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더 인간처럼’…상품화 경쟁 ‘후끈’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그동안 갈고닦은 저력을 보여준다.’

로봇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대기업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우물을 파온 전문기업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기에 넘쳐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는 등 의욕적으로 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로봇 전문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은 1990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로봇시장이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유진로보틱스 등을 중심으로 몇몇 기업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일부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 초기 형태지만 사물놀이 로봇이나 화가로봇 등이 만들어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그야말로 황무지 그 자체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많은 연구비를 투입했지만 실적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는 의견은 쏟아졌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 크게 각광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한동안 정체를 보이다가 2000년을 전후해 업체들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로봇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체들의 발길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려 30여개의 전문업체가 나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 시장상황도 크게 호전되는 분위기다. 청소로봇 등 일부 로봇의 경우 판매가 큰 폭으로 늘면서 ‘이제는 로봇도 돈이 되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올해 지능형 로봇으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진로보틱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문업체들이 지능로봇으로 벌어들인 돈은 17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올해는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이 로봇시장 급팽창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로봇 전문기업 가운데 대표주자로는 유진로보틱스와 한울로보틱스가 꼽힌다.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진두지휘하는 경영자 또한 공학박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진로보틱스는 로봇 전문기업 1세대를 자부하는 기업이다. 80년대부터 산업용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고, 93년 창업자인 부친의 뒤를 이어 신경철 사장(49)이 취임한 이후에는 인공지능 로봇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20명의 연구인력을 가동하고 있는 이 회사는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로봇 역시 아주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청소용 로봇 ‘아이클레보’를 비롯해 홈로봇 ‘아이로비’, 위험작업용 ‘롭해즈’, 축구로봇, 변신로봇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아이클레보’는 이미 시판에 들어가 백화점과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올 들어 2,000대 이상 팔려나가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39만원대인 이 제품의 판촉을 위해 회사측은 앞으로 전국에 전문대리점도 낼 예정이다. 또 KIST와 공동개발한 롭해즈는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가 실전에서 활용할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신사장은 “올해 전체 매출이 1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가운데 80%를 지능형 로봇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98년 설립된 한울로보틱스는 줄곧 로봇시스템과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에 정진, 2003년 자기위치 인식기능을 갖춘 청소로봇 ‘오토로’를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오토로’는 단순하게 벽면을 따라가거나 V자형으로 움직이며 청소하는 기존 로봇들과는 다르다는 평을 받고 있다. 30개 이상의 각종 센서들과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집안 구조와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인식한다. 한울은 고가의 특화된 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소로봇 외에 한울은 그동안 군용 소형로봇과 중형로봇을 선보였고, 이 가운데 중형은 월드컵이나 대통령 이ㆍ취임식 때 가스, 방사능 측정 등에 활용되고 있다.

경북 구미시에 자리잡고 있는 다진시스템은 오랫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동안 여러가지 로봇을 만들어온 업체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91년 선보인 블루페인트 로봇을 포함해 사물놀이 로봇, 화가 로봇, 홈케어 로봇 등을 잇달아 내놓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교육용 로봇인 다로(Daro)와 도디(Dody) 역시 이 회사의 제품이다.

지난 95년 문을 연 마이크로로보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마이크로 로봇 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둔 업체로 유명하다. 특히 이 회사가 선보인 청소용 로봇 ‘라르고’는 바닥재에 인쇄된 바코드를 인식해 움직이고, 걸레청소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회사측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육용 로봇과 가정용 퍼스널로봇, 재난용 로봇도 만들었다.

다른 업종의 일을 주력으로 하다가 로봇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도 늘고 있다. 유망분야로 부각되면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로봇에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업체로 CMS와 우리기술을 들 수 있다. 할인쿠폰 유통 전문업체인 CMS는 서울산업대와 협력해 두 발로 걸어다니며 공간인식 기능을 갖춘 인간형 로봇 ‘보노보’를 최근 공개했다. 그동안 인간을 닮은 로봇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 개발한 적은 있으나 민간업체가 두 발로 걷는 로봇을 개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V리시버와 DVD 내장형 셋톱박스를 만들어온 우리기술 역시 회사의 장기적인 주력상품을 육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최근 로봇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청소용 로봇과 안내용 로봇을 선보였고, 캐릭터 로봇도 내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로봇업계에서는 향후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 분야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 등록 기업 가운데도 여러 곳이 이미 사업참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2년 내에 중소형 로봇업체만 100여곳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지능로봇산업협회 조영훈 사무국장은 “협회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며 “하지만 자본력 부족으로 마케팅에 애를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INTERVIEW 신경철 유진로보틱스 대표이사

‘로봇은 가장 유망한 산업’

국내 로봇 전문기업 가운데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유진로보틱스의 신경철 사장(49). 삼성종합기술원 정밀기계연구소에서 로봇을 연구하다 1993년 부친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올해로 1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신사장은 “아마 올해는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로봇시장 상황이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올 들어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90년대 후반 이후 로봇을 만들어 팔았는데 올해는 인공지능로봇 매출만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로봇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은 어떤가.

매우 만족스럽다. 정부 역시 향후 한국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업체 입장에서 열심히 뛰기만 하면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향후 로봇산업의 시장성은 어떻게 보나.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 가운데 로봇이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는 모든 것에 로봇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로봇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국내의 여건은 좋은 편인가.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로봇산업 발달에 매우 유리하다. 또한 아파트가 많다는 점과 부모들이 자녀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 역시 좋은 여건임에 틀림없다.

로봇산업에 걸림돌은 없는가.

아직 기술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뒤처져 있어 더욱 분발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아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국가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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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