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진념 전 부총리 나란히 2·3위 차지, 전문관료 출신 압도적

이번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경제관료로 조순 전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현 재정경제부)이 선정됐다. 조 전 부총리는 무려 32.8%의 설문응답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영예의 1위를 차지한 것. 조 전 부총리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88년 12월부터 90년 3월까지 약 1년5개월여 동안 재임했다.조 전 부총리가 1위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원칙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이 국민들 머릿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포청천’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그의 이미지는 강직하고 깨끗하다. 또 하나 경제학 분야 최고의 학자출신이라는 점 역시 큰 메리트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장을 지내고 대통령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점도 인지도 면에서 다른 경제관료를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2위는 26.7%의 지지를 받은 이헌재 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차지했다. 이번까지 두 번에 걸쳐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있는 이부총리는 경제를 읽는 안목이 뛰어난데다 소신이 뚜렷해 어려운 시기의 선장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어 3~5위는 진념(19.1%), 김만제(10.2%), 김진표(7.0%) 전 경제부총리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 사람은 일한 시기는 모두 다르지만 재임기간 중 경제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퇴임 후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선거에 나가 국민들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김만제 전 부총리도 국회의원을 지냈다.이어 6~10위에는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6.5%),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5.7%), 고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5.2),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5.0%), 박승 전 건설부 장관(4.6%)이 차례로 포함됐다. 최 전 장관은 두 번에 걸쳐 경제장관을 지냈고, 서 전 부총리는 5공화국 시절 ‘아웅산 사태’로 아깝게 유명을 달리한 인물이다. 박 전 장관은 앞서 언급한 조순 전 부총리와 같은 대학교수 출신이지만 강인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성공한 경제관료로 기록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런 점을 인정받아 대학으로 돌아갔다가 지금은 한국은행 총재로 재직 중이다.아깝게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지지세를 확보한 경제관료로는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3.7%),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3.3%), 남덕우 전 국무총리(2.7%), 고건 전 국무총리(2.6%),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2.0%), 정인용 전 경제부총리(1.3%), 이진설 전 건설부 장관(1.2%), 고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1.1%), 이경식 전 경제부총리(0.7%), 박태준 전 국무총리(0.7%) 등이 꼽힌다.이들 경제관료는 박정희 시대에는 한국경제의 산업화를 주도하는 브레인으로 활약했고, 5공화국 시절에는 서민경제 안정에 주력하며 경제장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또 민주화가 된 이후에는 새 시대에 맞는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경제장관들은 대부분 관료출신이다. 행정고시 등을 거쳐 관계에 들어온 이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한 케이스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다른 부처의 장관들보다 상대적으로 전문관료가 많은 것이다. 이는 경제라는 전문분야를 비전문가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또 간혹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나 정치인 출신들이 중용되기도 했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원래 교수출신이 장관이 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박승 전 장관은 성공한 관료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