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로봇 세계대전 온다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분위기가 좋아요. 한번 해보겠다는 각오가 모두 대단합니다. 로봇산업이 제2의 붐을 맞고 있습니다.”

로봇업계에 신바람이 돌고 있다.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벤처기업에서 연구소, 대학, 정부 등 모두가 장밋빛 미래에 들떠 있다. 지난 3월 열린 ‘한국국제로봇기술전’에는 전년에 비해 관람객이 2.5배나 늘어날 정도로 일반인들의 관심도 치솟고 있다.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로봇연구센터장은 “8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산업용 로봇산업이 크게 성장했지만 오래가지 못해 경제에 도움이 안됐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산업화해 차세대 먹을거리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불고 있는 로봇산업 열기는 비단 ‘신기한 물건’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그 배경에 있다. 산업자원부는 2020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를 1조4,000억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시장의 1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한국공학한림원도 올해부터 2020년까지 로봇시장이 5년마다 2배씩 성장해 53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치 집집마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듯이 1가구에 적어도 1대의 로봇을 들여놓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낙관한다.

사실 현재도 로봇은 우리 삶과 멀리 있지 않다. 대부분 산업용이지만 2003년 국내의 누적 로봇사용대수가 4만8,000대에 달해 세계 5위를 차지했고 밀도는 2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청소로봇, 완구로봇 등 생활서비스 로봇이 집안으로 들어올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능형 로봇산업이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아무리 탐이 나도 먹을 수 없다면 ‘화중지병’에 불과한 법. 일각에서는 로봇의 핵심기술이 국내에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우려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봇 관련 논문 편수가 세계 3위인 로봇기술 강국이다. 특히 최근 연이어 새로운 로봇을 선보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일본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국내의 강력한 IT인프라와 기술을 접목하면 세계 지능형 로봇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팽배하다.

KAIST의 김종환 교수는 “기술이 일본이나 미국에 뒤진 것은 사실이지만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며 “디스플레이나 이동통신처럼 로봇산업도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지능형 로봇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정보통신부 IT정책자문단의 오상록 박사는 “CDMA도 핵심기술은 없지만 상용화를 먼저 시작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처럼 지능형 로봇산업도 누가 먼저 상용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며 “킬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로봇산업에 미온적이던 대기업들도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또는 중소기업과 제휴해 신형 로봇들을 선보이며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로보틱스 연구조합의 장성조 사무국장은 “기업들의 문의가 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며 “머지않아 시장이 열릴 징후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기업, 연구소, 정부가 모두 의욕에 불타고 실제로 희망적인 결과물도 나오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연구비 및 사업추진비 부족이 첫손가락에 꼽히는 문제다. 정부가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휴보를 개발한 KAIST의 오준호 교수팀도, 정보통신부의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경우 생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매출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인력도 태부족이다. 로봇 관련 전공을 하고도 정보통신처럼 인기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 까닭에 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학에 로봇학과가 생기는 등 인력양성 인프라가 강화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갈길이 멀다. KIST의 유범재 박사는 “로봇기술은 여러 분야의 노하우가 결합해야 하는 종합과학이지만 대학에 이렇다 할 전공학과도 없어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며 “정부가 나서 전문인력 수요조사를 벌이고 교육시스템을 정비해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이들을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쉽지만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업계에 ‘봄의 온기’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세계경제의 굵은 축이 될 로봇산업의 앞자리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적기가 왔다는 분위기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로봇업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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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