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 이후 급격한 부동산 거래감소와 완만한 가격하락으로 법원 경매물량이 급증하고 있다.지난 몇 년간 급격한 부동산가격 상승 속에 수요자들이 은행대출을 끼고 서둘러 사둔 부동산들이 속속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특히 단기시세 차익을 노린 아파트 투자자들이 상환능력 없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입했다가 부동산경기 침체로 원금과 이자상환 능력을 상실해 경매에 부쳐진 주택물량이 전체 경매물량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2003년 상반기 3만9,000여건이던 수도권 경매물건수가 2004년 8월에 접어들어서는 7만3,000건에 달해 물건공급량이 80%선까지 늘어났다. 2004년 10월 말 현재 3만3,000여건의 경매물량이 입찰에 부쳐지고, 2005년 1/4분기 법원의 경매예정 물건으로 접수된 물량만 4만여건에 달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물량증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늘어난 물건 공급량 여파로 서울 주요지역은 물론 수도권의 다세대와 중소형 주택 등 서민거주용 경매물건의 낙찰가율이 60~70%대에 머무르는 등 물량공급에 비해 수요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2005년 법원 경매시장은 25만여건이 넘는 물량이 쏟아지는 공급과다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경매물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98년의 23만여건에 비해 3만여건 이상 늘어나는 수치로 경매대란의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동산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서울 수도권에 비해 지방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경매에 부쳐지는 물량은 늘어나는 데 반해 부동산 투자수요 감소로 인해 전반적으로 낙찰가율과 입찰경쟁률의 하락이 점쳐지며 당분간 인기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시장이 활황세를 타려면 상가ㆍ오피스텔 등 ‘수익성’과 ‘투자용’ 경매부동산의 물량이 많이 공급돼야 하는데 여전히 투자 메리트가 많지 않은 중소형 아파트나 주택을 중심으로 경매물량이 한정적으로 공급돼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그리 많지 않아서다.그동안 가장 안전한 대출로 여겨졌던 금융권의 주택담보 대출연체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 앞으로 담보권 실행을 위해 경매에 부쳐지는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금액이 2001년에 2,000억원 미만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2004년 8월 말 현재 1조7,000억원에 달해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만기로 돌아오는 대출원금과 이자를 갚을 여력이 없는 서민용 소형주택과 신도시 아파트의 경매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은행이 부실채권을 미리 막기 위해 신규대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환금성이 떨어지는 다세대와 토지, 상가 부동산의 경매물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그러나 2005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경매물량의 급증과 함께 가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낙찰가율과 함께 입찰경쟁률도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시장의 특성상 경기불황 초기에는 주로 주택 등 서민형 주거시설이 출현하다가 불황이 깊어질수록 상가와 빌딩, 토지 등 수익형 부동산과 농지와 임야 등 장기투자용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반기에는 시내중심지 또는 주요지역 내 중대형 경매물건이 상당수 늘어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몰려든 투자자들로 인해 투자용 부동산의 입찰건수 증가와 더불어 낙찰가율도 상당폭 높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특히 부동산매매 시장에서 주택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정착되면서 경매시장의 투자 메리트가 훨씬 커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경매는 실제 낙찰받은 금액으로 취득ㆍ등록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일반매매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 따라서 적은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메리트가 많은 법원경매시장을 찾아들 가능성이 높다.경매시장에서 중ㆍ소형 물건은 보합세, 대형은 약세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주택건설업체들이 자금난과 주택수요 급감으로 신규 공급물량을 대폭 줄여나가거나 분양물량을 연기하고 있다. 미분양물량 증가와 함께 일반시장이 침체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이 무리하게 경매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게다가 그동안 투자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매입했던 다주택 보유자들이 소형주택을 꾸준히 매물로 내놓으면서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소형아파트나 원룸주택 등 임대주택용 주거시설의 낙찰가와 입찰경쟁률도 높지 않을 전망이다. 40평형 이상 대형 경매아파트 매물이 적체되고 물량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 이어져 내년까지 낙찰가율 70%선에서 낮은 낙찰세가 지속될 전망이다.경매시장에서 대표적인 내집마련용으로 인기를 끄는 경매아파트는 낮은 낙찰가율과 응찰률로 인해 인기는 다소 주춤해질 확률이 크다. 2004년 들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높은 감정가 때문에 1회 유찰했어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 당분간 경매물량이 많이 나오는 가운데 수요자들은 낙찰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2005년 하반기를 노리며 대기수요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서울 강남ㆍ서초와 신도시 분당ㆍ일산 등 인기지역 아파트는 낙찰가율의 꾸준한 강보합세가 예상된다. 그동안 지속적인 상승세를 탔던 인기지역 아파트의 경우 실수요자와 집 늘리기를 나서는 풍부한 대기수요자들로 인해 낙찰가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인기지역으로의 이동욕구와 집 늘리기를 위해 꾸준하게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찰에 가세할 여지가 높다. 기타지역은 2회 유찰 후 낙찰가율 70~75%선을 보이며 아파트 경매시장은 다소 주춤한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근린상가나 업무용 빌딩은 신규 경ㆍ공매 물건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점인 하반기부터 도심과 강남 일부 등 인기지역부터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불황에 따라 낮은 임대수익과 투자가치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시대의 가장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의 저가매입을 위해 경매시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적은 돈을 들여 최대의 수익을 올릴 시장으로 경매시장이 적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인 비인기지역으로 꼽히는 강북과 수도권, 지방은 낙찰가율이 60~70%대에 머물며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산업 전반의 침체 여파로 도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한 중소 제조업체가 늘어나면서 법원경매에 부쳐지는 공장이나 유휴설비 매물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경기가 안 좋아 급매물로 시장에 나온 대출을 낀 수도권 공장들이 많아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경매물량 폭증이 예상된다. 10월 말 현재 수도권의 경우 매월 300여건이 넘는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매월 500건을 훌쩍 넘는 물량이 공급될 전망이다. 물량이 풍부한 까닭에 낙찰가율과 낙찰률도 큰 폭으로 떨어지며 경매시장의 주요물건으로 자리잡을 여지가 높다.수도권, 충청권, 지방의 새로 지정된 기업도시 주변의 토지와 임야, 농지 경매시장은 높은 낙찰가율과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청권 일대와 지방의 기업도시 주변 토지 경매물건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자산가들의 숨은 틈새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2005년 한해 꾸준한 인기를 끌 투자종목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투자수요가 많고 지역개발에 따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큰 호재를 안고 있어 여윳돈의 가장 안전한 활용처로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공매물건의 공급량은 경매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침체 여파에 개인파산이 급증하면서 세금체납, 부도기업이 급증해 공매에 부쳐지는 압류물량이 2003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낙찰가율의 꾸준한 약보합세가 이어지면서 2005년에도 공매물량의 대량공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신용금고와 저축은행 등 파산한 금융기관과 주인이 바뀌는 금융기관수가 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공매물량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기관이 직접 사용하던 도심 업무용 건물과 주택이 공매로 대량 부쳐지게 되면 자산가들이 공매시장으로의 발길이 바빠질 전망이다. 공매시장에서 대금 지불조건이 좋고 수의계약이 가능한 아파트, 연립 등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싼값에 입찰할 수 있는 소액투자 대상 부동산은 인기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윤재호ㆍ메트로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