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선행투자로 기술경쟁 리드… 전자 2010년 세계 빅3

‘전자ㆍ화학 중심의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재도약하자.’GS계열분리가 완결된 후 LG그룹은 새로운 경영비전을 이렇게 발표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자부문과 화학부문을 두 축으로 삼고 통신서비스부문이 그 뒤를 받쳐주는 형태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세계 일등사업 확대, 핵심인재 확보 육성, 글로벌 톱3 브랜드 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LG그룹은 비전 달성을 위해 올 초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선행투자를 통해 갈수록 첨예해지는 기술경쟁에서 앞서가겠다는 계산이다. 올해 총투자규모는 1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6% 증가했다. 특히 R&D 투자 비중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2조4,000억원보다 42%나 많은 3조4,0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책정했다. 시설투자비도 20% 증가한 8조3,000억원에 이른다.‘글로벌 톱3 브랜드’ 육성을 위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 별도의 전담조직인 ‘브랜드관리팀’을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브랜드관리팀은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부문에서 LG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이와 관련, 구본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모델을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한편 사업과 전략에 꼭 맞는 핵심인재를 적극 확보하고 육성하는 등 경영 수준을 지금보다 한 차원 높인 ‘일등 경영’을 통해 ‘일등 LG’를 달성”하자며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LG브랜드가 최고의 브랜드로서 세계 곳곳에서 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같이 ‘일등 LG’를 앞당기자”고 주문했다.새로운 출발선에 선 LG의 각오와 마음가짐은 올해 새롭게 내놓은 LG브랜드 광고에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백지 구석에 지우개 하나만 그려놓은 이미지를 내보낸 것. 낡은 것은 내보내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카피는 이렇다. ‘변화의 생각들로 세상을 새롭게 채우겠습니다. Think New? LG?’ 새로움으로 채워나가는 LG의 미래를 살펴본다.전자부문3개 사업부문 가운데 전자부문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의미다. 총 9조3,000억원이 투자될 예정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LG전자, LG필립스LCD, LG이노텍, LS마이크론 등 8개사가 포진해 있다.LG전자는 ‘2010년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비전을 공유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기반을 다지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부터는 ‘강한 실행’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것이 전략이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올해는 남보다 먼저 실행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강한 실행을 통해 전자정보통신분야 세계 5위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올해 글로벌 톱5의 달성을 위해 LG전자는 글로벌 경영, 기술경영, 인재경영을 3대 경영지침으로 정했다.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R&D투자를 늘려 기술 경쟁력을 배가하겠다는 것. 2010년까지 LG전자는 총 30조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인재경영을 위해 올해에만 2,500여명의 석ㆍ박사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인도, 러시아의 우수인력 채용도 확대하기로 하는 등 전사적인 인재확보 운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1만4,000명인 연구인력을 2007년 2만4,000명, 2010년 3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LG전자는 디지털TV, PDP TV 등 첨단 TV와 이동단말기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데다 경쟁사에 비해 기술력이 앞서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PDP TV의 경우 42인치에서 100인치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지역별 계층별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부품 국산화율을 90%로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최고의 TV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해 LG전자의 디지털TV 전송기술이 미국 표준으로 선정돼 북미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시장지배력도 배가할 방침이다. 지난해 세계 5위에서 2006년에는 세계 3위의 휴대전화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CDMA 최대 공급처인 버라이존을 비롯해 스프린트, T-모바일 등 새로운 공급처를 개척해 북미시장 1위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지난해 4,500만대에서 올해는 7,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GSM과 WCDMA 부문에서는 허치슨, 오렌지, 보다폰 등 세계적인 이동통신사업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WCDMA폰의 경우 올해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선다는 복안이다.백색가전부문은 연간 20%씩 매출을 늘려 2007년 세계 1위 백색가전업체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 주요 경쟁사와 달리 TV, 휴대전화 등도 다루는 종합전자업체의 장점을 내세워 차세대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다.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포스트PC,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단말기 등 신규사업 확대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DDM(Digital Display & Media)사업부를 DD(Digital Display)사업부와 DM(Digital Media)사업부로 세분했다. 신규사업 부문의 제품개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LG필립스LCD는 올해 향후 LCD사업의 승패가 달려 있는 TV용 LCD시장 1위를 달성하고 고부가가치의 하이엔드급 모니터와 노트북용 LCD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질과 양 모두 확고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것. 현재 건설 중인 7세대 생산라인이 가동하면 42인치 이상 TV용 LCD에서 부동의 선두자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전자부품업체인 LG이노텍은 세계 수준에 이른 튜너, 광디스크 드라이브용 스핀들 모터의 지위를 유지하고 LCD와 카메라 모듈 등 성장성 높은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사업군을 현재 4개에서 7개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화학부문LG그룹 화학부문의 미래 비전은 오는 2008년까지 아시아 3위, 2013년 글로벌 5위로 도약하는 것. LG화학,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등은 이를 위해 R&D에 과감한 선행투자를 하고 핵심 기술인재 비중도 대폭 늘린다는 전략이다.우선 2008년까지 2조7,000억원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이 2조원 이상을, LG생명과학이 3,500억원, LG생활건강은 2,200억원 등을 투자하게 된다.국내외 우수 R&D 인력유치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현재 2,400명 수준인 화학부문 R&D 인력을 2008년 4,500명으로 크게 늘린다. 이렇게 되면 현재 30% 수준인 사무기술직 대비 R&D 인력 비중이 40%까지 높아진다.화학부문의 맏형인 LG화학은 오는 2008년까지 매출 15조원을 달성해 규모면에서 아시아 ‘톱3’ 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비전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미래 승부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LG화학은 승부사업으로 전지, 편광판, PVC, ABS, 인조대리석, 표면자재 등 6개를 꼽았다.구체적으로 보면 2차전지, 편광판 같은 정보전자소재산업에 3,600여억원을 투자하고 R&D 역량 강화를 위해 중대형 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미래 성장엔진 연구개발에 2,451억원을 배정했다.해외사업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전략지역이다. 올해 초 출범한 중국지주회사를 통해 ‘2008년 중국 톱5 화학회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뛴다.북미와 서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도 속속 파고든다. ABSㆍEP 등 고기능 석유화학제품과 광고재, 인조대리석 등 기능성 산업재 제품, 2차전지ㆍ영상소재 등 첨단 정보전자소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확대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생활용품 및 화장품사업을 하는 LG생활건강은 국내 최고의 생활문화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생활용품사업은 그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하고 2위인 화장품은 강한 브랜드 육성으로 1위까지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사업구조 고도화, 브랜드 경쟁력 제고, 조직역량 강화 등 3대 기본전략을 시행하고 있다.LG생활건강은 올해 전년 대비 8.1% 늘어난 1조3,000억원의 매출과 21% 늘어난 66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LG생명과학은 세계적인 신약을 갖고 있으며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갖춘 초우량 생명과학사를 향해 뛰고 있다. 올해 매출 2,300억원을 목표로 과감한 R&D 및 설비투자에 나선다.R&D투자는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서서히 방출돼 약효를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호르몬), 간기능 개선제, 당뇨병 치료제 등의 개발을 중심으로 약 580억원을 투자한다.설비투자는 불임치료제 생산라인,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 공장, 젖소 유방염 백신설비 등을 중심으로 약 240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LG생명과학은 신약개발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마케팅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상 확립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통신ㆍ서비스부문통신 서비스부문은 LG그룹의 주력은 아니지만 LG텔레콤, LG CNS, 데이콤, LG상사 등 잘 알려진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LG는 올해 이 부문에 1조1,500억원을 투자한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방송이 결합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네트워크 기간망과 광동축 혼합망 등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대부분이 투입될 예정이다.LG텔레콤은 최근 가입자 600만명을 돌파하며 자력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매년 매출과 브랜드 선호도를 20% 이상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올 1월 번호이동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지만 뱅크온, 뮤직온 같은 서비스와 합리적 가격 등 경쟁 요소를 활용하면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 향상에 크게 기여한 데이터서비스와 부가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최근 LG텔레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핵심 서비스는 모바일 금융서비스인 ‘뱅크온’이다. 현재까지 160만명의 누적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소비자와 금융기관 선호도 1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음악서비스인 뮤직온도 빠르게 호응을 얻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뮤직온은 유료 음악 콘텐츠에 대한 건전한 소비문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 서비스가 성공할 경우 LG텔레콤의 신규 가입자 확보와 기존 가입자 충성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텔레콤은 MP3폰 라인업을 강화해 뮤직온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차세대 방송ㆍ통신 융합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LG텔레콤은 현재 TU미디어가 주도하고 있는 위성DMB와 방송사 중심의 지상파 DMB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최근 56개 중앙부처 자료관시스템, 범정부통합전산센터, EBS 인터넷 수능강의시스템 등 공공부문의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주목받고 있는 LG CNS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이 회사는 ‘진정한 일등 LG CNS의 실현’을 모토로 내걸고 사업성과, 사업수행역량, 미래 준비 등 3개 분야에서 일등을 한다는 경영목표로 세워놓았다.올해 LG CNS는 기존 사업에 ‘IT아웃소싱사업’과 ‘복합선제안 사업’ 등 새로운 전략사업을 추가해 ‘경쟁시장 내 부동의 1위’를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에 들어설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또 유비쿼터스 서비스인 ‘u-City(차세대 도시 모델)’, 복합형 유비쿼터스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RFID/임베디드 컴퓨팅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IT서비스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