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글로벌 톱10’ 꿈 영근다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옷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겁니다.’ 지난 3월24일 인천공항 옆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 유니폼 발표회.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발표회 현장을 지켜보던 대한항공 관계자가 기자에게 속삭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3월30일. 서울시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이종희 대한항공 총괄 사장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세계 10위권 진입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한항공의 움직임이 예사롭지가 않다. ‘확 달라지고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가 않을 정도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민영화 35주년을 맞아 제2도약을 선언하며 오는 2010년까지 세계 10대 항공사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여객부문은 세계 15위권, 화물부문은 세계 2위권이다. 최고경영진은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사람과 시설, 서비스 등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들어 대한항공의 행보를 보면 자신감이 넘친다. 최근에 있었던 몇가지 사례를 보면 이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사례1> 최근 전직원의 유니폼 교체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것도 세계적인 명성의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새 유니폼 디자인을 맡았다. 직원들이 입는 옷부터 세계 최고를 지향한 것으로 대한항공의 야심찬 비전이 엿보인다. 승무원 유니폼 이외에도 항공기 기물 및 인테리어를 교체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뉴CI 구축에 올해 말까지 360억원의 거금을 쏟아붓는다.

<사례2>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올해 임원인사를 보면 대한항공은 21명의 기존 임원을 승진시키고 18명의 신규임원을 선임했다. 신규임원 21명 중 10명이 40대였다. 지난해에도 신규임원 14명 중 7명이 40대로 2년 연속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분 것이다.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경험과 연륜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수송기업의 특성상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한 것은 대변신의 의지로 비쳐진다.

<사례3> 최근 대한항공이 2007년부터 A380기를 5대 도입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A380기는 초대형 고급 항공기로 대당 가격이 2억6,000만달러 정도이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2000년 이후 50여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해 전체 기령 면에서도 훨씬 젊어졌다. 99년 말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평균 기령이 8년이었으나 5년이 지난 현재 6.8년으로 1.2년이 낮아졌다. 기종 현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10년간 10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항공기 도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례4> 올 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사 안전시스템 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점검을 완벽하게 수검, 국제적 항공안전 인증을 획득한 것도 대한항공의 변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대한항공의 이번 인증 획득은 세계 270여개의 항공사 중 19번째이며, 또 최초 점검에서 단 한건의 지적사항 없이 IOSA 인증을 획득한 항공사는 싱가포르항공에 이어 두 번째다.

<사례5> 핵심인재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우선 지난 2003년부터 임원 대상의 특별 MBA 과정을 서울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00년 국제항공사간의 전략적 제휴시스템인 스카이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 세계적 항공사들이 포함돼 있는 스카이동맹은 한때 50여개의 실무팀을 운용했다. 이 실무팀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을 때는 200여명. 이들이야말로 선진 항공사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진 것.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화물에서도 혁신에 나섰다. 올 3월 공사비 150억원을 들인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 증축을 완료한 데 이어 40억원을 들여 인천공항 내 제2화물터미널도 신축한다. 이렇게 되면 대항한공의 운송능력은 연간 268만t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양호 회장은 2월 국내외 전임원 합숙세미나에서 “고객이 항공사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조회장은 유니폼 발표회장에서도 “고객의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요구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더군다나 국내외 경쟁환경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체는 곧 퇴보’라는 절실함도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금의 고유가가 대한항공 경영진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치열한 외국항공사와의 경쟁으로 승객들의 서비스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아직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보수적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의 대변신이 성공가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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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