 챙긴다. 박지성은 2002한ㆍ일월드컵 직후 연봉, 계약금 등 총 700만달러에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으로 이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