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D 존스경기도 영어문화원 원장약력 : 1952년생. 75년 미국 브리검영대학 졸업. 78년 동대학 법과대학원 졸업. 78년 베이커&메켄지 도쿄사무소 변호사. 80년 김&장 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현). 98~2002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2000년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현). 2003년 재단법인 경기도영어문화원 원장(현)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는 한국땅에 들어섰던 시점이 그랬다.수십년 전 김포공항 주변은 논과 밭뿐이었다. 그 시절 한국이 오늘날처럼 발전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사귀면서 한국인만의 묘한 특성을 발견하곤 이들이 장차 무엇인가 일을 낼 것 같은 강한 예감을 갖게 됐다.‘정’(情)과 ‘열정’(熱情). 이 두 가지가 내가 보는 한국인의 특징이자 최강점이다. (참고로 이제 난 한국인이라는 표현 대신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라고 표현하겠다.)우리 국민은 유달리 정이 많다. 정 때문에 낯선 나라에 들어선 나였지만 도무지 외로움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 서로 나를 도와주려 했고 덕분에 나는 우리나라 음식과 사람에 스스럼 없이 다가설 수 있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인간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방식과 독특한 ‘정’의 문화는 미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과 친근감을 주었다. 또 화끈한 열정 덕에 우리 국민이 뭔가 목표를 가지면 놀랄 만큼 높은 집중력이 발휘된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국민은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IMF 탈출도 그랬다. 남들은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여봐란듯 불과 2~3년 만에 졸업했다.그런데 지금도 사소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다. 바로 영어가 그것이다. 10여년 영어책을 벗 삼아 다녀도 영어가 잘 안된다고들 한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직 영어구사력이 업무를 수행할 정도가 못되는 게 사실이다. 내가 한국어를 익히던 시기를 떠올려보면 난 1년 정도의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금과 같은 우리말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왜 외국어로서 언어를 배우는 데 차이가 날까.접근방법과 환경 때문인 것 같다. 난 한국이라는 생활 터전 속에 들어와서 매일 매 순간 한국어에 노출돼 끊임없이 자극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불편 없이 살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해야만 했다.이에 비춰 볼 때 과거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어린시절 영어의 필요성을 몸으로 체험하지 못한 채 문법 위주로만 쓰인 학습서에 의존해 영어를 공부하고 고교를 졸업하게 되니 문제였다.그러던 차에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영어권 국가의 실생활에 근접한 경험을 단 며칠이라도 체험하면 어떨까” 하는 의문을 갖고 영어마을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지휘를 맡아 달라고 했다. 내가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의 따뜻한 정에 보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를 준 것이니 감사한 일이었다.영어마을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어로 친구들과 토론하고 협의해야 하며 하다못해 체육활동마저 영어로 협업해야 완수된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좌절하고 위축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해 나간다. 퇴소하는 토요일 오전 어느덧 선생님과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눈물이 글썽거리고 콧날이 시큰해지며 영어마을을 벌써 그리워하게 된다. 학생들은 영어로 생활하는 환경을 체험하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진짜 이유와 의욕을 갖고 퇴소한다. 이 같은 체험으로 학생들은 영어를 더욱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한국인 특유의 정과 열정을 되살리게 된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도 영어체험마을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등에도 잇따라 영어마을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참으로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어마을 같은 생생한 체험환경에서 우리 국민이 내가 우리말을 배웠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사소한 문제인 영어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날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우리 국민의 열정이 영어마을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강하게 분출시키고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며 세계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성숙한 단계를 맞이하게 되리라고 감히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