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교육 위해 4개월 휴무… 글로벌 경영교육 확산 박차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은 2003년 자사의 임원교육 프로그램인 KEDP 입학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날로 치열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이론정립의 기회를 주고… 아무리 회사가 어려워도 교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것이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됐다.”조회장의 인사말은 임원교육에 대한 최근 기업들의 분위기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인력 중 핵심인력인 임원들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고는 기업이 생존할 수 없다는 다급함이 묻어난다.임원은 흔히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생산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에 적을 두고 있는 한 심지어 CEO마저 끊임없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대되는 것은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다.임원이 되기까지는 몇차례의 승진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기업이 승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급별 과제해결 능력시험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바뀐 업무에 대한 적응도를 높이자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다. 하지만 승진교육의 내용과 기간은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LG그룹의 경우 직급이 올라갈수록 승진교육 기간이 길다. 대리와 과장 승진의 경우 4박5일, 부장은 7박8일, 임원승진 대상자인 예비경영자로 올라설 때는 9박10일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를 모두 더하면 28일, 400여시간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80시간의 사이버 교육도 포함돼 있다.‘2010년 세계 5위 자동차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현대자동차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회사는 중장기 인재육성 계획과 연도별 경영방침에 따라 계층별, 부문별 교육 이수시간을 정하고 수혜율을 관리하는데 간부사원들은 신임교육, 향상교육, 승진후보자 교육 등 직급별 정기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회사측에 따르면 5년차 교육과정인 전략적 리더십 과정과 품질경영 과정은 수료율이 90%에 달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다.업무능력 외에 외국어와 IT자격시험 등 별도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다. LG는 자체개발한 영어능력 평가 프로그램인 LGA-LAP와 소정의 IT자격 기준을 만족시켜야 임원이 될 수 있다.효성그룹은 일반적인 승진교육 외에 연간 96시간의 아카데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략적 사고, 회계,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 이 과정에 대한 학습성과를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어렵사리 임원이 된 후에는 더욱 혹독한 교육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인 만큼 기업의 업종, 규모 등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주요기업의 경우 자사의 목적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한화 신임임원, 일주일 합숙교육LG의 임원교육은 교육대상에 따라 구분된다. 우선 회장단과 각 계열사의 CEO, 사업본부장 등 50여명의 최상위 임원들은 ‘글로벌 CEO 컨퍼런스’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매년 8월 실시되는 이 컨퍼런스는 20시간의 마라톤 회의로 국내외 석학들의 강의와 토의,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LG의 전략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이다.상무, 부사장급 임원들은 최고경영자 육성 전문 프로그램인 EnDP(Enterpreneur Development Program)를 이수해야 한다. 10개 과정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 가운데 매년 최소 1개 이상의 과정을 선택해 들어야 한다.글로벌 경영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CEO의 추천을 받은 상무급 인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 교육은 영국의 LBS(London Business School) 등 캐나다, 일본, 인도, 프랑스 등의 비즈니스스쿨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각국 대표기업의 간부들이 함께 참여해 국제적인 마인드를 키우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SK그룹은 10여년 전부터 체계적인 임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94년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임원육성제도(EMDㆍExecutive Management Development)를 도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EMD제도는 크게 임원자격요건, 평가와 선발, 개발과 육성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SK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가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요건을 만족시켰다고 해서 누구나 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사는 물론 관련부서와 부하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방 평가를 거쳐야 임원이 될 수 있다.임원이 된 후에도 철저한 교육을 실시한다. 신임임원들의 경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전략적 사고와 경영전략 수립 능력 강화, 변화에 대응하는 리더십 역량 개발 등이 주요내용이다.멘토링 시스템도 도입했다. 직속상사가 아닌 상사, 존경받는 퇴임임원, 저명한 학자 등을 카운슬러로 위촉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교육인 TIC(Thunderbird International Con-sortium) 과정도 주목된다. GE, 다우케미칼, AT&T 등 세계적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이슈를 토의, 발표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제적인 경영감각과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과정임은 물론이다.대한항공은 국내 대학과 연계한 임원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서울대 경영대학과 공동으로 개설한 고급MBA 과정인 ‘KEDP 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상무급 이상 임원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4개월간 업무를 완전히 떠나게 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원은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29명에 달했다. 임원교육에 대한항공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또 90년부터 경영전략 수립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AMP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상무급 임원은 누구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주요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한화그룹의 임원교육은 4가지로 나뉜다. 우선 신임임원은 일주일의 합숙교육을 받는다. 임원으로서의 마인드 함양이 교육의 골자다. 재경분야의 임원은 별도의 특강을 받아야 한다. 경영에 대한 저변지식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며 매월 실시되고 있다. 분야별 전문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도 개설했다. 매년 상ㆍ하반기 2회에 걸쳐 맞춤형 임원능력향상과정을 두고 있는 것. CEO가 되기 위해서는 주요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능력향상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효성도 신임임원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경영자로서의 역할, 리더십, 의사결정능력 향상 등 타사와 유사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임임원 본인이 해결해야 할 경영과제를 선정한 후 이를 액션러닝(Action Learning) 방식으로 해결하게 하는 방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육이 실제 경영성과로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또 매년 1~2회 임원집합교육을 마련해 전략경영과 이익창출능력을 배양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리더십교육을 실시했다.CEO를 위한 교육도 있다. 매월 국내외 저명인사를 초청, 경제ㆍ경영동향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은 15주간의 ‘디지털CEO’ 과정을 두고 임원의 능력계발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선진기업에 연수를 보내 전략수립 능력을 강화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전문지식 습득에 도움을 주고 있다.두산그룹도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CEO에 대해서는 ‘CEO 디벨로프먼트 프로그램’(CEO development Program)이라는 별도의 과정을 마련해 임원양성에 땀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