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 초에는 희망과 기대가 부푼다. ‘올해는 돈을 좀 벌었으면’ 하는 게 모든 투자자의 바람일 것이다.지난해에는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연초에는 국제적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급등, 9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돌연히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라는 악재가 시장을 강타, 며칠 만에 주가가 900선에서 700선으로 추락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올해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난해의 시장재료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는 유가상승, 중국경제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3가지 악재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또 내부적으로는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초조함이 짙어졌다.그렇다면 올해 시장은 어떨까? 이 같은 악재가 모두 해소되고 상승국면으로 들어갈까? 사실 가늠하긴 힘들다. 지난해 말 장세가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말 주가가 700에서 900 근처까지 올라간 것에 대한 해석이 힘들다. 초기반등은 기술적 반등의 성격과 함께 △중국 경착륙 우려의 해소 △유가 급등세 진정 △정부의 경기인식 전환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800 이후의 상승세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올해 초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고,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주가는 급등했다.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보면 지난해 말 주가상승은 기업실적별로 재평가작업이 진행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개별종목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따라 주가가 차별적으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국내경제가 내수부진으로 2분기 이후 성장률이 낮아졌고, 체감경기가 썰렁해졌지만 수출호조가 시장에 모멘텀으로 갖게 했다. 실제 환율이 급락한 지난해 11월에도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나 늘어났다.또 IT업종의 부진을 비(非)IT가 만회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배당투자 메리트가 부각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투자유인 요소로는 정부의 경기에 대한 인식전환도 한몫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해 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에 대비한 선행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올해 시장은 지난해 말의 기조를 이어가다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에 제한적 상승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이유는 IT경기의 조기회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1분기 중반까지는 780~930의 박스권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그러나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하반기 국내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2분기 말에는 1000선 돌파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말에는 1100선 돌파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는 이렇다. 지난 10년간 지속됐던 500~1000대의 박스권을 탈피할 수 있는 여건이 지난해 갖춰졌다는 점이다. 우선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공급물량이 대폭 줄어든 반면, 장기투자 성격의 주식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연기금 등 국내기관의 주식매수가 지난해 말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적립식펀드를 필두로 한 자금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주식형 적립식펀드의 잔액은 2005년 1조7,200억원,2006년 3조3,200억원,2007년에는 5조4,8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5년 9,000억원,2006년 1조6,000억원, 2007년에는 2조1,500억원이 주식시장으로 신규 유입된다는 얘기다.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현 가입자수 등을 감안할 때 적립식펀드 규모가 이보다 더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적립식펀드 계좌수는 주식형이 70만개, 채권형이 10만개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주식형의 경우 매달 평균 납입금액을 30만원으로 쳐도 한달이면 2,100억원, 1년이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신규자금이 유입된다는 얘기다.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적립식펀드 자금은 매달 소액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증시의 반등을 이끄는 수급주체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강화시키면서 종합주가지수의 저점을 꾸준히 높여줄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또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연기금 자금운용 규모는 11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주식투자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17%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중장기적인 주식수요 기반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실질적으로 연기금은 지난해에 1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면서 외국인 매수공백을 채웠다는 점에서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강해질 것으로 추정된다.반면 공급물량은 대폭 줄어들고 있다. 국내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40%를 웃도는 상황이고 우량주는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은 계속 늘어나 유통물량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01년 1조3,000억원이었던 자사주 매입규모는 지난해 5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국제유동성 전망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환율하락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지만,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채권보다 주식투자 메리트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의 주요 펀드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대부분 증권사들이 올해 시장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우, 현대 등 대다수 증권사들은 올해 지수전망을 1000선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에 걸친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주식을 사야할까? 다양한 전략이 수립될 수 있겠지만 IT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연초에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초에 배당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고배당주를 사들인다면 상반기 안에 10% 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올해 증시의 주요 테마로는 IT(정보기술)경기 회복에 맞춰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정보 네트워크 접속가능)와 디스플레이 관련주가 가장 유망한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은 ‘2005년 투자전략보고서’에서 올해 증시를 이끌 8대 테마로 유비쿼터스와 디스플레이 관련주 외 △경기 활성화주 △PEF(사모투자전문회사) 관련주 △웰빙주 △엔터테인먼트주 △원화 강세주 △배당주 등을 꼽았다.유비쿼터스 분야는 기본칩인 RFID를 생산하는 기업과 TV를 통한 인터넷접속(IPTV)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 유망하며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LG산전, 포스데이타, 신세계I&C, KT, 하나로통신 등이 관심주로 꼽혔다.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는 디스플레이주는 올 하반기께 최고 유망 테마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그 대상이다.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 수혜주로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계룡건설 등이,IT 투자확대 수혜주로는 SK텔레콤, KTF, 포스데이타, 쌍용정보통신 등이 선정됐다. PEF도입에 따른 M&A 관련주로는 △대주주 지분이 낮은 한솔제지, 현대산업개발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자산가치가 우량한 한진중공업, 금호석유화학, 한화 등이 꼽혔다.소득수준 향상과 여가활동 증가에 따른 웰빙ㆍ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유망 테마주로 선정됐다. 웰빙 관련주로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LG생명과학, CJ, 풀무원 등이, 엔터테인먼트주로는 엔씨소프트 NHN, CJ엔터테인먼트, 강원랜드 등이 대표종목으로 거론됐다. 이밖에 원화 강세 수혜주로는 원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포스코와 동국제강, 고려아연, CJ, 농심 등이, 고배당 관련주로는 KT와 포스코, KT&G, 가스공사, 현대중공업, 동부건설, 대원강업, LG건설, LG석유화학 등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