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일 부회장 등 뚝심·카리스마로 눈부신 성과 올려

기업은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팔아야 한다. 영업이 잘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기업에서는 아직도 ‘영업맨이 CEO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을 한다. 기업의 존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영업이 홀대받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은 탓이다. 하지만 한국 100대 기업의 CEO들을 살펴보면 영업업무 경력을 쌓은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가운데는 업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실적을 올린 CEO들도 여러 명이다.영업사령탑을 역임한 인물로는 롯데칠성음료의 이종원 대표이사, SK(주)의 신헌철 사장, 동부화재의 김순환 사장, 대우자동차판매의 이동호 사장, 한진해운의 최원표 전 사장, INI스틸의 김무일 부회장, 현대건설의 이지송 사장,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회사를 일으킨 영업맨 출신 즐비최근 고로사업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는 INI스틸의 김무일 부회장은 영업사령탑 출신이다. 2001년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으로 부임해 이듬해까지 근무했다. 현대정공 경영지원부문장(전무)으로 근무하던 김부회장이 기아자동차로 ‘이적’한 것은 98년의 일이었다.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회사 정상화의 임무를 안고 기아자동차 아산공장장으로 투입된 것.‘점령군’으로 인식됐을 만도 했지만 아산공장장은 물론 화성공장장을 맡았을 때도 김부회장은 특유의 ‘뚝심’과 강한 카리스마로 기아자동차 정상화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영업사령탑이 된 것은 2001년. 김부회장은 판매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부활한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판매에 박차를 가한 결과 역대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부회장은 2003년 현대ㆍ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을 거쳐 지난 4월 INI스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국내 음료시장의 지존인 롯데칠성음료를 이끌고 있는 이종원 대표이사 부사장도 신화적인 영업맨이었다. 97년 롯데칠성음료가 신시장 개척을 위해 런칭한 ‘스카치블루’를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다 99년 영업본부장(전무)으로 발탁돼 위스키시장에 ‘롯데’라는 이름을 확고하게 새겼다.당시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어 음료로는 더 이상 매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류시장을 뚫지 않고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 텃세가 심한 주류시장에서 이대표는 강남권 유흥업소를 집중공략, 해마다 2~3배에 이르는 매출신장을 이뤘다. 위스키의 경우 주변의 권유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고 판단, 위스키의 ‘오피니언 리더’부터 공략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했다.현대건설의 이지송 사장도 저명한 영업맨 출신이다. 평생 건설분야 한우물을 판 이사장은 97년 현대건설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취임하며 2년간 현대건설의 영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국내부문에서 6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수주실적을 기록했다.이사장은 현대건설의 성장에 최대 공헌자로 손꼽힌다. 현대건설이 한강교량 14개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해외건설에서도 그는 유명하다. ‘이지송’이라는 이름 자체가 유력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2000년부터 경복대 교수로 재임하다가 올해 ‘현대건설의 부활’이라는 과제를 안고 돌아왔다. 그의 영업능력을 높이 산 채권단이 그의 복귀를 강력히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0월 회사를 떠난 최원표 전 한진해운 사장 역시 출중한 영업맨이었다. 지난 67년 한진상사에 입사한 후 전쟁 중이던 월남에서 4년이나 근무하는 등 남다른 근성의 소유자로 정평이 났다. 최 전 사장이 영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78년 대한항공 로스앤젤레스 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였다. 그후 9년간 미주지역 영업을 담당했다.89년 (주)한진의 영업담당 상무로 근무하면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수익성은 물론 기강이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사내 분위기를 다잡아 정상화시켰다. 40여개의 지방점포를 한해 8번이나 돌 정도로 현장중심적인 리더였다. 93년 영업본부장 전무로 승진했고, 2003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사장 취임 후에도 영업을 강조, 매출을 23%나 신장시켰다. 특히 영업이익은 무려 117억원에서 4,320억원으로 36배나 불어나 업계를 놀라게 했다.마라톤 경영으로 유명한 SK(주)의 신헌철 사장은 영업, 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이다. 81년 SK(주)의 전신인 유공의 판매기획 부장대행 시절 호남정유와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은 정유업계의 전설로 통한다. 호남정유의 신제품에 밀려 곤두박질치던 시장점유율을 고급휘발유를 내세워 다시 끌어올린 것.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대전영업소장으로 승진했고, 91년 유공가스 영업담당 이사, 94년 영업담당 상무를 지내며 유공의 영업을 이끌었다.95년 정유업계에서 이동통신업체인 한국이동통신의 수도권마케팅 본부장으로 옮겼을 때도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96년 55만명에 불과한 이동통신가입자를 98년 700만명으로 늘린 일등공신이었다. 98년 SK텔링크 사장을 거쳐 지난 3월 고향인 SK(주)의 사장으로 발령됐다.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영업통 CEO다. 84년 대우그룹에서 근무하다 91년 유학에서 돌아온 후부터 영업업무를 담당했다. 영동지점장으로 근무하던 92년의 실적은 그의 영업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당시 타 지점의 평균 판대대수가 월 30대인 데 비해 무려 3배가 넘는 100대를 팔았다. 그후 서울 4본부장, 경남지역 책임임원으로 일할 때도 기록적인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95년부터 사장으로 승진한 2000년까지는 대우자동차의 판매총괄 임원으로 활약했다. 경영자로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사장취임 후 3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경영을 정상화시켜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워크아웃에서 졸업시켰다.‘보험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동부화재의 김순환 사장은 보험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보험영업 전문가다. 생명보험 22년, 손해보험 10년 등 모두 32년간 보험업계에 몸담으며 2000년 삼성화재 개인영업총괄 부사장, 2001년 삼성생명보험 기업영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사장이 동부화재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동부화재의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은 영업직원으로 조선업계에 입문해 20여년간 영업업무에 종사했다. 81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10년 이상 해외지사에 근무하며 ‘해외 영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100대 기업 이외의 중견기업에도 영업으로 일가를 이룬 CEO들이 적지 않다.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 두산주류BG의 조승길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사들이다.윤석금 회장은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윤회장의 실적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입사 1년 만에 전국 360여 판매원 가운데 실적 1위를 움켜쥐었고 전세계 최고판매원에게 주는 벤튼상을 수상했다. 윤회장 스스로도 ‘판매에는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그는 판매의 귀재다. 웅진그룹이 방문판매의 지존으로 올라선 것도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조승길 두산주류BG 사장은 ‘30년 영업통’으로 불린다. 73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이래 주류영업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2002년 OB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에서 두산주류BG로 옮긴 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요즘도 차 트렁크에 산소주와 설중매를 싣고 다니며 기회가 되는 대로 영업을 한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