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74호 (2005년 01월 03일)

거침없었던 질주…‘내가 주역’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한강의 기적’은 눈부셨다. 2005년 현재 한국경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10’에 근접해 있다. 몇몇 산업분야는 세계 표준을 선도하는 막강파워를 지녔다. 이제는 타이틀도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이 더 어울린다. 실제로 광복 후 오늘에 이르는 지난 60년간 한국경제는 고성장가도를 질주했다. 절망과 무일푼의 ‘잿더미’ 경제를 번영과 풍요로움의 ‘선진’ 경제로 변신시켰다. 성장엔진을 가동시킨 주역들도 수두룩하다. 수출주도형 경제답게 기업과 기업인이 앞에서 끌었다면, 정부ㆍ관료는 이들 수출전사를 뒤에서 든든히 떠받쳤다. 각자 나름의 포스트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오늘의 성과가 있었다. 이에 <한경비즈니스>는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60년간 한국경제에 기여한 기업ㆍ기업인ㆍ관료(경제부처)를 조사했다. 이들 불굴의 경제주역을 통해 한국경제의 발자취와 내일의 길을 조망해본다.

그간 한국경제는 잘 커왔다. 특유의 역동성과 집중력을 무기로 발군의 성적표를 거둬왔다. 이제는 고속성장의 표본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기업ㆍ기업인ㆍ경제관료 모두 공동의 목표를 향해 손잡고 뛴 결과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에 적극 동참했다. 이들 3자 협력구도는 지금도 계속된다. 논란은 있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한국경제의 성공스토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광복 60년, 한국경제 60년’을 주제로 <한경비즈니스>와 글로벌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평가항목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광복 이후 60년간 한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 △기업인 △경제관료 등을 응답자에게 물었다. 더불어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힘써야 할 일을 질문함으로써 설문을 마쳤다. 각 질문 모두 순위구분 없이 3개 응답을 원칙으로 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20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했다. 유효표본은 500명이었으며, 신뢰수준 95%에서 최대 표본오차는 ±4.4%다. 표본추출 방법은 광역시도별 인구비례 할당 후 무작위추출법을 사용했다. 설문조사는 2004년 12월16일 만 하루 동안 실시됐다.

조사결과 기업부문에서는 총 43개사가 답변으로 요약됐다. 삼성ㆍ현대ㆍLGㆍ대우 등 브랜드나 그룹명으로 이해되는 답변은 결과에서 제외했다. 개별기업만을 본 설문조사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답변의 절대다수는 그룹 계열사가 차지했다. 삼성(8개사), 현대(6개사ㆍ현대차그룹 포함) 등이 몰표를 얻었다. LG와 SK도 3개사씩 포함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탈(脫)대마불사’ 케이스였던 대우(5개사)와 기아(1개사)도 공헌기업 명단에 들어갔다. 동아건설, 유한양행, 대한항공, 대림건설, 코오롱, 쌍용양회, CJ 등도 랭킹에 합류했다.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옮겨 탄 포스코, KTF 등도 상위에 들었다.

한편 대다수의 공헌기업은 자본집약의 중후장대 스타일로 분류됐다. 산업분류로는 전자ㆍ건설ㆍ중화학ㆍ자동차 등이 많았다. 공헌기업 1위는 72.6%를 획득한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현대건설(2위ㆍ38.5%), 현대차(3위ㆍ36.9%), LG전자(4위ㆍ28.7%), 포스코(5위ㆍ12.5%)가 ‘빅5’ 진입에 성공했다.

기업인을 꼽는 질문에서는 모두 44명의 전ㆍ현직 기업인이 거론됐다. 1895년생의 고 유일한 유한양행 회장부터 1960년생인 최태원 SK 회장까지 다양한 재계 스타가 랭킹에 포함됐다. 역시 대부분은 회사(그룹) 창업주였거나 그 가계의 후대 경영인이었다. 삼성ㆍ현대ㆍLGㆍSK 등 재계 명문가 기업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2~3대가 함께 한국경제에 공헌한 가문도 적잖았다. 가령 LG는 창업자(구인회), 2세(구자경), 3세(구본무)가 모두 호평을 받았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몇몇도 응답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자수성가의 상징으로 굵직한 궤적을 남긴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1위(83.2%)에 랭크됐다. 46.9%의 지지율을 얻은 2위는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차지했다. 아들인 이건희 회장은 39.8%를 얻어 종합 3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점하는 삼성의 비중과 파워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외유랑 중인 김우중 전 대우 회장(4위ㆍ16.1%)과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5위ㆍ8.8%)이 그 뒤를 이었다.

500명의 응답자가 선택한 ‘한국경제에 기여한 경제관료’는 모두 28명으로 조사됐다. 개발경제 당시 경제부처 수장부터 현직 경제팀 리더까지 다양한 인물이 공헌관료 명단에 들었다. 절대다수는 경제부총리나 재경부 장관 등이었고, 상공부(현 산업자원부)나 청와대 경제수석도 일부 포함됐다. 1위는 조순 전 부총리로 나타났다. 32.8%의 응답자가 조 전 부총리의 경제기여에 동의했다. 그는 88년 부총리ㆍ경제기획원 장관을 위시해 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을 거친 이론과 현실을 두루 겸비한 ‘경제통’으로 이름이 높다. 현 참여정부의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는 2위(26.7%)에 안착했다. 경제부처 핵심요직을 두루 거쳤고, IMF 직후 구조조정을 도맡아 진행시킨 주역이다. 진념(3위ㆍ19.1%), 김만제(4위ㆍ10.2%), 김진표(5위ㆍ7.0%) 전 부총리가 그 뒤를 이었다. 최각규, 임창열, 고 서석준, 강봉균, 박승 한은 총재 등이 나머지 ‘톱10’ 자리를 꿰찼다.

돋보기 향후 한국경제가 역점 둬야 할 부문

경제 뒷덜미 잡는 정치, ‘공공의 적 1호’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앞으로 가장 힘써야 할 부문은 경제 활성화로 나타났다. 30.9%의 응답자가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했다. 특히 3040세대의 경제 활성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경향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심했다. 그만큼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 대한 우려감이 적잖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일자리 창출이 우선순위 2위로 꼽혔다. 응답자의 24.5%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실업문제를 걱정했다. 남자보다 여자가, 4050세대보다 2030세대의 요구가 많았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정치가 안정돼야 한다는 응답자도 10.2%에 달했다. 이 항목은 응답자별 특성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골고루 응답을 받았다.

중소ㆍITㆍ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10.0%가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리려면 이들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물가안정도 선순위 문제였다. 9.4%가 치솟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상 최대 수출에도 불구, 수출증진(5.7%)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밝혀졌다. 기업규제를 풀어야 한다(3.9%)는 응답자도 적잖았다. 서민복지 증진(3.0%)을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정직한 게임의 법칙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무대를 만들 것(2.7%)을 요구한 응답자도 있다. 외자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노사문제(2.3%)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국회의원들의 정신개혁(2.1%)과 정치인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증진(2.0%)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일부 나왔다. 이밖에도 응답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로 총 63개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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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