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왕좌 타이틀은 우연이 아니다. 공으로 얻은 명성은 더더욱 아니다. 성공신화는 철저히 준비된 결과물이다. 고단하고 험난한 훈련과정을 들여다보면 ‘우승 = 필연’이다. 독특한 조련 관행과 과학적 지원시스템은 선수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여기에 빼어난 전술전략까지 가미돼 성공확률을 높였다. 이제 한국 여자양궁의 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외국선수단은 태극마크만 보면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일 정도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더욱 고도화된 견제와 경쟁이 예상됨에도 불구, 당분간 패자로서의 입지는 흔들림이 없을 전망이다. 아테네 영광의 숨은 공신 서오석 여자양궁팀 감독은 “당분간 한국 여자양궁에 도전할 팀은 없어 보인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현했다.여자양궁의 연승비결은 수없이 많다. 정신력부터 지원체계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게 있다. 바로 세계 최고수준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한국 여자양궁은 84년 올림픽 처녀출전 이후 최고의 코치진과 지도시스템을 축적해 왔다. 초대사령탑인 정갑표 전 감독을 비롯해 아테네의 코치진 서오석ㆍ서거원 감독에 이르기까지 한국양궁의 지도력은 천하제일을 자랑한다. 활을 당긴 후 4~5초 내에 쏴야 가장 좋은 기록을 낸다는 사실도 이들로부터 비롯됐다. 윤성철 한국양궁지도자협의회 회장은 “끊임없는 연구노력과 반복훈련을 통해 한국 양궁지도자들은 가장 효과적인 활쏘기 방법을 개발해 왔다”고 밝혔다.경영현장을 리더하는 기업 CEO와 양궁장의 감독ㆍ코치는 그 역할이 유사하다. 경기력 극대화를 통한 승리는 곧 기업경쟁력 강화에서 비롯된 시장장악과 똑같다. 양궁선수 트레이닝은 핵심인재 육성과 맥이 닿아 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고취야말로 강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목표와 같다. 사실 스포츠는 기업경영의 축소판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기기 위한 리더십>이란 보고서에서 승률 높은 감독의 전략에서 성공경영자의 리더십 요건을 유출할 수 있다고 했다.우수인재의 끊임없는 배출은 사실 여자양궁의 핵심파워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유망 꿈나무가 적잖이 포진해 있다는 건 백년대계 차원에서 고무적이다. 이와 함께 철저한 엘리트 정책도 성공신화에 한몫 했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후 생존능력이 검증된 경우에 한해 상급학교에 진학한다. 이 정도의 엘리트라도 10년 이상 선수생활을 해야 겨우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경력이 긴 건 이 때문이다.빼어난 선수능력은 뛰어난 제품ㆍ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된다. 능력 갖춘 선수가 메달을 따듯 경쟁력을 겸비한 제품ㆍ서비스가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건 당연하다. 경쟁기업이 따라오기 어려운 강력한 핵심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자양궁이 과학ㆍ체계적인 강도 높은 훈련으로 금메달을 독점하는 건 어떤 환경변화에도 위협받지 않는 핵심역량을 갖춘 결과다. 일선 경영현장도 마찬가지다. 생산요소 측면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선도적인 시장지배는 결국 주력제품ㆍ서비스의 자체 경쟁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인적자원과 관련한 불굴의 정신력도 양궁과 경영은 빼닮았다. 사실 양궁은 대표적인 정적운동이자 정신수양이 강조되는 파트다. 한국ㆍ대만ㆍ중국 등 아시아권 선수단이 괄목한 성적을 내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는 까닭에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여성이 더 제격이다. 그럼에도 불구, 기록싸움의 관건은 정신력 하나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양궁대표팀은 특별한 훈련에 참가했다. 100% 실력발휘를 위한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였다. 일례로 소음 심한 야구장ㆍ경륜장에서 위기관리능력을 키웠다.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은 경영현장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은 성공을 조기에 실현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념이 성공을 만들고, 성공이 또 신념을 공고히 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기업공간에 확산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패배의식은 금물이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동기부여를 훼손하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시장선도적 지위에 있을 때 정신력은 더 중요하다. 1위로서의 자만심이 발현해 변화를 거부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1위 기업의 가장 큰 적은 경쟁자가 아니다. ‘내부의 적’으로 일컬어지는 자기 자신이다.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공정한 게임의 법칙도 중요하다. 한국양궁의 국가대표선발전은 올림픽 결승전에 버금간다. 대표선수 자격을 따는 것 자체가 메달권 진입을 의미하는 만큼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선발시스템도 보통 깐깐한 게 아니다. 절대기준은 실력과 기록, 체력ㆍ정신력ㆍ담력뿐이다. 연륜과 배경, 그리고 외압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경영현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게임도 중대한 포인트다. 이른바 시장참가자는 페어플레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뛰어난 성과를 냈더라도 정해진 룰을 어기면 기업생명은 단축된다. 인재발탁부터 시장경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마찬가지다. 사실 장수기업의 비결은 투명한 경쟁시스템 도입과 실천에 있다. 양궁선수단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도 공정한 기회와 능력 위주 선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선수는 바뀌었지만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경쟁에서의 승리자치고 독불장군은 없다. 바꿔 말해 다양한 지원과 협력이 뒤따랐다는 얘기다. 한국 여자양궁의 위업은 협회의 지원이 일등공신이었다. 소외종목의 한계를 딛고 눈부신 기록을 쏟아낼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지원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감한 투자로 우수인재를 확보함과 동시에 체육단체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구했다. 최신 과학기자재를 도입했고, 연구개발에 주력해 체계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 실천해 왔다.기업경영에도 연구개발(R&D) 분야는 핵심역량 중 하나다.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수다. 특히 조직 내 학습과 R&D 역량강화가 차별화의 중추다. 여자양궁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처럼 개별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지식경영에 대한 환경이 무르익을수록 인재ㆍ조직ㆍ제품에 대한 지원시스템은 더 결정적인 성공변수로 작용한다. 신기술과 신제품은 탄탄한 지원시스템을 만나 완성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