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주말의 명화’라는 TV프로그램에서 본 영화 <아가씨와 건달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 말고 노래하며 춤추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내 그 아름다운 멜로디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더욱이 비스듬히 눌러쓴 중절모 속에 한 쪽 눈을 숨긴 말론 브란도(스카이 매스터슨 역)의 카리스마는 어린 중학생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것은 기자가 난생 처음 경험한 뮤지컬이라는 예술장르였고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이후 한국배우가 연기하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지만 다시 본 스카이의 매력은 말론 브란도의 그것만큼은 되지 못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950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1983년부터 20년 넘게 공연돼 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된 <아가씨와 건달들>에는 TV스타나 영화배우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아마도 이것이 말론 브란도만큼 멋진 스카이가 나올 수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그런 면에서 이번 2005년 버전의 <아가씨와 건달들>은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마케팅 차원에서 끌어들였던 대중스타 대신 김법래, 류정한, 김선경, 전수경 등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배우들만 모인 무대가 <2005 뉴 버전 “아가씨와 건달들” 인 서울>이기 때문이다.도박사 나싼과의 내기로 1,000달러를 잃지 않기 위해서 구세군 아가씨 사라를 꾀어 하바나로 데려간 스카이는 결국에는 사라와 사랑에 빠진다. 스카이와 사라의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14년 동안 약혼한 상태로 지낸 나싼과 아들레이드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이미 친숙한 줄거리지만 이번 작품의 강점은 색다른 시도로 관객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사실이다. 우선 관객을 감싸안는 형태의 파노라마식 무대로 객석과 배우와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고 조명을 그림자놀이처럼 재치 있게 활용해 무대소품을 대신하기도 했다. 50년대 뉴욕의 복고적 분위기를 현대적 느낌으로 재구성한 화려하면서 감각적인 의상도 볼거리다. 여기에 핫박스 댄서 아들레이드를 맡은 김선경의 연기는 거의 ‘개인기’ 수준으로 능수능란해 단연 돋보였다.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TV코미디쇼에서 하듯 특정 종교나 유명인사를 희화화해 극의 흐름상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도 없지 않았다. 또 태생적 한계를 늘 지적받는 공연장 특성상 사운드가 너무 울린 점도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2시간30분 공연시간 내내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 점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최근 우리나라 뮤지컬계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지만 작품성 있는 대작을 중심으로 뮤지컬팬의 관심을 모아왔다. ‘뮤지컬코미디’라는 뮤지컬 본래 개념에 충실한 이 작품은 ‘즐거운 뮤지컬’과 ‘해피엔딩’에 굶주렸던 관객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듯하다. 5월1일까지/정동 팝콘하우스/02-501-7888공연&전시▶뮤지컬 <달고나><난타>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PMC프로덕션이 뮤지컬 전용극장을 열었다. 300석 규모의 PMC대학로 자유극장은 국내 창작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라는 게PMC측의 말이다. 개관기념 공연 <난타>에 이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달고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퇴색된 꿈과 추억을 그리는 내용으로 친숙한 가요멜로디를 활용한 게 특징이다. 4월22일~5월31일/PMC대학로자유극장/02-739-8288▶연극 <아트>‘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라는 부제를 단 연극 <아트>는 고등학교 동창인 수현, 규태, 덕수의 우정과 시기, 질투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1억원이 넘는 그림을 둘러싼 ‘남자들의 수다’ 속에는 남자의 우정뿐만 아니라 관람객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이 숨어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로 유쾌한 웃음을 주는 <아트>의 이번 앙코르 공연에는 정원중, 박광정이 새로 합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5월29일까지/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4-8760▶2005 퓨전 클래식 콘서트 <온리포유>오페라, 뮤지컬, 발레가 만난 독특한 무대다. 오페라 하이라이트를 들려주는 기존 갈라콘서트와 달리 대중성을 갖춘 뮤지컬 장르를 결합, 이색공연이 될 것이라는 게 기획사측의 말이다.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출신 오페라가수들과 역시 세계 최정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공연이다. 5월10~11일/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02-420-1751~2세계문명, 살아있는 신화 <대영박물관 한국전>해외전시 사상 최다 유물전시프랑스 루브르, 미국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대영박물관 전시품을 한국에서 접할 수 있게 됐다. ‘세계 문명, 살아있는 신화’를 주제로 열리는 대영박물관 한국전을 통해 세계 각 대륙의 인류문명사를 꿰뚫는 대영박물관 소장 진품유물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기원전 3500년 전의 조각과 석판화부터 다빈치, 렘브란트와 같은 유명화가의 작품까지 총 330여점이 전시된다. 기존 대형전시회가 회화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미라, 의류(직물), 화폐 등의 다양한 유물이 선보일 예정이다. 대영박물관 해외전시 사상 최다 유물전시로 기록될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머리 남자의 옆얼굴(사진)> 등 다양한 화젯거리를 안고 한국 관람객을 맞게 된다. 4월12일~7월10일/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518-3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