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부품업체 활짝 웃고, 소비재유통업체는 울상

<한경비즈니스> 선정 ‘외국계 100대 기업’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랭킹’ 조사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자본금 70억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기업 중 외국인 지분 80% 이상의 기업 680여개를 골라냈다. 이중 실적이 좋은 ‘알짜배기’ 100개 기업을 추려낸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외국기업이 차지하는 위상과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2002년 이후 3년째를 맞이하는 올해도 2003년 선두권에 포진했던 기업들이 40위권으로 밀려나는가 하면 100위권 밖에 머물던 기업들이 20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등 순위가 요동쳤다. 특히 외국보험사들의 대약진과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몰락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시장경제의 냉엄함을 보여줬다는 평이다.‘우리 가는 길을 누가 막으랴.’ 2004년 외국계 100대 기업 선정과정에서 생명보험사들의 대약진이 단연 화제였다. 1위를 차지한 알리안츠생명보험을 비롯해 3위 ING생명보험, 5위 푸르덴셜생명보험, 6위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 10위권에 안착했다. ‘톱5’ 중 무려 3개 기업이 보험사로 채워진 것은 다소 의외였다.2003년 10위권에 ING생명 한 곳만이 겨우 포함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이다. 더군다나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보험사의 국내 비중이 날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모두 11개로 전체 생명보험사 22개 중 절반을 차지한다.시장점유율도 98년만 해도 1%에 불과했으나 99년 4.6%, 2000년 5.7%, 2001년 8.0%로 높아지더니 2004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는 16.5%로 껑충 뛰었다. 외국보험사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품질에서 (국내 보험사를) 앞서나가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오.’ 반면 일본 대금업체들은 무더기로 몰락했다. 지난해 에이앤오인터내셔널(2003년 18위)을 비롯해 프로그레스(2003년 23위), 해피레이디(63위) 등 당시 일본 아에루그룹 계열의 대금업체들이 100위권에 진입하며 황금기를 누렸으나 올해는 모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실적 악화가 원인이었다.한때 국내 대금업계를 휩쓸었던 에이앤오인터내셔널의 경우 2002년 354억원의 흑자에서 올해 297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프로그레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2002년 292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올해는 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울상을 지었다. 해피레이디(2003년 63위)도 2002년 104억원의 흑자에서 지난해 318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꼬리를 내렸다.일본계 대금업체들의 어려움은 연체율이 40~50%대까지 육박하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다. 돈을 빌린 2명 중 1명이 갚지 않는 상황을 견딜 재간은 없는 것이다. 에이앤오인터내셔널은 전국지점이 90개에서 현재 28개로 줄어들 정도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전히 연체율이 40%대여서 올해도 흑자전환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따라서 2005년에도 옛 명성을 회복하는 건 사실상 힘들어졌다.‘양극화에 웃고 울고’ 올해 국내 산업계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반도체, LCD 등이 웃는 반면, 백화점, 소비재업체 등은 울상을 짓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외국계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첨단부품업체들은 활짝 웃었다. 올해 10위권에 진입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8위)와 한국쓰리엠(9위)은 전자ㆍ자동차 부품소재와 LCD 부품 등을 만드는 업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는 휴대전화 기지국과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DSP(Digital Signal Processor) 제품을, 한국쓰리엠은 휘도강화필름(LCD용)과 열 전도성 테이프(PDP TV용) 등을 주로 생산한다. 20위권까지를 보더라도 한국소니전자(13위), 엠이엠씨코리아(16위), 동우화인켐(17위), 한국로버트보쉬기전(20위) 등 전자 및 반도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순위를 끌어올리며 기세를 올렸다.반면 소비재 및 소매유통업체들은 대부분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7위였던 한국암웨이는 올해 11위로, 8위였던 오비맥주는 10위로 물러났다.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도 6위에서 올해 21위로 곤두박질쳤다. 또 할인점업체인 삼성테스코, 한국까르푸, 월마트코리아 등 3곳 모두 순위가 내려앉았다.‘일취월장’ 올해 조사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상승하며 콧노래를 부른 기업도 많다. 이들은 선정결과가 알려지자 “정말입니까”를 연발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리아는 지난해 119위에서 올해 22위로 수직상승했다. 335위에서 26위로 곧추선 동우에스티아이는 17위를 기록한 동우화인켐의 자회사로 TFT-LCD의 필수소재인 컬러필터와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다. 에이에스이코리아는 154위에서 28위로 126계단 훌쩍 뛰어올랐다. 97년 모토로라코리아에서 사명변경을 한 기업으로 반도체 부품 및 통신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46위(2003년 124위)로 뛰어오른 유코레일은 KTX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 알스톰사가 100% 투자한 업체다. 159위에서 59위로 껑충 뛴 한국후지제록스는 복사기, 팩시밀리 등을 생산하는 사무기기 전문업체로 순이익이 증가하며 100대 기업에 얼굴을 내밀었다.올해 100대 기업에 진입한 기업 중에는 아웃백스테이크로 유명한 ‘오지정’(99위)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최근 패밀리레스토랑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회사는 2003년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전년도에 비해 대폭 상승해 100위권에 진입했다.돋보기 한신평정보는 이런 회사기업금융 콘텐츠 시장점유율 1위<한경비즈니스>와 공동으로 2004년 ‘외국계 100대 기업’을 선정한 한국신용평가정보(이하 한신평정보)는 198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신용평가사다. 이후 신용평가업무를 분리해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합작으로 한국신용평가를 설립하는 등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오고 있다.이 회사의 주업무는 모든 금융 및 상거래와 관련된 거래의 ‘계약→집행→사후관리’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신용관련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이외에도 기업정보, 개인정보, 자산관리, 채권추심, e-Biz 등의 사업을 통해 다각화된 수익원을 갖고 있다. 특히 39만여개 기업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한신평정보에서 제공하는 기업정보(www.kisline.com)를 표준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자랑이다.한신평정보 관계자는 “‘외국계 100대 기업’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한경비즈니스>와 공동으로 ‘한국 1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을 정도로 신뢰성 있는 기업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하듯 지난 17년간 기업금융 콘텐츠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할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말했다.특히 2000년 국내 소매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세계 3대 신용정보업체의 하나인 트랜스유니온(TU)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인신용평가사업인 크레딧 뷰로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16개 회원사로 구성된 크레딧 뷰로(CB)를 출범시켰다.이뿐만 아니라 경영과 소유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 지배구조는 내부적으로는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경영투명성을 높여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을 높이는 지렛대 구실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현재 외국인 지분은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현금성 자산이 400억원대에 이르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한다.한신평정보는 선진 신용인프라 구축을 위해 ‘The Leading Credit Bank’라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창사 20주년을 맞는 내년을 기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