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474호 (2005년 01월 03일)

법정신 어긋나면 절대 ‘노’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단지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법정신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법을 제정한 정신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 하지 말아야죠.”

BAT(British American Tobacco)코리아의 안홍철 전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사회공헌 활동에 얼마의 돈을 쓰느냐 하는 양적인 개념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업 내부의 문화와 철학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담배업체인 BAT의 한국법인인 BAT코리아는 최근 2년간 ‘사회와의 대화’라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업의 책임을 규명하고 이에 따른 약속 사항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국제적인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아 보고서로 발간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안전무는 사내에서 ‘사회와의 대화’를 비롯해 각종 사회책임 경영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그의 영문 직책은 CORA(Corporate Regulatory Affair) 최고책임자다.

CORA는 BAT가 사회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부 규제기준을 정해 놓고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감독하기 위해 설치한 직함이다. 불법이나 부정만을 감시하는 감사실과는 달리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이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틀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BAT코리아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사결정과 활동은 안전무의 ‘OK’ 사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제가 ‘NO’라고 말하면, 어느 부서든 하던 일을 중단해야만 합니다. 내부기밀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에도 매출감소를 감수하고 제 손으로 영업 프로그램 하나를 금지시켰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입법 취지까지 고려해 보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매출이 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법 이전의 법정신이 중요한 것이죠.”

안전무가 소개하는 BAT의 사회책임경영 관련 규정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사회공헌활동이라도 해서는 안될 것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공연이나 체육행사 등에 스폰서로 참여할 수 없다. 후원업체로서 좋은 이미지를 얻는 것이 결국 이들을 담배소비자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BAT코리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새해에는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한국기업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예산을 지원해서 사회책임경영을 위한 오피니언 리더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업행동강령을 제정해 18개 사항을 실행하며,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주요지역에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위한 별도의 시설을 갖춘 식당이나 유흥업소 등을 조사해 안내책자를 발간하는 등의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무는 “최근 국내기업들도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오는데, 정말 진지한 자세로 할 생각을 갖고 덤벼들어야 한다”며 형식적인 사회책임경영 추진에는 일침을 가했다.

“국내기업들은 아직도 사회공헌이나 윤리경영을 여론 무마용으로 생각하는 사례가 많은데 빨리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약력 : 1950년생. 69년 경남고 졸업. 77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91년 미국 샌디에이고대 석사. 76년 대신증권 입사. 79년 행정고시 합격(국세청 근무). 92년 월드뱅크 근무. 99년 재경부 국제금융센터 부소장. 2001년 iPark Boston 컨설팅 사장. 2004년 BAT코리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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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