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대 양문형 냉장고, 70만원대 10KG 건조일체형 드럼세탁기 잘 팔려

오는 9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지혜씨(29)는 최근 혼수마련을 위해 할인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가 생각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삼성전자 지펠과 LG전자 디오스의 양문형 냉장고 600ℓ급에는 80만원대의 가격표가 달려 있었다. 또한 드럼세탁기의 경우 10kg에 건조까지 되는 은나노 모델을 79만원에 살 수 있었다.김씨는 “양문형 냉장고가 처음 나왔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200만원 가까이 됐던 기억이 난다”며 “100만원 이하의 양문형 냉장고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드럼세탁기도 건조까지 되는 10kg급은 모두 1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중고가 상품이 고가 제품처럼 디자인이 예쁜 것은 아니지만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명품 생활가전이라고 일컬어지던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가 저렴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저렴해진 것’은 아니다. 300만원 이상의 고가형 모델이 출시되는 동시에 100만원 이하의 중고가 준명품 ‘보급형’ 모델도 나오는 등 ‘가격의 다변화’가 이뤄졌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준명품 보급형 모델인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흰색이나 베이지색의 기본형이다. 물과 얼음이 나오는 디스펜서나 홈바는 부착돼 있지 않은, 말 그대로 가장 단순한 디자인의 양문형 냉장고다. 반면 온갖 기능이 다 달려 있는 초호화 빌트인냉장고는 1,000만원에 이를 정도. 70만원대의 드럼세탁기도 광고 속 200만원 상당의 화려한 모델과는 색상도 디자인도 차이가 난다.삼성전자측은 “처음에는 양문형 냉장고가 명품가전으로 통했지만 대중화되며 시장이 커지자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다”며 “가격 또한 8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600ℓ급 이상만 나왔지만 최근에는 500ℓ급의 보다 작은 용량의 양문형 냉장고가 나온 것도 대중화의 결과다.이는 곧 대중이 찾는 중고가 준명품 매스티지가 전기전자제품 시장에도 통용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매스티지 가전제품을 찾는 고객의 증가세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보급형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주방가전 외에도 AV(오디오비디오)군에서 보급형 상품을 내놓아 판매성공을 일궜다. 당초 700만원대이던 50인치 PDP TV ‘SPD-50P4HD’를 500만원대에 출시했고, 이 제품은 지난 7월 전월에 비해 판매가 40%나 증가했다.삼성 휴대전화 ‘애니콜’은 아예 매스티지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이 가지고 있다는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대중적 통신기기이다. 생필품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면 정서불안을 느낀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이런 대중적인 상품에 삼성전자는 명품 이미지를 입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수백만원짜리 가방이나 옷은 살 수 없지만 약간 무리하면 같은 휴대전화 제품군 중 가장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는 ‘매스티지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삼성전자는 애니콜의 대중적 명품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이반 디보스 페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삼성전자에 보낸 편지를 자주 사례로 든다. 디보스 위원은 지난해 11월 말 모나코의 알버트 왕세자 일행을 영접하기 위해 리마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차문을 열고 나오면서 삼성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공교롭게도 휴대전화는 아스팔트 위로 튕겨져 나갔으며 그 순간 2t 가량의 사륜구동차량이 휴대전화 위를 밟고 지나갔다.완전히 망가졌다고 생각한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결국 고장이 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왕세자 일행을 안내하며 휴대전화로 중요한 전화를 걸고 받아야 했던 디보스 위원은 업무를 무사히 마쳤고, 삼성전자측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던 것.소형 AV(오디오비디오) 제품을 내놓은 기업 중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며 매스티지족의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곳도 있다.애플컴퓨터의 경우 출시 당시 명품 AV로 내세웠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지난 7월 업그레이드해 재출시했다. 가격은 오히려 100달러 인하해 보다 많은 대중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12M 제품을 약 30만원대에 선보였다.애플컴퓨터측은 미국 배우 기네스 펠트로와 영국 축구선수 베컴 등 전세계 유명인사들이 아이팟을 사용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명품 MP3플레이어지만 가격경쟁력 또한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샤넬과 펜디 등의 명품업체들이 아이팟 전용가방을 출시했으며, BMW에서도 아이팟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기종을 내놨다고 홍보하며 고급이미지를 적극 알리고 있다.명품 이미지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면서 가격은 내리려는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이 어느 선까지 이어질까.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제품을 사려는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기업이 신 명품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다.돋보기 디지털카메라 D-SLR 돌풍렌즈 교환 가능한 디카 100만원대 출시사진 동아리 소속인 대학생 고상욱(24)씨는 얼마 전부터 연일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그토록 사고 싶었던 렌즈 탈부착이 가능한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D-SLR)를 구입해서다.고씨는 “지난해 초까지 만해도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는 본체만 200만~300만원, 렌즈까지 합하면 300만~400만원 수준이었다”며 “좀 더 성능이 좋은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는 1,0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고가의 이들 카메라는 대학생 신분인 고씨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러던 그가 최근 ‘보급형’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고씨는 “지난해 가을 130만~140만원 정도하는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됐다”며 “그 후 아르바이트로 차곡차곡 돈을 모아 최근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카메라를 샀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보급형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는 고씨처럼 사진촬영을 취미로 삼은 마니아 계층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며 보다 좋은 카메라 소장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가자,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들은 대중의 니즈를 반영해 보급형을 내놓게 됐다. 전문 사진가가 사용하던 렌즈 교환식 명품 카메라보다 저렴하지만 기능은 엇비슷한 준명품 매스티지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캐논을 다루는 LG상사의 김호규 대리는 “지난해 9월 렌즈포함 140만원 상당의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 ‘EOS 300D’를 출시했다”며 “그 후 6개월간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시장에서 독주하며 현재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에서 1만대 이상이 팔렸다고 알려진 캐논 EOS 300D 출시 후 다른 디지털카메라 제조업체에서도 100만원대 보급형 D-SLR를 속속 내놨다. 니콘에서는 130만원대인 D70과 190만원대의 D100을 선보였고, 올림푸스 또한 지난해 10월 160만~170만원대의 E-1을 내놓으며 사진촬영 마니아인 일반 대중을 겨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