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의 연말결산 인기순위를 매긴다면 올해는 단연 적립식펀드의 해가 될 것이다. 주식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마저 적금형 주식투자는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갖게 할 정도로 올해 적립식펀드의 인기몰이는 놀라웠다. 적립식펀드의 열풍과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2005년 새해의 금융상품 트렌드 역시 투자상품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2004년 금융상품의 흐름은 실적배당 투자상품이 주도했지만 내년에는 이것이 더 심화되고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장흐름이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상품 그 자체보다도 언제 어떤 상품에 투자해서 어느 시기에 이를 현금화했느냐가 더 큰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주도적인 투자상품보다 변동성이 큰 시장상황을 반영해 다양한 틈새상품 등이 활발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먼저 적립식펀드의 인기몰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립식펀드의 경우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이어갈 때보다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클 때 오히려 더 큰 진가를 발휘하는 상품이다. 적립식펀드의 최대 강점은 정액분할투자법(Dollar Cost Average)을 통해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금액을 적금식으로 나눠서 투자함으로써 잘못된 어느 특정시기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시장상황과 반대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른바 역투자 방법이다. 즉 투자금액을 수차례로 나눠 적금처럼 일정기간, 일정금액을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자연스레 다양한 가격대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액분할투자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정액분할투자법을 활용한 적립식펀드 투자는 가격이 낮을 때는 더 많이 사게 되고 가격이 높을 때는 매입수량이 줄어듦으로써 전체적인 평균 매입가격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2005년 역시 주식시장이 상당기간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적립식펀드를 통한 분할투자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아울러 주목할 만한 주식투자상품이 시스템펀드다. 시스템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적립식펀드와 구별되지만 투자금액을 일시에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변동에 따라 분할해 투자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을 가진다. 즉 시스템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마저도 배제한 채 미리 정해진 매매조건에 따라 자동주문시스템을 이용해 분할매매가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투자금액을 한꺼번에 시스템펀드에 넣더라도 이를 주식에 바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일부 금액만 주식에 투자한 후 그 상태에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게 되면 또 일부를 투자해 추가매입을 하는 식이다. 그 대신 주가가 반등해 일정수준 상승하면 그동안 매입했던 주식을 일부씩 내다팔면서 수익을 실현시킨다.이처럼 주식시장 등락에 따라 추가매수와 매도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매매 차익을 누적시키는 것이 시스템펀드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펀드 역시 출렁거림이 많은 박스권 장세에서 오히려 더 두각을 나타내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올 하반기는 환율급락이라는 이슈가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이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환율하락 기조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하락 전망에 따라 투자한다면 상대적으로 빛을 보는 금(Gold)이나 비(非)달러화 자산비중이 높은 해외펀드 등이 유망하다. 이미 국제금시세가 16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미 달러화의 약세 기조로 인해 내년에도 추가상승이 예상된다.한편 금 투자방법에는 다시 금 실물에 투자하는 골드뱅킹이나 금시세에 따라 이자가 결정되는 골드지수연동예금을 들 수 있다. 골드뱅킹을 통한 금 실물투자는 금 현물을 직접 구입하거나 금 적립통장을 통해 투자금액을 금으로 환산해 저축하는 방법이 있다. 금 적립통장을 활용할 경우 만기에 그동안 적립한 금을 실물로 인출하거나 그 시점에서의 금시세를 적용해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 금 실물투자시에는 금 가격과 환율변동의 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국제금시세가 오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금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그만큼 효과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온스당 450달러 하는 국제금시세가 500달러로 상승한다고 할 경우 달러화로 평가할 때는 10%가 넘는 상승이지만 만일 그 사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했다고 하면 사실상 원화로 환산했을 때의 금액은 별반 차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구성상 원화 대체수단으로 원화 외에 다른 자산을 보유한다면 일부 금을 매입하는 것도 괜찮지만 원화를 사용할 사람이 적극적인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금에 투자한다면 금 실물투자보다 아무래도 환율 개입이 적은 금지수를 통한 간접투자 쪽이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이와 관련,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고 있는 골드지수연동예금은 국제금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예금상품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주가지수연동예금이 주가지수 등락에 따라 지급이자가 결정된다면 골드지수연동예금은 국제금 시세 변동에 따라 이자가 결정된다. 골드지수연동예금은 상승형 상품의 경우 국제금시세 상승률에 비례해 이자율도 올라가는 형태다. 골드지수연동예금의 또 다른 특징은 원금보장상품이라는 점이다. 주가지수연동예금과 마찬가지로 만기까지 유지할 경우에는 원금이 보장되므로 향후 금 시세에 대한 예측이 틀리더라도 최소한 원금만은 손실 걱정에서 자유롭다. 또한 금 실물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수에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하락에 따른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금 직접투자와 구별되는 부분이다.해외펀드 가운데 비달러화 자산의 투자비중이 높은 펀드도 달러약세 시대에 유망한 투자종목이다. 이들 해외펀드는 미 달러화 약세에 따른 해당 현지 통화의 가치상승으로 그만큼 이익 발생의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달러약세 현상에 따라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는 아시아채권펀드나 이머징마켓채권펀드와 같은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외에도 현지 통화 비중이 큰 다양한 해외펀드들이 판매되고 있다. 해외펀드 상품이 어느 지역의 어떤 자산에 투자되고 있는지 금융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밖에 환율이 하락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환율연동예금하락형과 같은 상품도 환율하락기를 이용한 재테크 전략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환율연동예금도 골드지수연동예금과 유사하게 특정 환율의 변동에 따라 이자율이 결정되는 원금보장상품이다. 따라서 달러약세 기조를 감안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수록 유리한 환율연동예금 하락형 상품이 이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상품의 경우 상시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일정 모집기간에만 판매하는 상품인 만큼 사전에 판매계획 등을 확인해서 가입해야 한다.내년도 역시 투자상품이 주도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정금리 예금상품을 전혀 도외시 할 수만은 없다. 현실적으로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은 확정금리나 안전성 높은 상품에 투자되고 있으며, 또 리스크를 적절하게 분산하는 투자방법이 바람직하다. 내년도 금리전망을 보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주로 콜금리의 영향을 받는 예금금리는 현 수준유지 내지 경기추이에 따라 소폭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단기예금상품은 장기예금상품에 비해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당분간 금리상승에 대한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예금가입시 단기가입보다 1년 단위의 장기가입을 통해 세금우대 혜택을 얻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금리가 상승할 때는 가입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 금리상승 효과를 신속히 얻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굳이 낮은 단기금리를 적용받으면서 단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 또 확정금리 예금상품에 가입할 때는 절세상품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 8월부터 확대된 비과세 생계형 저축제도를 십분활용하도록 한다. 비과세 생계형 저축제도는 금융상품 가입시 이를 생계형 저축으로 가입할 경우 이자소득세가 전액 면제되는 제도로서 가입자격이 올 8월 이후부터는 종전 65세 이상에서 60세로 낮춰졌으며, 가입금액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자격조건만 되면 일부 특정상품을 제외하고 입출금 통장예금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금융상품이 생계형 저축의 대상이 되므로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이밖에 채권투자의 경우에는 시장 실세금리의 단저장고(短低長高)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그 폭이 크지 않지만 단기채권의 경우 콜금리 추세에 맞춰 금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반면, 장기채권의 경우에는 장ㆍ단기 금리 차이 조정을 위해 다소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한상언ㆍ신한은행 PB사업부 재테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