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한 책 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라면 뮤지컬 <아이러브유>의 내용에도 공감할 게 확실하다. 남녀간 사고방식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각기 다른 별에서 온 인종으로 설정, 해결해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준 게 이 베스트셀러의 매력이었다. 뮤지컬 <아이러브유> 역시 남녀의 첫 만남,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 서로를 위한 기다림 등을 경쾌한 분위기 속에 똑 부러진 심리묘사로 표현하고 있다.현재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9년째 상연되고 있는 이 작품의 원제는 . 말 그대로 사랑하는 완벽한 상대를 두고도 부족함을 느끼는 일상적인 남녀의 사랑을 다룬다.긴 제목 이외에 이 작품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레뷔(Revue)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표방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옴니버스 구성으로 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노래와 춤, 스토리를 엮어내는 방식을 말한다.따라서 이 뮤지컬에는 총 20개의 다른 스토리가 들어 있다. 남녀의 첫 만남에서부터 내숭과 허풍, 결혼하는 과정을 다룬 게 1막이며 2막은 가사와 육아, 노부부의 일상, 배우자의 죽음과 홀로서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이 공연은 관객이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을 정도의 유머를 담고 있다. 마치 TV시트콤을 연상시키듯 맛깔스러운 대사와 밝은 톤의 노래, 다소 과장된 몸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남과 여, 서로 다른 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체로 1막에는 웃음위주, 2막은 감동위주의 10~15분짜리 스토리들이 들어 있다.이렇게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것은 원작의 탄탄한 구성 덕분이지만 ‘한국 초연’의 부담을 안고 무대에 선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네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이기도 하다.남경주와 이정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뮤지컬배우다. 이 두 배우가 노련함으로 무대의 중심을 잡는다면 정성화, 오나라는 여기에 풋풋함을 더한다. 특히 TV코미디언으로 더 유명한 정성화는 안정된 가창력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의외성의 재미를 준다. 또 자칫 산만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20개의 스토리 구성을 관객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이 매 스토리가 끝남과 동시에 순발력 있게 새로운 인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이 작품은 오프브로드웨이 최장수 공연작으로 꼽힌다. 또한 전세계 150개국에서 공연됐거나 공연 중이다. 단 4명의 배우와 피아노, 바이올린 1대씩만으로 꾸며진 이 작품의 성공은 기획력이 뮤지컬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초대형 수입뮤지컬 홍수 속에 창작뮤지컬이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우리나라 뮤지컬 현실을 타개해 가는 열쇠 역시 바로 이 기획력에서 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 아닐까.2005년 1월30일까지/연강홀/02-501-7888동물원 <아듀2004>콘서트추억 곱씹으며 보내는 송년의 밤1988년 데뷔한 그룹 ‘동물원’은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변해가네’ 등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화려하지 않지만 특별한 방송활동 없이도 그동안 매진사례 속에 콘서트를 열어왔던 그룹이 동물원이다. 1일 휴가 웰빙콘서트라는 독특한 컨셉의 <미술관 옆 동물원> <동물원과 함께하는 가을소풍>은 특히 3년 연속 전회 매진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물원의 음악은 일상처럼 단순하고 순박한 맛이 있어 오히려 돋보인다는 게 기획사측의 말이다. 이미 1,500회 이상의 소극장과 야외콘서트를 열어온 동물원이지만 유례없이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만큼 입체적인 무대를 통한 시각적인 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무대구성에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연출팀과 스태프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12월3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556-0384공연&전시▶소프라노 신영옥과 함께하는 2005 신년음악회조수미, 홍혜경과 함께 한국이 낳은 3대 소프라노로 세계 음악 팬을 사로잡고 있는 신영옥의 목소리를 가까이 들을 수 있는 기회. 헨델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에서부터 신년음악회 꽃이라 불리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까지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호암아트홀 개관 20주년,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0주년 기념 무대이기도 하다.2005년 1월9일/호암아트홀/02-751-9606~10▶연극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프랑스의 젊은 작가 에릭 에마뉘엘 슈미트 원작인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현대 커플들이 겪고 있는 관계의 아이러니를 엮은 작품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편과 그를 자신이 원하는 남성으로 재구성하려는 아내의 스토리를 담았다. 특히 아내 리자 역에 방송인 허수경씨가 열연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2005년 2월27일까지/산울림소극장/02-334-5915▶<마당놀이 삼국지>영원한 고전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권력을 향한 인간 군상의 다툼을 다루며 이를 통해 인생무상과 상생의 메시지를 전한다. 중국의 위ㆍ촉ㆍ오 삼국을 각각 우리나라 전라ㆍ경상ㆍ충청도에 대입시켜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상징화했다. 이로써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 사회, 문화적인 코드를 첨가해 재미를 더했다.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등이 출연한다.2005년 1월2일까지/상암월드컵경기장 내 마당놀이 전용극장/02-747-5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