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지속돼 온 전세계적 저금리 기조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이후 7차례나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 연방기금금리를 2.75%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조만간 중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잇달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활황세를 지속해 온 주요국의 주식 및 부동산시장이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아 갑작스럽게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달러약세도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국이 지난 3월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중국 정부도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우 샤오촨은 중국 인민은행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 2분기께 예금금리를 상향조정할 수도 있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당국자가 공식석상에서 금리인상 계획을 사전에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저우 행장은 또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충격을 고려해 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언급, 인상시기 결정만 남았음을 강조했다.중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이는 지난해 10월 9년 만에 금리를 올린 이후 두 번째가 된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예금금리는 1.98%에서 2.25%로, 대출금리는 5.31%에서 5.58%로 각각 0.27%포인트씩 상향 조정한 바 있다.ECB 역시 지난 2003년 6월 이래 2%를 유지하고 있는 기준금리를 연내에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진데다 인플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유럽의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특히 미국과의 금리격차로 그동안 유럽에서 머물던 투자금이 높은 이율을 좇아 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앞서 지난 3월 초 EU 재무장관들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협약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합의로 각국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쓸 경우 인플레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며 “석유 등 원자재가격 상승압박까지 추가된다면 ECB가 공격적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전망했다.지난 2001년 이후 제로(0) 금리를 유지해 온 일본도 최근 경제가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홍콩, 대만 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부분 한두 차례씩 기준금리를 올렸다.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다. 금리가 점진적으로 올라 인플레가 잡히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는 있으나 시중에 유통되는 유동성이 줄어들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주식 및 부동산시장에서 급격한 버블붕괴가 이어진다면 큰일이다. 이렇게 자산 버블이 꺼질 경우 각국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내수시장은 얼어붙을 수 있다.전세계적 금리인상 기조로 외환시장도 종전보다 더욱 혼미해졌다. 최근 미국은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 유로지역 및 일본 등과의 금리격차를 벌여놓았다. 이에 따라 이제 달러는 저금리 통화에서 고금리 통화로 바뀐 셈이다. 그동안 싼 금리로 달러자금을 조달, 고금리 통화(유로화 등)에 투자하던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Dollar-Carry Trade)가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로존 등 다른 나라들이 함께 금리를 올릴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의 금리 우위가 사라져 달러강세는 일시적으로 끝나고 다시 달러약세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아울러 미국 이외 국가에서 금리인상으로 내수가 위축되면 미국제품에 대한 수입수요도 함께 줄어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오히려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대대적인 자금이동을 예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거시경제 흐름을 좀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