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474호 (2005년 01월 03일)

정책실 변신 어디까지?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참여정부’ 출범 첫해였던 2003년 경제계에서 청와대 비서실의 직제, 특히 경제수석이 없어진 것에 적잖은 시비를 한 적 있다. “경제수석을 둬서 청와대가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책임있게, 강력하게 일을 추진하라”는 요구가 적잖았다. ‘경제가 난맥’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구실거리로 거론된 경제수석 부활 요구에는 일부 야당 중진들도 가세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책실 조직을 개편하거나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여론수렴을 했다.

집권 2주년을 맞는 청와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정책실의 효율적인 운용, 기능의 극대화다. 노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비서실조직에서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해 가면서 미리 변화를 예고했다. 각 부문별 수석비서관을 없앤 것과 분야별 보좌관을 대거 도입하기로 한 것이었다. 수석을 없앤 것은 정책을 담당하는 각 부처가 엄연히 있는데, 수석이 ‘위의 뜻’이라며 부처 업무에 온갖 간섭을 하고 호가호위하는 과거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의지였다. 일종의 개혁조치로 시도됐다. 동시에 인사, 국방, 외교, 과학기술, 경제, 국가안보 등 보좌관을 여럿 둬 대통령의 가정교사로 삼고 정책적 조언자로 활용하기로 했었다.

당초 취지와 달리 두 가지 모두 시비를 받거나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 보좌관제도는 핵심이었던 인사보좌관을 인사수석으로 바꾸고, 외교보좌관과 국방보좌관을 한동안 공석으로 두는 등 소극적인 운용으로 논점에서 비켜갔다. 전ㆍ현직 보좌관들의 면면도 앞에 나서지 않은 채 ‘본분’을 잘 지켜 별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책실은 다소 달랐다. 노대통령 스스로도 운용에서 미흡한 점을 느껴 몇차례 조직바꿈을 했었다. 당초 정책실은 실장-정책수석-정책기획ㆍ정책상황ㆍ정책관리 비서관의 명령계통으로 운용됐다. “우리는 부처와 산하기관의 주요업무는 팔로 업(진행상황 점검)하고 있지만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부처에서 ‘어찌 하오리까’라며 새로운 안을 들고 왔기에 ‘참고는 하겠으니 (책임도 스스로 지고) 알아서 하시라’고 돌려보냈다.” 출범 초기 한 실세 비서관이 이렇게 기자에게 자랑스레 한 말이 기억난다. 그 이면에서 일부 부처에서는 민감한 현안을 거론, “청와대에서 방향을 잡아주지 않아서…”라며 오랫동안 몸에 밴 ‘눈치행정’ 자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정책실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정책수석으로 나뉘었다. 이때 정책기획수석을 놓고 실질적으로 경제수석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주목을 받은 적 있다. 청와대의 교통정리가 부족하다는 정부 안팎의 비판도 있었고 청와대 자체적으로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를 느꼈던지 2003년 말 정책실 개편 때는 세분류된 비서관이 대거 배치됐다. 금융ㆍ거시경제ㆍ예산 등 재정예산정책부문의 정책기획, 산업 쪽을 총괄하는 산업정책, 농어촌문제를 전담하는 비서관은 정책기획수석 아래에, 사회정책ㆍ교육문화ㆍ노동비서관은 사회정책수석 아래 놓여졌다. 이 조직개편 당시 언론에서는 과거 수석이었던 것이 비서관급에서 부처 중심으로 업무가 분장돼 관리한다는 점을 들어 정책실에 소(小)수석제가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소수석제로도 모자라 정책실의 기능은 2004년 들어 더욱 팽창했다. 김병준 정책실장이 기용되면서 6명의 소수석들 외에 정책실장 직속으로 혁신관리ㆍ민원제안ㆍ제도개선 비서관이 추가됐다. 각종 접수민원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면서 부처 업무까지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정책에 관한한 독립된 비서설 구조를 갖춘 셈이기도 했다.

그런 비서실이 노대통령의 집권 2기 진입에 맞춰 또 한번 내용면에서 변신을 꾀하게 됐다. 이해찬 총리를 내세워 책임총리제로 가면서 “웬만한 국정 일상은 총리중심으로 해결, 추진하라”는 노대통령의 운용방식 때문이다. 말로만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총리에게 힘을 줘야 하고 행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연말에 정책실 업무조정 얘기가 나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책실의 부처 업무와 관련된 정보와 판단기준, 분석기능이 총리실로 대거 넘겨져야 한다는 점에 청와대는 별다른 이의가 없다. 이래서 청와대 정책실은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챙길 과제에 몰두하면서 대통령 직속의 각종 자문위원회와 공조체제로 위원회의 장기국정과제 업무를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왔고 실제로 그렇게 개편됐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고민은 현실적이다. 한 관계자는 “국정현안 점검업무를 총리실로 넘긴다 해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업무의 특성상 부처의 현안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데 매번 총리실로 진행상황과 자료, 정보를 일일이 넘겨받을 수도 없어 업무이관 등 재정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막말로 언제 시끌시끌한 현안이 불거질지 모르는데 청와대 수석이란 자리에서, 비서관이란 자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정책실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국정과제위원회인 지속발전가능위 산하에 환경비서관을, 시민사회수석 아래 시민사회비서관을 1, 2로 나누느니 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총리실 업무지원 쪽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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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