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십계와 불교의 오계는 나란히 도둑질을 금지 항목에 올려놓았다. 도둑질은 동서고금을 통해 반사회적 범죄행위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관대한 시선도 공존했다. 의적이 아니더라도 명수가 되면 영웅으로 대접받곤 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훔친 불을 전수받은 뒤 사람이 비로소 사람답게 살게 됐다는 신화에서 비롯된 것일까.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액션스릴러 <오션스 트웰브>는 절도행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 기초해 ‘도둑영웅’들을 그린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도둑질이 범죄라기보다 게임이자 유희이며 하나의 매혹적인 세계이다. 절도행각의 주인공들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줄리아 로버츠 등 이 시대의 우상들이다. 도둑질은 음습한 어둠의 공간이 아니라 눈부시게 화려한 배경으로 펼쳐진다. 수반되는 정서도 공포와 두려움이 아니라 유머이다. 잘 짜여진 플롯에 따라 완전범죄가 일어나고 여기에서 통쾌감을 전달하는 것이 이 작품의 전략이다.<오션스 일레븐>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전편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억6,000만달러를 턴 오션 일당이 피해자인 카지노계의 거물 테리(앤디 가르시아)에게 발각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오션 일당은 재탕을 결의하고 유럽의 괴도(뱅상 카셀)가 오션 일당에게 ‘세계 최고의 도적’을 가릴 것을 도전하면서 절도행각은 게임으로 바뀐다. 단조롭던 전편에 비해 구성이 훨씬 다채롭다. 먼 과거, 가까운 과거, 현재 등이 시간적으로 뒤섞이고 전설의 도둑부녀가 재회하며 경찰과 도둑간의 사랑도 끼어든다.이 작품은 도둑질을 선망의 대상인 문화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절도범을 잡아야 하는 경찰(캐서린 제타 존스)과 절도에 방관적인 태도를 취했던 오션의 아내(줄리아 로버츠)마저 끌어들일 정도로 도둑질은 매혹적인 세계다. 이 영화에는 폭력이 거의 없다. 협박조차 은근하고 완곡한 어투다. 또한 누구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다. 도둑맞은 돈과 귀중품은 보험에 가입돼 있고 귀중한 미술품은 반환된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돈을 획득하는 과정이 관심거리다. 팬(카메라 중심축을 고정시킨 채 렌즈만 좌우로 돌려 찍기) 촬영방식으로 처리된 도둑들의 모의 장면은 열정적이고 화기애애하다. 그들은 마치 한가족 같다.도둑들은 그들 나름의 규칙을 준수하고 패배자는 깨끗이 승복한다. 유럽 운하 위 저택, 지중해 연안의 별장 등 아름다운 배경도 눈을 사로잡는다. 도둑들의 패션감각도 모델을 방불케 한다. 도둑질과 할리우드의 쇼비즈니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이 작품의 목표는 분명해진다. 도둑질 과정에서 가짜 줄리아 로버츠가 진짜 로버츠 행세를 하고 카메오로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가 눈치 없이 끼어드는 것이다.그러나 관객 속이기 플롯에는 충실하지만 관객을 참여시키는 플롯이 부족하다. 훔치기 경쟁에서 최후의 반전에 앞선 복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플롯이란 복선과 암시를 줬지만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관객들이 깨닫는 구조이다. 1월7일 개봉, 12세 이상.개봉영화▶월드 오브 투모로우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SF어드벤처. 2차대전 중인 1939년 뉴욕에 대형 로봇들이 침략하는 가상상황이 펼쳐진다.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희한한 풍경을 그리지만 관습적인 연출로 흥미가 떨어진다. 감독 케리 콘란▶샤크할리우드와 미국 대중문화를 패러디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바다 속 세계를 배경으로 상어와 물고기들의 다툼과 화해가 유머러스하게 그려졌다. 목소리연기 윌 스미스, 로버트 드 니로, 르네 젤위거, 앤젤리나 졸리, 잭 블랙, 마틴 스콜세지, 감독 비보 버거론, 비키 젠슨, 롭 레터맨▶쿵푸허슬주성치가 주연, 감독한 액션코미디. 축구를 소재로 과장된 액션을 담은 그의 전작 <소림축구>처럼 쿵푸 무술을 극단적인 양식으로 표현한 작품. 무술고수들과 도끼파 조폭들의 한판 대결이 볼 만하다.▶철수♡영희장난꾸러기 초등학생 철수가 전학을 온 모범생 영희를 짝사랑하면서 겪는 좌절과 희망의 노래를 담았다. 어린이들의 세계가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감독 황규덕, 주연 박태영 전하은▶몽정기2미남 교생선생을 차지하기 위한 여고생들의 성적 호기심이 코믹하게 전개된다. ‘뽕브라’ 하기, 귀에 신음소리 내기, 남자나체 훔쳐보기, 교복치마 접어 올리기 등 여학생들의 행태가 허리를 꺾어놓는다. 감독 정초신, 주연 이지훈, 강은비, 전혜빈, 박슬기, 신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