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체제 ‘강점’…민영화 일정이 ‘복병’

우리금융그룹은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다. 지주회사의 특징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금융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이른바 ‘금융복합화 전략’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안고 있다.이른바 ‘금융 대경쟁시대’를 맞이하는 우리금융의 무기는 바로 복합화다. 지주회사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대경쟁시대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금융에는 넘쳐난다. 여기에 ‘기업금융 대명사’인 우리은행의 경쟁력과 ‘유일한 토종은행’이라는 기반까지 가미할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물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지주회사라곤 하지만 아직은 은행 의존도가 훨씬 높다. LG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을 보강하기는 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아직 없다. ‘미완의 금융지주회사’라는 표현이 차라리 어울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라는 점과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이다 보니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은 게 사실이다. 민영화 시기가 당초 내년 3월 말에서 연기될 공산이 크지만 민영화 물결을 잘못 탈 경우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우리금융은 지난 9월 말 현재 총자산이 134조원에 달한다. 자산규모로만 보면 국민과 신한지주에 이어 3위다. 우리ㆍ광주ㆍ경남 등 은행 3개와 우리증권ㆍ우리투신ㆍ우리F&Iㆍ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 7개의 자회사로 두고 있다.그렇지만 아직은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어떻게 보면 말만 지주회사이지 사실상 은행과 다를 게 별로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달라진다. LG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을 합병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합병증권사는 업계 1위로 올라선다. 우리투신과 LG투신도 내년 상반기 중 합칠 예정이다. 역시 업계 5위권으로 발돋움한다.종합금융업에 필수적인 보험사 보강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 삼성생명 등 기존 보험사와 합작으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전문보험사를 설립할지, 아니면 기존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할지를 놓고 도상연습이 한창이다. 어떡하든 연내에 결론을 내고 내년 중 보험사를 자회사로 둔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복안이다.증권사 및 투신사 합병과 보험사 인수(또는 설립)까지 마무리되면 복합화의 장점을 맘껏 활용한다는 것이 우리금융의 구상이다. 당장 황영기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중점을 두는 기업금융업무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사업본부와 우리증권 및 LG투자증권의 IB(투자은행업무)를 사실상 통합, 운용하면 막강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소매금융업무도 마찬가지다. 지주회사의 장점을 활용, ‘교차판매’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차판매란 특정고객에게 은행상품은 물론 증권, 투신, 보험, 카드 상품을 함께 파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고객 1인당 교차판매 실적은 1.85개. 예금고객 한 명에게 보험이나 펀드를 채 1개도 추가로 팔지 못했다는 얘기다. 선진국 지주회사(또는 은행)들이 1인당 3.3개의 상품을 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걸음마단계에 불과하다.우리금융은 이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결은 다름아닌 시스템과 서비스다. 계열사의 상품판매조직과 점포를 유기적으로 연결, 한군데에서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금융 산하 점포는 우리은행 697개, 우리증권 38개, LG투자증권 115개 등 총 850개에 달한다. 은행 내 증권사 점포(BIB)도 35개에 이른다. 이를 활용하면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우리가 국민에 잇달아 ‘리딩뱅크(선도은행) 자리를 내놓으라’고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나름대로 자신하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그것은 다름아닌 기업금융업무다. 우리는 현재 삼성, LG, 한화 등 주채무계열 25대기업 중 11개 기업군의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1만2,000여개의 대기업 중 약 5,000개 기업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전체 여신 70조원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7%(28조5,000억원)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한마디로 기업금융에 관한 한 우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최근 ‘약점은 강하게, 강점은 더 강하게’라는 모토 아래 기업금융을 한단계 도약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단순히 많은 기업의 주채권은행이라는 데 안주하지 않고, 이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장착시킨다는 것.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전문교육을 받은 대기업 영업지점장(RM) 112명을 배출해냈다. 또 기업경영컨설팅팀과 사모펀드팀도 새로 만들었다. 18명으로 구성된 기업컨설팅팀은 지난 10월 말 현재 69개 거래기업의 컨설팅을 도맡아하고 있다.우리의 강점은 비단 기업금융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수한 인력도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다소 경직됐다는 평가를 듣고는 있지만 지배구조가 안정되면서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점이 어우러지면서 우리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1조3,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8,539억원의 이익을 냈다.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내년에는 경기침체 속에 우리, 국민, 하나, 신한, 한국씨티 등 5개 은행이 한판 영업전쟁을 치르는 등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황영기 우리금융회장은 지난 11월10일 열린 월례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4대 핵심 경영방침’으로 △가격차별화를 통한 우량고객 유치 △비이자 수익의 획기적 증대 △건전한 여신문화정착 △예산 및 IT(정보기술) 등 판매관리비용 감축을 제시했다.그러나 황회장이 대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관건으로 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인력이다. 황회장은 오는 12월 초 미국출장길에 오른다. 내년 졸업예정인 미국 MBA(경영학석사) 수료자들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직접 미국에서 가서 미국 MBA를 채용하려는 것은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기존 직원들에게 자발적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자극을 주기 위해서다”는 게 황회장의 설명이다.따라서 내년 3월부터는 기존제도와 전혀 다른 인사제도와 재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 모두가 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우리금융의 주인은 정부다. 8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 예금보험공사로부터는 수시로 경영이행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검토받는다. 또 금융감독원 검사와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는다. “시어머니들로부터 검사와 감사를 받다가 한해를 다 보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이중삼중의 감사체계는 은행의 투명성과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나친 감사는 조직을 경직시켜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가 주인인 은행이다 보니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총대’를 메야 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에도 앞장설 수밖에 없다. LG카드 등 금융권 전체의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문제는 또 있다. 최근 수익성 개선 추세가 뚜렷하기는 하지만 곳곳에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다 보니 경기악화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의 ROA(총자산수익률)는 9월 말 현재 1.1%로 선진 외국은행에 한참 떨어진다.우리금융이 리딩뱅크로 부상할 수 있느냐 여부를 가름할 또 하나의 변수는 민영화다. 정부는 내년 3월 말까지 우리금융 지분을 완전히 팔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법개정을 통해 민영화 시기가 연기될 전망이지만, 정부의 지분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토종 사모펀드(PEF)에 지분 33%를 넘겨 토종은행으로 남게 한다는 구상이지만 적당한 PEF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금융은 확실한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