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남의 가게 돌보고, 밤에는 내 가게 돌보고.’평촌신도시 귀인동에서 퓨전주점 ‘섬마을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정명근 사장(35)의 평상시 직업은 프랜차이즈업체 기획실장. 낮에는 자사 가맹점주들이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밤에는 자신의 주점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같은 업종의 가맹점주들과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어 자신의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행운의 사나이이기도 하다.정사장이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풀가동하기 시작한 건 지난 4월부터다. 그 전까지는 주점 프랜차이즈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마리이야기> 등 그의 손때가 묻은 영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 2월 온 정열을 바쳐 진행하던 영화 프로젝트가 좌절된 뒤 전업을 결심했다. 7년여 몸담았던 충무로 영화판을 떠나기가 아쉽기 그지없었지만 늘 새로운 일에 흥미를 갖는 밝은 성격 덕에 후유증이 크지는 않았다.“매형이 서울 신도림동에서 섬마을이야기를 창업했어요. 일을 도와주면서 호기심이 일더군요. 창업을 할 작정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갔다가 프로듀서 경험을 살려 기획업무를 맡아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창업까지 병행하면서 갑자기 직업이 2개가 된 것이죠.”정사장은 회사에서 새 브랜드 런칭, 행사기획, 가맹점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Hi 서울 페스티벌’과 ‘세계관광음식박람회’에서는 진행책임을 맡아 섬마을이야기를 널리 알렸다. ‘Hi 서울 페스티벌’에서는 100여개 야시장 부스 가운데 매출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기라성 같은 외식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거둔 성과로는 놀라운 것이었다. 틈틈이 외국 음식박람회를 찾아 트렌드를 잡아내거나 경쟁업체 동향을 살피는 것도 그의 본업.낮시간의 직장 일이 끝난 후 그는 또 다른 일터로 향한다. 퇴근 후 2~3시간과 주말이 자신의 사업 돌보기에 바치는 시간. 다행히 함께 일하는 종업원 6명이 모두 주점 경험자라서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지난 9월 초부터 정사장은 성공의지를 다지기 위한 이벤트를 하나 시작했다. 전 종업원이 매일 오후 6시면 점포 앞 대로에 나가 큰소리로 접객인사를 하는 것. 또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직장생활 성공을 위한 10가지 다짐’ ‘서비스 슬로건’ 등 기억해야 할 사항을 코팅해서 항상 품에 지니도록 했다. 대학시절 막걸리집 아르바이트 경험이 고작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으로 첫 사업을 강단 있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종업원 모두가 신나는 표정으로 점포 안을 휘젓고 다니며 서비스하는 것도 이 주점만의 특징.덕분에 개업 몇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단골도 크게 늘었고 매출도 상당수준으로 올랐다. 요즘 월평균 매출은 4,500만원 선에 순이익만 800만원에 이른다. 직장에서 받는 월급까지 합하면 월수입이 1,000만원선에 달하는 셈이다.하지만 정사장은 요즘 걱정이 좀 생겼다. 휴가철 이후 단골고객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 고심 끝에 직장 본업을 줄이고 점포 일에 매진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본사에 양해를 구했다. 본사 동료 중에는 가맹점을 직접 운영하는 이가 2명이나 더 돼, 허락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주말창업자를 배려하는 직장에 다니게 된 것도 흔치 않은 행운이다.“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일이 있고, 최선을 다한 만큼 매출이 돌아오는 주점사업이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돈을 벌 만큼 번 후라면 영화판으로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