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정부 밀고 기업 뛰고…대박시장 ‘초읽기’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최근 기업들이 청소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로봇을 속속 내놓으면서 로봇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 누구나 20만~30만원만 주면 집안 청소를 스스로 척척 하는 청소로봇을 들일 수 있다. 무인 정탐병 롭해즈는 파병장병을 대신해 위험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선보인 한국형 휴머노이드 휴보와 아라, 마루 역시 지금의 ‘로봇 열풍’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하지만 세계 5위의 로봇 생산국으로 평가된 한국의 실상은 그리 밝지 않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기반은 취약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주요부품과 기술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아이디어 경쟁에서 뒤처진 것. 이에 비해 청소로봇의 효시 룸바와 강아지 로봇 아이보의 성공에 고무된 미국과 일본은 여세를 몰아 차세대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산업의 종주국 일본

한국공학한림원이 추산한 2020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약 535억달러. 이중 일본은 전체 수요의 60%를 공급하는 세계 1위의 로봇 생산국이자 사용국이다. 이는 명실공히 로봇 종주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1960~1970년대 산업용 로봇으로 대변되던 일본 로봇기술은 최근 소니가 만든 강아지 로봇 아이보와 혼다의 2족 로봇 아시모가 대표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일본 로봇공업협회는 최근 2010년께 개인용 로봇이 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애완로봇과 휴머노이드는 이런 개인용 로봇의 전형인 셈. 특히 두 발로 걷거나 뛰고 다양한 관절을 움직여 보이는 휴머노이드는 주력으로 떠올랐다.

혼다의 독주에 소니와 후지쓰가 뒤쫓고 있다. 소니의 큐리오와 후지쓰의 홉은 두 발 걸음은 물론 음성인식 기능과 얼굴인식 기능으로 후발주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산요와 미쓰비시 등 다른 주요 대기업도 방범업무나 비서업무를 대신할 로봇을 현재 개발 중이다. 특히 NEC의 R-100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만큼 얼굴과 명령을 인식할 수 있다.

일본의 로봇개발 열기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2001년 일본 정부는 ‘메이드인 재팬(Made in Japan) 6대 성장산업’이란 정부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로봇을 중점 육성 제품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와 함께 ‘로봇챌린지’라는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로봇 분야의 육성계획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따르면 2006년까지 공공기관 안내와 경비임무를 수행할 로봇개발을 끝내고 2010년까지 의료, 복지, 우주 등 다른 분야로 보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로 2020년까지 로봇산업을 현재의 일본 자동차산업 규모의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전략이다. 지난해부터는 지능형 로봇과 통신망을 연결시킨 ‘네트워크 로봇’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네트워크 로봇은 어디서든 컴퓨터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가장 걸맞은 로봇으로 불린다.

일본 로봇산업의 강점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로봇만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보여주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임염모 수석연구원은 “아이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전자제품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품 강국 일본의 명성은 로봇 분야에서도 그대로다. 일본은 센서, 정밀모터, 감속기 등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개발과 제작에서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야스카와전기와 파낙사는 서보모터와 정밀수치제어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다.

2004년 전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된 저가형 청소로봇 룸바는 미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전세계 로봇 수요의 10%를 공급하는 미국이지만 하드웨어는 일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가짓수는 꽤 많다. 로봇 군인, 우주용 휴머노이드, 의료 로봇이 주중을 이루고 있으며 영화 촬영과 안내를 맡은 로봇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유레카사가 개발한 로보백이나 사이버모션사가 개발한 경비 로봇, 컴퓨터모션사의 수술 로봇인 제우스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세계 과학기술의 진공청소기’ 미국의 과학적 풍토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의 로봇산업은 생명공학, 전자, 항공, 우주 등 다양한 학문적 토대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의 로봇개발 성향은 사뭇 다르다. 일본과 한국이 보행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미국은 표정이나 지능에 관심을 둔다. 미국은 감성을 느끼고 해석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단연 앞선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연구 중인 키스멧은 사람의 감정을 본따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는 감성 로봇으로 손꼽힌다.

최근 들어 미국은 이런 다양한 기술력과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일본을 서서히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로봇 연구개발에 연간 투자하는 액수는 일본의 약 10배로 추산된다.

일본처럼 미국도 로봇 분야 개발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방연구계획청(DARPA)은 주요 로봇 개발일정과 연구비 예산의 집행기관 역을 맡고 있다. 주요 정부기구들이 협력해 구성한 로봇정보기계협력위원회는 3세대 지능로봇개발에 1억달러를 책정해 두고 있다.

매년 이들 기관은 제조비에 상관하지 않고 첨단기술을 사용한 로봇을 다량 발주하고 있다. 기업은 이를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현재 500여개 기업연구소와 대학연구소가 이 같은 체계에서 서로 협동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로봇을 국가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기술로 선정해 전투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기계의 출생지 유럽 각국에서도 로봇 열풍은 뜨겁다. 현재 유럽에서는 유레카, 에스프릿, 브라이트, 텔레만 등 대규모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와 함께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유럽국가들은 인간을 대신해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에 주목한다. 비르고(VIRGO)는 이런 가운데 개발된 독일 국립정보기술센터와 스위스 제네바대 등 유럽 10개 연구기관이 협력해 개발한 시력을 가진 로봇이다. 유럽미디어랩과 안트롭그룹은 곧 다가올 미래 인간사회에 로봇을 동화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노동시간 감축에 따라 로봇 도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주35시간 노동제 도입 이후 지난 2년간 가파르게 로봇산업이 성장했다. 2000년 로봇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나 증가했으며 산업용 로봇에 대한 투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각국의 육성전략이 속속 결실을 맺으며 로봇 관련 시장은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각종 분석보고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장조사기관 액티브미디어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6억6,500만달러에 불과했던 이동로봇시장 규모가 올해 170억달러로 25배 이상 성장할 예정이다. 지능형 로봇 생산 대수도 연평균 98.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07년까지 15억9,000만대가 생산될 전망이다. 2003년 일본 총무성은 2000년 약 6,600억엔이었던 세계 지능형 로봇시장 규모가 2010년에는 4.5배, 2025년에는 8조엔으로 12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4년 발표된 유엔 보고서 역시 2007년 로봇 사용률이 현재의 7배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유럽 및 국제로봇연합의 유엔경제협회가 발행한 이 보고서는 2003년 한해만 40만대의 가정용 로봇이 판매됐으며 2007년에는 4,100만대의 로봇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양적 성장 외에도 좀더 다원화된 시장이 예측되기도 한다. 액티브미디어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사용목적도 엔터테인먼트에서 점차 가사와 의료용으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구체적인 용도도 아이보와 같은 장난감 로봇뿐만 아니라 청소용 로봇, 우유 짜기 로봇, 경비 로봇, 수술 로봇 등 점차 다변화되는 추세다. 바야흐로 로봇 르네상스의 훈풍이 감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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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