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슬프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한국문화원 내에서 진행된 행사지만 외국인 관람객도 40% 이상 됐습니다.”중견사진작가 김옥선씨(38)는 문예진흥원이 후원하는 PS1프로그램에 참가해 지난 1년간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그녀는 그 결실로 지난 7월15일부터 8월6일까지 맨해튼 갤러리코리아에서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해피투게더’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최근 귀국했다.PS1프로그램은 뉴욕 현대미술연구소가 운영하는 창작 스튜디오 PS1에 작가를 파견하는 행사다. 매년 한 명씩 우수한 젊은 작가들을 선발, PS1에 1년간 파견하는 내용으로 체재비와 스튜디오 사용료, 왕복 항공료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예술이 아름다운 것만 담아야지 이렇게 구질구질한 모습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제 삶의 치유방식을 찾았습니다.”김씨가 국제결혼을 주제로 삼은 것은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다. 작가 자신이 독일인과 국제결혼을 한 케이스로 ‘다른 국제결혼 커플의 여성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가끔 겪는 갈등의 요소가 감정적인 것 때문인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다른 부부들이 사는 모습은 어떤지 관심을 갖게 된 거죠.”2002년에 이미 같은 제목의 전시회를 한국에서 열었던 김씨는 모델이 된 커플들과의 만남을 통해 결국 국제결혼 커플의 갈등이 문화적인 차이보다는 개인 성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사진작가로서는, 그것도 여자로서는 드물게 PS1프로그램에 선발된 김작가는 사진을 시작한 것이 그저 자신의 수줍음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다.“말을 잘 못해서 나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는 나를 표현할 수 있었고 소질도 있는 것 같더군요.”특히 그녀는 96년에 연 첫 번째 개인전 제목이 ‘우먼인어룸’(Woman in a Room)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인물사진, 그중에서도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져왔다.“사실 작업은 핑계인 것 같아요. 인물사진을 찍다보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찍을 수 있잖아요. 이번 전시회 제목을 해피투게더라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모든 부부는 행복해 보이는데 과연 그 행복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은 없는지 짚어보고 싶었거든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뒤 뒤늦게 사진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김씨는 “경제적인 걱정 없이 사진 일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힘든 일도 많았다.“사실 한국에서 해피투게더를 열었을 당시는 사진작업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때였어요. 하지만 그 전시회가 계기가 돼서 PS1에 선발됐죠. 역시 어떤 분야든 버티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마지막으로 디지털카메라 보급 덕분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좋은 사진의 조건을 물었다.“사진은 테크놀로지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진이란 보기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삶의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약력1967년 서울 출생. 89년 숙명여대 졸업. 96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96년 1회 개인전 Woman in a Room 등 다수 전시회 참가. 현재 제주 관광대 관광사진영상학과 출강. 2003~2004 PS1프로그램(New York)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