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수 영입·외국 명문 제휴 잇따라… 평생교육원은 지역밀착형 ‘변신’

어떤 업종의 비즈니스든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때 성공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파악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읽어야 한다. 대학도 하나의 비즈니스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요즘, 각 대학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많은 대학이 그 첫 단계로 국제화를 내세우고 있다.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 3위의 경제권인 한국에서 다국적 기업의 현지지사 운영을 맡길 만한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활한 영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능통한 영어실력을 비롯해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를 키우는 데 많은 대학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곧 대학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아직까지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많은 대학에서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교수 채용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활발해지고 있는 점이다. 외국으로 유학 가는 학생은 많지만 한국으로 오는 외국학생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은 국제화 차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몇몇 대학은 외국인을 초빙교수가 아닌 정식교수로 과감히 채용하는가 하면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을 늘리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마틴 헴메어트 박사를 전임교수로 채용했다. 고려대에서 외국인을 전임교수로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위한 호텔급 기숙사 아이하우스(I-House)도 3월에 완공할 예정이다.성균관대 역시 올해 안으로 1,600평 규모의 외국인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를 완공할 계획이다.해외대학과 교류협력을 맺는 것도 각 대학이 글로벌화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 중 하나다. 이미 많은 대학이 해외 유수대학과 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대학과 연계하려는 추세다.지난해 성균관대는 107개 대학과 교육협력을 맺어 올해 초 기준으로 42개국 202개 대학과 학술교류협력을 맺었다. 경희대 역시 2월 기준으로 하버드, 베이징대, 칭화대 등 52개국 233개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상태다.지난 2월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6개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 공개한 대학순위에서 1위에 오른 이화여대는 지난해 10명의 전임교원(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정년이 사실상 보장되는 경우)을 새로 채용했다. 이 학교의 경우 2002년부터 매년 10여명씩 외국인 전임교원을 뽑아왔다. 올해는 16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아예 외국인 총장을 뽑아 대대적인 국제화 바람을 일으키려는 경우도 있다. 히딩크 전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이 한국축구를 바꿔 놓았듯이 글로벌 대학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 ‘외국인 총장’이라는 무리수를 두는 셈이다.KAIST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로버트 러플린 박사를 지난해 여름 총장으로 선임했다. KAIST는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연구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러플린 총장을 영입했으며 앞으로 국제화를 위해 인력교류와 유치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은 교수채용이나 학생선발시 30%를 외국인으로 배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교환ㆍ초빙교수 제도와 학생교환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예정이다.이밖에도 각 대학마다 영어강의를 늘리는 것은 일종의 의무사항처럼 보일 정도다. 많은 학교가 외국인 학생 유치와 한국학생의 영어실력 향상을 목표로 앞다퉈 영어강의를 늘리고 있다. 94년 개교한 한동대의 경우 100% 영어전공과정을 두고 있어 입학정원의 6~10%가 외국인과 해외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96년부터 총 54개국 545명의 외국학생을 유치했다. 경희대는 평화복지대학원과 아태국제대학원 수업 전체를 영어로 진행한다. 또 성균관대는 미국 MIT 슬로안스쿨(경영대학원)과 합작해 만든 경영학 석사과정 SKK GSB(SungKyunKwan Graduate School of Business)를 지난해 열었다. 이 과정 역시 100% 영어강의로 진행된다.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진행 중인 대학의 국제화 바람은 실무교육 강화와도 연결된다. 성균관대의 사례에서처럼 국내 대학에 MBA과정이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국제화와 실무감각을 갖춘 인재를 길러냄으로써 대학의 경쟁력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지난해 문을 연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경우 아예 이 같은 틈새를 공략, 학부 없는 경영전문대학원을 지향하고 나섰다. 철저한 맞춤식 실무교육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국내외 석학과 70여명의 CEO, 경영컨설턴트 등을 교수진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총장은 KAIST의 경우처럼 외국인이 맡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 부총장 출신의 데이비드 스미스씨가 이 학교 총장이다.학부과정으로는 한동대가 비슷한 사례다. 설립 10년 만에 신흥명문으로 자리잡은 이 학교는 맞춤형 실무교육을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전통적인 국내 대학의 학사제도에서 탈피, 무전공 입학과 실무전산과 실용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는 학동기초학부제도 등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각 대학 평생교육원의 변화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한 교양강좌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실용강좌를 늘리는가 하면 아예 학교 외부로 옮겨 지역사회 기여를 도모한다. 지난해 개원한 국민대 제로원 디자인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로 국민대 조형대학과 디자인대학원이 갖고 있는 디자인교육 노하우를 평생교육과 사회봉사의 차원으로 확대한다는 게 설립취지다. 대학로 동숭동에 자리잡고 있으며 디자인 교육사업과 디자인 문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제로원 디자인센터의 정진열 기획ㆍ아트디렉터는 “대학의 경쟁력은 앞으로 단순한 이름값으로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에 맞서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사업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이 센터 성격을 밝혔다.돋보기 이색학과‘튀어야 산다’… 취업률 상승곡선대학의 실용학문 바람은 전문대학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난다. 청년실업 50만 시대를 맞아 대학선택의 기준도 간판보다는 취업률이 중시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틈새를 공략한 이색학과가 취업률도 높게 나타나 학교 전체 모집 응시율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몇몇 이색학과의 경우 졸업생이 없어서 못 보낼 정도로 기업체의 수요가 많아 실용교육이라는 전문대학의 근본취지에 걸맞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따라서 최근 전문대에서는 튀는 학과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2005학년도 입시에서 신설된 학과만 보더라도 우선 대구미래대는 모바일용 게임 개발과 유무선 서버 구축ㆍ관리 등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모바일 콘텐츠과를 새로 만들었다. 장안대는 디지털 게임ㆍ영화ㆍ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 창작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스토리텔링과를 만들었다.한림성심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SoC(시스템 온 칩) 등 하드웨어 설계인력을 키우는 임베디드시스템 전공을 개설했다. 극동정보대는 로봇디자인과를 선보였다. 경북과학대는 이종격투기과를 내놓았고 나주대의 경우 웰빙 트렌드에 따라 커피바리스타과를 신설했다. ‘커피바리스타’는 이탈리아어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강원관광대의 관광상품개발과, 대경대의 웨딩매니지먼트과, 우성정보대의 웨딩이벤트비즈니스과, 원광보건대의 문화상품디자인과, 선린대의 플라워디자인과 등도 튀는 학과의 사례다.전문대학의 이 같은 노력을 반영한 덕분인지 실제 전문대학의 졸업생 취업률은 4년제 대학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취업률 통계치를 보면 전문대학이 20% 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이는 곧 높은 입학경쟁률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률이 98%에 이르는 서울보건대의 장례지도학과도 입학경쟁률이 매년 20대1을 넘고 있어 올해부터는 40명 정원의 야간학부까지 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