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488호 (2005년 04월 11일)

섹스가 부른 사돈간 대립·충돌

제이 로치 감독의 코미디 <미트 페어런츠>(2000년)는 남자간호사 그레그 퍼커(벤 스틸러)가 애인 팸 번즈(테리 폴로)의 부모를 만나 겪는 ‘호된’ 신고식을 그렸다. <미트 페어런츠2>는 반대로 미래의 장인과 장모가 사윗감의 본가를 방문해 벌이는 소동을 다룬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부모님 상견례를 소재로 삼은 코미디다. 이야기의 핵심은 두 가문의 문화적 충돌이다.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 <나의 그리스식 웨딩>류처럼 예절과 풍습 차이에서 비롯된 충돌은 아니다. 동일한 시간과 공간(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섹스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지닌 사돈간의 대립과 충돌이다.

성향의 차이는 직업과 관련돼 있다. 팸 번즈의 아버지 잭 번즈(로버트 드니로)는 전직 CIA 수사관답게 완고하고 보수적이며 그의 아내(블리드 대너)는 유순하다. 반면 그레그 퍼커의 어머니 로즈 퍼커(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노인 전문 섹스테라피스트이며 그녀의 남편 버니 퍼커(더스틴 호프먼)는 애정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는 개방적인 인물이다. 퍼커 부부의 아들 그레그 퍼커의 본명은 ‘게이로드 퍼커’인데 ‘퍼커’(Focker)는 성적 의미가 곁들여진 욕설 ‘Fucker’와 발음이 동일하다. 또한 ‘게이로드’(Gaylord)는 ‘게이의 제왕’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반어적 의미다. 그는 분명 이성애자이지만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했다. 그중에서도 섹스의 결실인 아기분만을 돕는 간호사다. 퍼커 부부의 분방한 행동들은 그레그가 타인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이끈 듯하다. 퍼커 부부의 집안에는 성과 관련된 그림과 조각, 서적들이 가득하다. 애완용 개도 섹스중독 증세를 보일 정도다.

잭과 그의 집안은 이와 대조적으로 묘사돼 있다. 옷을 입은 채 마사지를 받고 선글라스를 자주 착용하는 모습에서는 잭의 보수적 성격이 감지된다. 그의 차량에는 첨단 도청장치가 부착돼 있고 애완용 고양이는 화장실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잘 훈련돼 있다. 잭의 손자는 아기임에도 어른 뺨칠 정도로 조숙하다.

이 영화에서 섹스는 젊은이가 아니라 노인들의 것이다. 때문에 전혀 심각하거나 외설스럽지 않으며 가벼운 웃음으로 대할 수 있다. 성을 솔직하게 즐기는 노인 부부 역을 연기한 더스틴 호프먼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오히려 사랑으로 자식을 길러 믿음이 가는 부모상을 체현했다.

그러나 성을 바라보는 잭의 태도가 바뀌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다. 사돈의 마사지와 애교에도 무덤덤했던 그가 막바지에 능동적으로 변모하는 계기를 제공하려면 보다 극적인 장치가 필요했다. 전체적으로 익살은 있지만 비애가 부족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구조도 흥미를 반감시킨다. 4월15일 개봉.

개봉영화

▶ 주먹이 운다

최민식과 류승범이 주연한 드라마. 거리에서 매 맞고 돈버는 신세로 전락한 전직 아마추어 스타복서와 소년원에서 권투로 갱생을 모색하는 복역수가 신인왕전에서 맞붙는다.

▶ 달콤한 인생

김지운 감독의 느와르 액션. 호텔 매니저이자 조폭 중간보스인 주인공이 보스의 여인 감시임무를 맡게 되면서 나락에 빠진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도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는 깔끔한 정장의 주인공,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화려한 호텔과 허름한 공사장에서의 혈투가 볼거리다.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김뢰하

▶ 엄마

고두심이 타이틀롤을 맡은 드라마. 차를 타면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의 혼례식에 가기 위해 먼 길을 걸어간다. 전라남도의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어머니와 자식들의 끈끈한 관계가 펼쳐진다. 감독 구성주

▶ 블랙아웃

유능한 여경관 제시카는 해변가에서 난도질당한 시체에 대한 수사를 맡게 된다. 그녀는 곧 연쇄살인 피해자임을 알게 되고 그를 포함한 다른 피해자들이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남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서 혼란에 빠진다. 감독 필립 카우프먼, 주연 애슐리 주드, 새뮤얼 잭슨, 앤디 가르시아

▶ 쿨

존 트래볼타와 우마 서먼이 <펄프픽션> 이후 10여년 만에 공동주연한 코미디. 삼류갱에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로 변신해 대박을 터뜨린 칠리 팔머가 곡절 끝에 러시아 마피아들이 판치는 뮤직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감독 게리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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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