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1994년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10년 만에 국내 최대 병원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병상수 1,280개, 하루 평균 외래환자 5,500여명 등 규모 면에서도 최상급이지만 의료 서비스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98년부터 7년 연속 병원부문 서비스 1위를 차지했고, 한국능률협회 주관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7번이나 1위에 올랐을 정도다.삼성서울병원이 단기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2000년부터 병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철 원장(55)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취임과 동시에 이원장은 외환위기 후 느슨해진 조직의 재결속에 나섰다. 원내 체육대회, 이벤트를 수시로 마련하면서 임직원의 화합력을 높이는 동시에 탄탄한 서비스 정신을 제고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세계적인 의료기관과 교류를 강화해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했다.병원장에 오르기 전부터 이원장은 원내의 신뢰를 받아왔다. 먼저 의사로서 이룬 공적이 적잖다. 특히 위암과 만성소화기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일본과 미국의 유명 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88년 귀국한 후 5년간의 연구 끝에 동위원소를 이용한 만성소화불량 진단법 개발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업적이다. 연구에 동원된 환자가 무려 1,000명에 달하고 실험에 쓰인 닭이 1,500마리에 이르렀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었다.96년 삼성서울병원의 기획실장을 맡으면서 병원경영에 대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의료진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등 병원경영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가 하면 중장기 발전계획을 재정립해 진료와 연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6년 만에 국내 전체 연구기관 가운데 SCI(과학논문인용색인) 연구논문 피인용 1위 기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이런 가운데 최근 이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을 세계적 의료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2010년까지 이 병원을 ‘아시아 최고 병원’의 반열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도 시작됐다. 700병상 규모의 초대형 암 전문 진료기관인 삼성암센터를 지난 8월 착공한 것이다.아시아 최대의 암센터를 건설 중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배경은 무엇입니까.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174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사망원인 1위에 올랐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습니다. 또 발병 후 생존율이 41.4%에 그쳐 미국의 64.1%에 크게 못미칩니다. 하지만 국내에 암 전문 치료기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암치료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연간 1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적 수준의 암치료기관 건설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고 국부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삼성서울병원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암센터는 삼성서울병원의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외래환자 대 병석수의 비율이 4대1 이상으로 적정수준인 3대1을 초과, 병석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왕 병석수를 늘릴 거라면 병원의 전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특화된 진료기관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질병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최고의 암센터를 보유하면 자연스럽게 삼성서울병원이 아시아 최고의 병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암센터를 통해 아시아 의료의 허브로 발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만큼 지원만 적절히 이뤄지면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암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과 어떻게 차별화시킬 계획입니까.나라마다 많이 발생하는 암의 종류가 다릅니다.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병하는 암에 따라 팀별 진료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과, 외과 등 진료과목에 따라 진료를 하지만 팀별 진료를 하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해당 장기의 전문의가 협진을 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삼성서울병원이라는 대형 종합병원이 운영하는 점도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의 암환자는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다른 성인병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암치료를 위해서는 암 전문의뿐만 아니라 관련 질병의 전문의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이 이 일을 해낼 겁니다.각종 서비스 품질 평가에서 매년 1위에 선정되고 있습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지금은 병원들도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10년 전만 해도 병원의 횡포가 대단했습니다. 환자에게 불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예약시간을 어기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병원이 환자 위에 군림해 병원의 문턱이 높다는 말마저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문화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환자 중심의 병원’을 모토로 개원했습니다. 우선 환자와 병원의 관계를 소비자와 공급자로 재정립하고 고객만족경영을 꾸준히 실천해 왔습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병원,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병원, 촌지를 주지 않아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는 병원, 깨끗한 병원 등 병원의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삼성서울병원이 시행하고 있는 협력병원제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협력병원제도는 1, 2차 병의원과 종합병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의료계의 공동발전과 치료의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처음 도입된 97년에는 협력병원이 12개에 그쳤지만 올해 526개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의뢰하는 환자들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고요. 협력제도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진료의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환자의뢰 전용 홈페이지인 ‘i-Refer 시스템’을 구축해 의뢰받은 환자의 각종 검사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게 했습니다. 협력병원의 의료진과는 ‘한마음 교류회’라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평소 직원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나요.‘의술은 인술’이라는 말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사랑의 정신이 없으면 진정한 의술을 펼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의술이 실천되는 병원은 사랑이 실천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라고 말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직원들이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게 하려면 신바람나는 일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 불만이 많은데 환자에게 친절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합니다.10년 후 삼성서울병원은 어떤 모습일까요.국내 최고는 물론 아시아 의료계를 선도하는 병원이 돼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의료문화를 선진화해 고객서비스 발전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의료의 질을 선진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심장혈관센터, 암센터 등 선진적 전문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세계적 진료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입니다. 한마디로 ‘최상의 진료를 구현하는 환자 중심의 선도병원’을 실현해 2010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계절이 바뀌었습니다. 가을철 직장인의 건강관리 요령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병을 일으키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유전에 의한 것이거나 정신적 스트레스 또는 환경적 요인이 그것입니다. 유전적 요인은 어차피 피할 수 없으므로 논외로 치면 결국 스트레스를 덜 받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건강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 사회는 다른 곳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많은 편입니다. 그날 쌓인 스트레스는 그날 바로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운동이 아니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걸 하십시오. 하루 1시간만 자신에게 투자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약력 : 1948년생. 67년 경기고 졸업. 73년 서울대 의대 졸업. 82년 전문의 자격 취득. 85년 서울대 의학박사. 86년 미국 로체스터대학 소화기센터 연구원. 88년 한양대 의대 내과 부교수. 93년 한양대 의대 내과 교수. 94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97년 성균관대 의대 내과 교수(현). 98년 삼성서울병원 진료부원장. 2000년 삼성서울병원 원장(현). 2003년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