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74호 (2005년 01월 03일)

상사원 지고 딜러ㆍ벤처기업인 뜨고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뜨는 직업을 알면 시대가 보이는 법이다. 유망ㆍ신생직업이 산업구조 변화와 일맥상통해서다. 직업만큼 당시의 사회ㆍ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섹트도 물론 없다. 직업은 사회흐름에 따라 생성과 발전ㆍ변화, 그리고 소멸을 반복한다. 광복 후 60년간 한국경제는 수많은 직업변화를 겪어왔다. 단 몇 년 만에 사라진 희귀직업부터 60년 이상 끈끈한 명맥을 유지하는 장수직업도 있다. 경제발전과 함께 직업 숫자는 급증했다.

그렇다면 지난 60년간 한국경제 발달사와 함께 역사를 풍미한 직업들은 어떤 게 있을까. 어떤 직업이 생겨났고, 어떤 업종이 인기를 끌었을까. 먼저 50년대에는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상당수가 실업상태였거나 일용직 근로자였다. 이 시기 취업자의 약 80%는 농업ㆍ임업ㆍ수산업 종사자였다. 연탄배달원, 숯쟁이, 굴뚝청소원, 물장수, 얼음장수 등이 흔했다. 이들은 대개 돈벌이를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빈민층을 구성했다. 당시 인기직종은 교사, 전화교환수, 군인ㆍ경찰, 간호사 등이 차지했다. 전차운전사나 전화교환원은 떠오르는 신종직업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대는 섬유ㆍ합판ㆍ신발 등 경공업 전성시대였다. 광복 후 농경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산업화 시대로 옮아가는 시기였다. 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산업화의 중대한 기촉제가 됐다. 경공업 발달은 공장근로자와 기술ㆍ기능공을 대거 양산했다. 전자제품 조립원과 기타 경공업 기능공이 대표적이다. 사무직에서는 비서나 타이피스트 등도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스튜어디스나 탤런트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다. 당시 유망직종은 은행원과 공무원으로 양분된다. 일반기업체 직원급여의 2~3배를 받는 안정된 직업으로 손꼽혔다. 정부의 공무원 우대정책도 우수인재를 관가로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70년대는 수출주도기다. 정부의 강력한 성장드라이브로 민간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기다. 삼성ㆍ현대ㆍLG 등 오늘의 거대기업은 이때부터 재벌로서의 틀을 잡기 시작했다. 인기직종은 역시 대기업 상사원이 ‘No. 1’이었다. 이들은 수입대체ㆍ수출주도의 깃발 아래 외국을 넘나들며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해외건설 붐을 타고 수많은 중동근로자가 생겨난 것도 이때다. 건설노동자와 토목ㆍ설계기술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70년대는 또 금융권 종사자들의 몸값이 서서히 올라간 시기다. 은행은 물론 단자ㆍ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속속 생기면서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단연 인기 있는 신랑감으로 꼽혔다.

80년대는 이른바 고도산업기다. 노동집약형에서 자본집약형으로 중심산업이 이전되는 격변기였다. 따라서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에게 한정된 직업군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안정적인 대기업 회사원들의 몸값이 크게 상향 조정됐다. 80년대 초 대학입학 정원이 두 배 정도 늘면서 이들의 사회진출과 직업구성도 활발해졌다. 이들이 졸업할 무렵인 80년대 후반 증권시장 활황과 함께 대거 증권ㆍ투신사로 몰린 게 대표적이다. 반도체ㆍ컴퓨터ㆍ광고 등 첨단 직종이라 일컬어지는 신생직종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백댄서, 연예인, 운동선수 등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9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직업분화가 훨씬 가속화된다. 전문직 종사자가 상위권을 휩쓴다. 정보통신ㆍ금융업을 필두로 산업 전문화가 펼쳐진 결과다. 외환딜러, 선물거래사, 펀드매니저 등이 새로운 틈새ㆍ유망직으로 떠올랐다. 특히 정보통신과 인터넷산업이 고속성장했다. 벤처기업가가 연이어 탄생하면서 산업기반이 지식ㆍ아이디어 쪽으로 옮아가게 된다. 코스닥시장 붕괴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이들 첨단기술 종사자의 인기는 여전하다. 반면 이 시기 1차산업으로 분류되는 전통산업 종사자는 총취업자수의 15%까지 줄어들었다.

앞으로는 직업분류가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지식산업 비중이 급속히 늘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결합까지 이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향후 △첨단과학 △정보화 △노인ㆍ의료 △문화산업 △웰빙산업 △세계화 △사업서비스 등 7개 분야가 특히 유망할 것으로 발표했다. 가령 첨단과학부문에서는 생명공학(BT), 나노공학(NT), 환경공학(ET)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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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