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컨설팅을 하다 보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 특히 ‘무엇을 해도 일단 크게 벌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비교적 적은 돈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으로 무장돼 있다. 컨설턴트의 충고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상권분석이나 아이템 선정에도 최선을 다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반면 ‘일단 크게’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다른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실제로 창업시장에서 ‘자본’이라는 개념은 예비창업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단위다. 일반적인 회사원이 퇴직금을 쏟아부어 마련한 2억~3억원의 돈도 점포창업을 하다 보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충분한 사전지식과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수십, 수백억이 넘는 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실패는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초소자본 창업의 기준으로 잡는 3,000만원이라는 돈은 실제로는 일반 회사원의 1년치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다. 남들은 수억을 들여서도 실패했다는데 3,000만원을 투자해서 도대체 돈을 얼마나 벌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자본의 크기가 성공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소자본으로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2002년 대학을 졸업한 여운창씨(26). 여씨는 창업 2년 만에 월평균 순익 2,000만원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여씨는 대학시절 가구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밑천 삼아 온라인에서 가구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온라인 쇼핑몰에 가구 판매를 하는 곳이 드물다는 점에 착안했다. 여씨는 가구점에서 일하면서 유통과정, 업계 현황 등을 익혔다. 거래처였던 몇몇 업체에서는 독립하면 물건을 대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그는 2002년 말 본격적인 창업준비에 들어갔다. 서울남부터미널에 보증금 없이 월세 25만원짜리 5평 창고를 얻었다. 초도물품비로 600만원 상당의 가구, 배달용 봉고트럭, 사무실 집기 등을 구비했다. 그리고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여씨는 경쟁자들과는 달리 택배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배달을 했다. 배송비를 줄이는 대신 가격경쟁력을 택한 셈이다. 택배를 통한 가구배달이 보통 5∼7일 정도 걸리는데 직접 배송할 경우 이틀 안에 배송이 가능해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창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 1,600만원. 하지만 매출은 창업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월평균 1억원을 넘겼고, 현재는 1억5,0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여씨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본보다 아이디어가 성패를 좌우하는 초소자본 창업의 기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고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충실했던 것은 물론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여씨는 거래처와 철저한 현금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비대면 거래임에도 직접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것 못지않게 철저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초소자본 창업에서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00만원짜리 리어카에서 시작해 지역의 명물로 떠오른 사람들은 예비창업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들이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노점상 중의 하나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은 남들과 다른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서울 남영동 왕호떡 김민영 사장이나 총각네 야채가게로 유명한 ‘자연의 모든 것’ 이영석 사장, 고려대 앞 영철버거 이영철 사장 등은 모두 초소자본 창업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웃었을지 몰라도 나비넥타이를 매고 손님을 맞이하는 호떡집 사장이나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며 바나나를 파는 총각 사장은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이다. 물론 남들과 다르다고, 튀기만 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했다. ‘미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인데 학문과 예술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초소자본 창업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적절하다. 누구나 무슨 장사를 하든 경영원칙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하다.얼마 전 자전거여행 중에 섬진강 화개장터 좌판에서 검정고무신을 파는 농부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원래 농부였다. 어쩌다 나온 농사 이야기에는 눈이 초롱초롱 반짝거렸다. 그러나 장사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고무신에 대해 이것저것 물을 때면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농사에는 흥이 미쳤으나 고무신을 파는 장사에는 흥이 미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에서는 이른바 ‘뽕짝 테이프’를 파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고무신 파는 아저씨와 달리 그는 신명나게 장사하고 있다. 장사에 미쳐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테이프만 틀어 고객을 상대하는 경쟁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뽕짝 리듬에 맞춰 춤추는 갖가지 인형도 함께 판다. 이따금 음악이 흐르는 중간마다 흥겨운 추임새도 넣는데 아주 흥미롭고 일품이다. 당연히 순식간에 고객들이 모여든다. 고무신 파는 좌판에는 몰려드는 고객들이 없지만 뽕짝 테이프를 파는 좌판에는 구름처럼 인파가 모인다.여기에 마케팅 진리가 숨어 있다. 창업자 스스로 먼저 흥을 느끼고 미치지 못하면 고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취약한 자본력으로 도전해야만 하는 초소자본 창업자가 명심해야 한다. 혹시 자신이 도전하려는 아이템이 시들시들, 흥이 나지 않을 게 뻔한 아이템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 볼 일이다.창업자 법률상식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5)과도한 월차임 증액요구 ‘거부’ 가능A씨는 부동산중개업과 가맹점상담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가맹점중개업이라는 형태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 신흥상권에 위치한 상가건물 2층을 보증금 1억원, 월차임 100만원, 임대기간 1년으로 정해 임차한 후 사업을 개시했다. 그런데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의 만료시점 2개월 전에 A씨가 지급한 보증금 중 5,000만원을 월 단위 차임으로 전환하되 그 비율을 월 3부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때 A씨가 임대인의 청구에 그대로 응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우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건물법)은 서울시의 경우 보증금액이 2억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 적용된다(상가건물법 제2조 제1항, 시행령 제2조 제1항). 보증금 이외에 차임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월단위로 환산한 금액에 100을 곱해 산출한 금액을 기존의 보증금에 포함시켜 계산해 상가건물법의 적용여부를 결정한다(상가건물법 제2조 제2항,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3항). A씨의 경우에는 보증금 1억원, 차임 100만원이므로 앞서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보증금액이 2억원이 된다. 이는 상가건물법이 정한 기준에 부합하므로, A씨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상가건물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임대인의 요구가 타당한지 알아보자. 상가건물법 제12조는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그 전환되는 금액에 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 및 당해 지역의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을 곱한 월차임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시행령 제5조는 ‘법 제12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이라 함은 연 1할5푼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A씨는 임대인의 통보(연 36%)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중 5,000만원에 연 15%의 비율을 곱해 산출한 금액인 연 750만원(월 62만5,000원)까지의 범위에서만 임대인의 청구에 응하면 된다. 결국 A씨는 기존의 월차임 100만원에 62만5,000원을 더한 162만5,000원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한편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만료 전 6월부터 1월까지 임차인에 대해 임대차계약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전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한 것으로 봐(상가건물법 제10조 제4항) 만일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다음 앞서와 같이 통보했다면 A씨는 임대인의 청구에 응할 필요가 없게 된다.곽상언ㆍ변호사(가맹사업거래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