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10년 후에 예산 절반이 노인 부양에 배정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1

전세계 선진국들은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로 ‘인구 고령화’를 지적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감소와 노인복지 예산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인구 고령화 추세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인력감축의 한 방법으로 근로자들의 조기퇴직을 유도해 오던 미국의 기업들이 이제는 노인인력을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인인력은 결근이 잦고 의료비 부담도 크다는 과거의 고정관념과 달리 이직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 능력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최대 가정용품체인인 홈디포는 노인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겨울에는 따뜻한 플로리다, 여름에는 시원한 메인주에서 일하는 ‘피한ㆍ피서 특별근무’(Snowbird Specials)를 제시하며 노인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인들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는 플로리다처럼 따뜻한 주에서 일하고, 여름에는 북쪽의 코네티컷 메인 펜실베이니아주 등으로 이동해 6월부터 9월까지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

대규모 서점체인인 보더스그룹도 은퇴한 교사 등 책을 좋아하는 노인인력들을 판매직 등에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있다. 보더스그룹의 댄 스미스 대변인은 “50세 이상 근로자들의 이직률은 30세 이하 근로자들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훈련 및 충원비용이 젊은 근로자들에 비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나이와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보더스그룹의 50세 이상 종업원은 6년 전에는 전체 종업원 3만2,000명 가운데 6%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6%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등 일부 기업들은 노인센터를 상대로 노인인력 영입활동을 벌이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교회와 마을 도서관에 회사 홍보물을 보내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리고 있다.

55세 이상 근로자만 22만명이나 되는 월마트의 사라 클라크 대변인은 “월마트 직원들이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지역 지부를 방문해 노인인력 충원작업을 벌이곤 한다”며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노인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 노인복지단체인 AARP는 최근 협회 웹사이트를 노인인력을 충원하는 메트라이프, 보더스, 홈디포, 월그린 등 13개 회사의 홈페이지와 연결되도록 했다. AARP 웹사이트에는 지금까지 7만1,000명 이상이 구직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했다.

보스턴대학 경제학과의 조지프 퀸 교수는 “지난해 통계치를 살펴보면 미국 내 65~69세 남성의 3분의 1, 여성의 4분의 1은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65~69세 노인 가운데 일하는 남성은 1994년의 27%에서 2004년 33%로, 일하는 여성은 18%에서 27%로 각각 늘어났다. 또 지난 2002~2003년 미국 병원들이 채용한 간호사는 모두 18만5,000명으로, 이중 70%를 넘는 13만명이 50세 이상이었다.

이처럼 기업들은 나름대로 노인인력 활용 방안을 찾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시스템 붕괴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향후 10년쯤 후에는 전체 국가예산의 절반 이상을 노인층을 부양하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란 충격적인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다.

사회복지시스템 붕괴 우려할 판

<워싱턴포스트>는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국에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보장 개혁 문제는 고령화 사회 비용에 대한 토론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현상은 불가피하게 자원의 재분배를 촉발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 및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앞으로 10년 후인 2015년 노인에게 지출할 자금은 약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예산(약 3조7,00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지출하는 예산은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노령인구에 대한 예산은 지난 1990년 전체 예산의 29%, 2000년에는 35%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연방정부의 노인들에 대한 지출은 노인 의료보장 등 의료보조비를 비롯해 공무원ㆍ군인연금, 퇴역군인들을 위한 건강보험ㆍ연금, 노인들에 대한 난방 및 주택지원 등을 포함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리처드 잭슨 국장은 “젊은이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노인들이 품위 있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느냐는 것이 미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는 세계 각국이 겪게 될 공통의 문제로 부상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15~64세 노동인구 9명이 65세 이상 노령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오는 2050년에는 노동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 미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오는 2040년까지 전체 인구의 26%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60세 이상 인구는 2040년 전체 인구의 4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이들 국가의 근로자와 은퇴자 수가 거의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금을 포함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대대적 개편 △퇴직연령 연장 △개인저축 증대 △이민자 유입 장려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더 내고 덜 받는’ 사회보장 개혁과 다각적인 ‘노동인력 수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각국마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각국 정부가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을 선뜻 내놓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점에 있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 특히 현재 근로자 계층에 속하는 청ㆍ장년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금 혜택을 줄이고 납입금을 늘리는 사회보장 개혁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새해 국정연설에서 사회보장 개혁을 2기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제시한 뒤 60일간의 일정으로 전국 29개주를 순회하며 시민들을 상대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는 사회보장기금 적립금의 일부를 ‘개인계좌’로 분산시키려는 정책에 대한 여론의 광범위한 우려도 불사한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사회보장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조만간 정부 재정수입보다 연금지출이 훨씬 늘어나 오는 2018년부터는 재원부족에 시달리고 2042년에는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연금개혁 방안은 지금까지 직장인들은 근로소득세(Payroll Tax)를 모두 국가가 관리하는 연금에 납부하도록 했으나 2009년부터는 그 돈의 3분의 1까지 개인계좌에 분산시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장차 이들이 은퇴할 시점이 되면 충분한 수익을 얻게 하는 동시에 향후 연금재원 부족으로 국가가 지게 될 적자부담을 줄여보자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사회보장 개혁은 개인들은 자기책임에 따라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라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ㆍ소유자를 위한 사회)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직장인들은 근로소득의 12.4%(절반은 사용자 부담)씩 퇴직 연금기금에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보장 개혁이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다. 부시 대통령의 방안대로라면 연금기금의 수입 중 일부가 개인계좌로 옮아감으로써 연금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향후 연금혜택은 줄고 납입금액은 늘어날 30~40대 청ㆍ장년층에 대한 설득 작업에도 미국 정부는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정부와 기업도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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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