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프리카·중앙아시아도 손안에… 채널 자체 수출 움직임도

영화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실적은 2004년에 최고조에 달했다. 전세계 62개국에 총 194편을 5,828만4,600달러에 팔았다. 2003년과 비교하면 88%나 늘었다. 편당 수출가도 30만436달러로 2003년의 18만8,896달러에서 훌쩍 뛰었다. 한국영화 수출액의 이 같은 변화는 그야말로 한류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늘어난데다 특히 아시아지역 증가폭이 크기 때문. 2003년에는 북미지역 수출이 늘고 유럽지역 수출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아시아지역 점유율이 77.8%에 달했다.더욱이 지난해에는 한국영화 수출의 일본 집중현상이 두드러졌다. 일본 내 한류 열풍과 함께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스캔들: 조선남녀 상열지사>, <누구나 비밀을 있다> 등 한국영화가 일본에서 대거 개봉됐다. 또한 지난해 말 개봉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쉬리>가 세운 역대 일본 개봉 한국영화 흥행 최고기록을 깨뜨렸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270만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일본에 팔렸다. <달콤한 인생>, 등은 제작을 마치기도 전에 판매가 결정됐다.이처럼 한국영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프로모션 투어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데다 할리우드 영화보다 판권료가 낮기 때문이다. <겨울연가>와 ‘욘사마’ 열풍이 한몫 단단히 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여성관객이 주도하는 일본 영화시장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물이 인기가 있다는 게 해외영화 마케팅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일본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배우와 감독의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한국 내 흥행성적과는 별개로 각 나라별 문화코드에 맞는 영화가 인기를 얻는다는 점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유럽에서는 <올드보이>처럼 독특한 컨셉이 있는 영화가 관심대상이다.결국 한류 열풍으로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 수출은 각국의 문화를 고려한 기획력으로 수출국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국내 영화시장의 발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금처럼 몇몇 블록버스터 영화에 관객이 집중되는 현실 속에서는 해외에 수출할 만한 수준 높은 작품이 다양한 장르에서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류스타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한국영화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한국영화의 브랜드화가 이뤄질 때 해외수출의 상승세를 이어가리라는 전망이다.드라마“욘사마, 지우히메, 뵨사마.”이제는 우리나라 온 국민에게도 친숙한 탤런트 배용준, 최지우, 이병헌의 일본 애칭이다.최근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본인 60대 할아버지도 한국인을 보면 ‘욘사마’라고 외친다”고 말할 정도다.수출된 국내 드라마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다. 일본에서는 놀라운 기록인 시청률 20%를 넘겼던 <겨울연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배경음악을 담은 음반은 100만장 넘게 판매됐다. 수출 드라마의 OST와 DVD 등 관련상품 또한 연일 매출호조를 보이고 있다.KBS의 경우 일본에서 <젊은이의 양지>,<여름향기>, <첫사랑> 등이 방영 중이다. <여름향기>는 전세계에서 화제를 일으킨 미국 드라마 시리즈 <섹스앤더시티>의 일본 시청률과 비슷할 정도. KBS 드라마는 최근 아프리카 시장도 뚫어 가나에는 <겨울연가>가, 이집트에서는 <겨울연가>, <가을동화>가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다. 아울러 <겨울연가>는 지난해 NHK 유럽 위성서비스와 NHK 유럽 북미서비스를 통해 유럽땅에까지 퍼졌다.MBC의 <대장금>은 대만,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모은 뒤 올해부터 홍콩에서도 인기몰이에 나섰다. 중국 호남TV와도 계약 협의 중이다. <대장금> 외에도 MBC <이브의 모든 것>은 2월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영되며 <허준>은 현재 몽골에서 방영 중이다. 또 <호텔리어>가 가나, 요르단, 알제리, 이집트 등 중동 9개국에 방영될 예정. <불새> 또한 최근 가나로 수출했다. 이렇게 수출국가가 다변화되자 MBC측은 드라마 홍보자료를 영어로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어와 중국어, 스페인어로까지 제작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SBS는 지난해 50여개의 드라마를 해외시장에 안겼다. <천국의 계단>은 일본과 대만, 홍콩,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전파를 탔고 <파리의 연인>은 지난해 12월부터 필리핀, 홍콩, 대만에서 사랑받고 있다. <파리의 연인>의 주인공 박신양, 김정은은 새로운 한류스타로 떠오르며 대만의 GTV가 이들을 현지에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한 방송사는 이들의 인터뷰를 위해 직접 대만까지 날아왔다는 후문.이런 성과로 방송사가 벌어들인 돈을 어느 정도일까. KBS는 2003년과 2004년 영상물 수출로 각각 1,100만달러, 1,5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MBC 또한 2003년 1,200만달러, 2004년 2,060만달러어치의 영상물을 수출했다. 수출 영상물 가운데 90% 이상은 물론 드라마다. 문화관광부 집계결과에도 ‘한류 드라마 열풍’이 반영됐다. 우리나라 전체의 TV 영상물 수출액은 2003년 4,200만달러에서 2004년 7,500만달러로 훌쩍 뛰었다는 것.외양은 화려해 보이지만 현재 ‘한류 드라마’는 ‘거품논쟁’에 휘말렸다. 한류 드라마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개별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방송채널 자체를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KBS 글로벌전략팀의 김신일 PD는 “디즈니가 전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 디즈니 채널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라며 “드라마 등 영상물 콘텐츠 자체는 유행을 탈 수 있고 흥망성쇠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PD는 이어 “하지만 국내의 영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방영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다면 드라마의 인기 여부와는 관계없이 계속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의 경우 개별 콘텐츠 수출도 중시하지만 채널을 통한 서비스를 보다 크게 생각한다는 얘기. KBS는 미주지역에 현재 글로벌 채널 KBS-WORLD를 통해 하루 10시간 영어자막 방송을 내보내는 중이다.김PD는 또한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줄거리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슷한 내용과 영상, 배우로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오히려 한국드라마 브랜드를 깎아낼 수 있다”며 “보다 창의적인 드라마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박재복 MBC프로덕션 국제사업부장은 드라마 수출의 가격 올리기 경쟁을 경계했다. 박국제사업부장은 “단기성과에 집착해 수평적 시장 넓히기보다 수직적 가격 올리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근본적 품질경쟁력과 마케팅력을 키위기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에 소홀해 온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음반음반시장의 한류 바람은 크게 일본과 중국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아가 일본시장을 대표한다면 중국시장에는 베이비복스에서 백지영, 비 등을 거쳐 신해철, 이승철로 이어지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진출하고 있다.국내시장에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음반시장의 경우 한류는 단순한 인기스타의 탄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내 음반시장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열쇠가 한류 열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반시장이며 중국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13억의 소비인구를 가진 잠재시장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약 6조원 규모로 완전한 분업화 수준에 올라 있는 일본 음반시장에서 한국가수가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언어능력과 초기단계부터의 면밀한 기획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 톱스타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보아는 이미 알려진 대로 철저하게 키워진 가수다. 타고난 재능과 함께 데뷔 이전부터 영어와 일본어, 노래와 춤을 장기간 훈련받았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아시아의 별’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중국에서는 특정 가수가 아닌 여러 장르의 한국가수들이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흔히 한류 1기로 불리는 베이비복스, HOT, NRG 등 5인조 아이돌 스타와 함께 2기로 R&B 컨셉의 비, 라틴음악을 상징하는 백지영 등도 인기를 끌었다. 올해부터 시도 중인 3기 한류에는 신해철이나 이승철 같은 밴드가 해당된다. 결국 중국 음반시장의 한류는 젊은 댄스가수 중심에서 장르의 다양화와 아티스트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음반시장 한류를 계속해서 경제효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예술장르와 마찬가지로 몇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산업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본 음반시장은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관련해 활동하는 고급인재가 상당수다. 또 분업화에 따른 전문인력도 풍부하다. 따라서 국내 음반시장에서도 일본 음반업계의 아이디어를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기획력을 지닌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또 중국시장은 불법복제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 중국 현지 음반회사의 경우 아예 정품을 불법복제 음반과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음반업계 한류 열풍의 대표주자인 SM 역시 이런 트렌드를 좇아 음반 가격을 낮추고 음반보다는 공연과 이벤트 위주로 가수활동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게임게임업계의 한류는 그 어떤 장르보다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비디오ㆍPC게임이 주도해오던 세계 게임시장의 흐름은 이제 ‘한국식’ 온라인게임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중국에서 온라인게임의 한류를 주도한 것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이다. 2001년 약 60만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며 인기게임으로 떠오른 ‘미르의 전설’을 시작으로 국내 많은 게임업체가 중국에 진출했다. 웹젠의 ‘뮤’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이 잇따라 중국에 게임을 수출했다. 중국은 특히 국내 게임업체에 중요한 시장이다. 2002년 온라인게임 수출은 약 7,800만달러 규모로 이중 중국이 약 53%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장이 19%로 뒤를 이었다. 2003년에는 1억5,100만달러로 중국이 62% 비중을 차지해 중국시장 집중이 정점을 이뤘다. 2004년 중국시장의 비중 역시 60~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중국시장으로 게임수출이 집중되면서 많은 업체가 수출 다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이나 동남아의 비중도 계속 커지고 있다.드라마나 영화가 작품의 방영이나 상영이 끝날 경우 한류도 끊길 우려가 있는 데 비해 게임은 한 번 특정 게임을 선호하게 된 유저가 영속적으로 이 게임을 찾게 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많은 숫자의 게임유저를 잡기만 하면 한류 열기는 지속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다만 게임업계에서 한류를 긍정적인 경제효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드라마ㆍ영화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한류 열풍을 답사관광처럼 단순한 유형의 비즈니스모델로 연결시키는 데 그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등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통합마케팅 개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INTERVIEW 최정운 벤드빌리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정통성 살린 한류 상품 기획중점’한류의 업그레이드를 이야기할 때 우선적으로 나오는 내용은 상품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욘사마’ 열풍을 관광상품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정운 벤드빌리스 엔터테인먼트 대표(34)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최근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관련된 한류상품을 내놓았다. 영화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와 한류 마케팅 대행을 계약한 최대표는 영화 촬영지와 가는 방법 등을 담은 스케줄북과 일기장, 편지지를 한 세트로 묶은 제품을 ‘스타소울’(star soul)이라는 브랜드로 올해 초부터 면세점 등을 통해 판매 중이다. 7만9,000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은 철저하게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기획됐다.홀로그램을 입힌 영화포스터에도 역시 3만2,000원이라는 결코 낮지 않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한류 상품의 정통성(originality)을 살리고 정품을 지향하며 제품의 질을 높였다는 의미”라며 “이를 감안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파는 영화포스터가 정통성을 앞세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영화와 배우의 이미지를 함께 판다는 점에서 함부로 다뤄질 수 없다는 뜻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최대표는 현재 이 제품을 일본에서 판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과 통신판매업체를 중심으로 수출 본격화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가수 신화와도 상품화 계약을 맺었다.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류 관련상품은 정품으로 나와 있는 경우가 전무하다. 초상권을 고려하지 않은 비품이 난립하고 있는 만큼 최대표 스스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상품화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그는 한류는 머지않아 사라지겠지만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시적인 인기를 표현하는 한류라는 말은 조만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는 말로 대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마케팅 대행사를 지향하는 벤드빌리스 엔터테인먼트는 일반소비재 기업의 광고, 프로모션 등 마케팅 대행, 그리고 한류에 초점을 맞춘 상품기획, 판매를 사업의 양축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