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틴이란 10세 전후의 초등학교 3~6학년 정도 아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13살(thirteen)부터의 ‘틴’(teen) 연령대 ‘이전’(pre)인 12살(twelve) 이하라는 의미다. 주로 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성장했고 맞벌이 부모를 둔 경우가 많다.최근 이들 프리틴을 겨냥한 비즈니스가 날개를 달았다. 하이틴(high-teen)과 로틴(low-teen) 마케팅에 이어 타깃 연령이 더 낮아진 프리틴 마케팅이 곳곳에서 등장했다.프리틴 비즈니스가 등장한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의 10세 전후 아이들은 자기 욕구가 뚜렷해져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한다”면서 “한 자녀를 둔 가정이 늘면서 자녀가 원하면 부모는 지갑을 연다”고 말한다.김정효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조숙해졌다”면서 “TV프로그램과 광고 등 대중문화 노출도가 높아지다 보니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에 사춘기가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자녀 가정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은 95년 1.65명에서 2001년 1.30명, 2004년 1.19명으로 점차 감소했다.의류 - 연 20%대 고속성장프리틴 마케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영역은 바로 ‘의류’다.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소수를 제외하곤 대다수가 ‘사복’을 입는다. 적지 않은 수가 ‘교복’을 입는 중고생과는 또 다른 특징이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프리틴 의류시장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지난해 9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의류소비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프리틴이 포함된 아동ㆍ청소년복 소비규모는 7,908억원으로 2003년 상반기보다 20.7% 늘었다.이렇게 프리틴 시장의 성장력을 간파한 업체들은 별도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베이직하우스와 마루, 이랜드 등의 업체가 바로 프리틴을 겨냥한 ‘주니어 라인’을 내놓은 곳들이다.이랜드의 프리틴 브랜드 ‘더데이걸’의 경우 7~15세의 여자아이와 청소년의 옷을 팔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중에서도 특히 10세 전후 프리틴 여아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성인을 흉내내고 싶어 하는 프리틴 심리에 맞춰 디자인은 성인 캐주얼과 거의 똑같이 만든다”고 했다. 반면 성인 캐주얼과 다르게 세탁은 쉽도록 상품을 기획했다. 더데이걸의 2004년 매출은 110억원, 대리점수는 60개였다. 의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 목표는 매출액 140억원, 대리점수 83개다.게스, 리바이스, 폴로 등 해외 브랜드도 아동ㆍ청소년 매장을 별도로 운영하며 프리틴 고객을 끌어들이려 한다. 아울러 아이들의 신체 성장속도가 국내보다 빠른 외국에서 먼저 자리잡은 프리틴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미국 마텔사의 10세 전후 타깃 브랜드 ‘바비스타일’은 최근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와 서울 압구정동, 동부 이촌동에 매장을 열었다. 어른과 같은 성숙한 스타일을 원하는 아이들은 위해 지방시의 전 수석디자이너 줄리앙 맥도날드가 디자인에 참여했다.화장품 - 성인시장의 30% 규모기존 세대와 프리틴 세대가 다르다는 점은 ‘화장품’에서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10세 전후를 위한 어린이용 화장품 브랜드가 급증했다. 20대 이상의 세대 가운데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도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값싼 립글로스와 향수를 팔았다”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다. 요즘에는 어린이용 화장품을 백화점에서 당당히 판다. 그것도 로션과 같은 기초화장품이 아닌 어린이 색조화장품을 백화점에서 찾을 수 있다.어린이용 색조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 파라코는 4군데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파라코가 영국에서 수입한 브랜드 ‘미스몰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애경백화점 구로점, 뉴코아백화점 일산점ㆍ야탑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어린이날 시즌을 맞아 행사장소를 넓혔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ㆍ삼성동점ㆍ목동점ㆍ신촌점,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에서도 프리틴 숙녀를 위해 메이크업 시연행사를 열고 있다. 이영진 파라코 마케팅부장은 “미스몰리 등 파라코의 어린이 화장품 브랜드는 5~13세를 고객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10세 전후 프리틴이 주 타깃”이라고 말했다. 이부장은 이어 “파라코는 2002년에 어린이 색조화장품을 처음 선보였다”며 “어린이 화장품시장은 성인시장과 달리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성인에 비해 아이들의 피부가 민감해서 원재료 사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수적 성향을 지닌 지역에서는 마케팅과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부장은 “보수성향이 좀더 강한 지방권에는 파라코 매장이 아예 없다”며 “부모들이 예전보다 개방화되면서 아이들도 내재된 욕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향에 힘입어 어린이 색조화장품시장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의 부모 세대도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의 화장품을 발라보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 반면 그 당시에는 어린이용 화장품이라는 제품 자체도 없었고 어린이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할 사회분위기도 형성돼 있지 않았다. 지금의 프리틴은 놀이 개념의 연장과 어른을 모방하고 싶은 심리의 결합으로 화장품을 찾는다. 부모도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특히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화장품 매출은 급등한다.이밖에도 마크윈과 큐트컬러샵, 제니핑크 등이 프리틴 색조화장품 브랜드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린이용 화장품시장 규모는 성인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집계하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성인 화장품시장을 대략 5조원으로 본다면 어린이 화장품은 약 1조5,000억원이라는 얘기다. 물론 어린이 화장품 시장에는 색조화장품뿐만 아니라 로션, 스킨 등의 기초화장품도 포함돼 있다. 어린이 화장품 매출 가운데 20~30% 정도가 색조화장품시장이라고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백화점 - 멀티숍도 등장백화점이야말로 프리틴 비즈니스에서 물러날 유통망이 아니다.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의 경우 ‘쥬니어시티’라는 멀티숍을 2004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메조피아노, 엔젤블루, 데이지러버스 등 5개의 일본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파는 이곳 쥬니어시티는 고객연령을 9세 이상으로 잡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가 안 좋아 유아동복의 매출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쥬니어시티는 꾸준한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신세계백화점도 서울 강남점에 파라코의 어린이 색조화장품 미스몰리 매장을 운영한다. 장혜진 신세계 과장은 “미스몰리는 월평균 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어린이날, 크리스마스가 있는 5ㆍ12월에는 월 매출이 1,000만원으로 2배 급등한다”고 설명했다. 장과장은 이어 “립스틱과 립글로스, 아이섀도 단품이 1만5,000원 이상, 세트 상품은 1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 아니지만 꾸준히 판매된다”고 덧붙였다.엔터테인먼트 - 연예인지망생 급증엔터테인먼트시장의 프리틴 마케팅 전략도 치열해졌다. 예스엔터테인먼트 소속 만 6~10세 그룹 ‘7공주’는 초등학생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7공주는 그룹 결성 당시부터 마케팅 전략을 ‘프리틴 그룹’으로 짰다. 이들의 타이틀곡 ‘러브송’은 이제 어른에게도 친숙하다.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 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라는 가사의 노래가 친숙하다면 당신은 바로 ‘러브송’을 들은 것이다.최근에는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문근영과 아시아의 스타 가수 보아를 닮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 초 케이블TV 투니버스에서 12세 이하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중 67%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실제로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리는 프리틴이 늘어났다. 송혜교와 안재욱, 김희선을 배출한 MTM아카데미의 이주덕 본부장은 “최근 들어 유아반과 초등학생반, 입시반, 성인반의 학생수가 비슷해져 프리틴 연령의 학생이 약 100명”이라며 “유아반의 60~70%는 부모가 원해서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켰다면 초등학생반의 70~80%는 아이가 먼저 알아보고 부모를 설득해 학원을 다닌다”고 말해다.기타 - 인터넷 주니어 포털 전쟁인터넷의 어린이 전용 포털의 전쟁도 시작된 지 오래다. 어린이 포털의 47%를 점유한 주니어 네이버의 경우 370만명이 등록돼 있다. 주니어 네이버 회원은 7세 이하와 7~9세, 10~12세, 13세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이 가운데 10~12세가 절반을 차지했다. 이상훈 네이버 대리는 “초등학교 3~6학년 아이들은 오락과 교육 두 가지 측면을 인터넷에서 모두 얻으려 한다”며 “정보에 대한 니즈가 강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정보검색을 상당히 많이 하며 토론과 설문조사,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어린이용 가구업체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옷이나 소품을 비롯해 본인의 방 가구까지도 직접 고르려는 프리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용 인체공학의자 ‘듀오백키즈’를 내놓은 듀오백코리아의 김해운 과장은 “최근 개성이 강한 프리틴 세대의 소비욕구가 커지면서 어린이가 부모에게 요구해서 어린이용 의자를 사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남대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어린이시장을 보다 세분화한 틈새시장이 바로 프리틴”이라며 “프리틴시장의 경우 상품선택은 어린이가 하지만 결국 돈을 지불하는 권한은 부모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INTERVIEW / 이종성 예스엔터테인먼트 사장7공주 팬 80% 초등학생“‘7공주’의 팬들 70~80%는 초등학생입니다. 이중에서도 초등학교 3~6학년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만 6~10세 프리틴 그룹 7공주 소속 기획사인 예스엔터테인먼트의 이종성 사장(34)은 프리틴 세대의 성향을 꿰뚫고 있었다. 이사장은 “초등학교 3~6학년 시기에 연예인이 되려는 갈망이 가장 강하다”며 “자신의 또래인 7공주를 신기해하면서도 부러워해 프리틴 연령의 팬층이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이사장이 예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은 2004년 1월. 그러나 2년 전부터 7공주 결성을 위한 물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02년 2월부터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업체의 콘텐츠 프로듀서로 일했습니다. 그해 3월 ‘컬러링’이 처음 선보이면서 통화연결음과 음반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게 됐습니다. 귀여운 아이의 코믹한 목소리가 들어간 컬러링과 벨소리가 폭발적 인기를 얻는 데서 7공주 기획 아이디어를 따왔습니다.”아이 목소리를 컬러링뿐만이 아니라 음반으로 내면 ‘재미있겠다’고 본 이사장은 끼 많고 다재다능한 어린이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탤런트 또는 모델에이전시에서 활동 중인 어린이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노래와 춤, 외모 3박자를 모두 갖춘 아이들로 7공주 그룹을 결성했습니다.”2003년 12월에 프로젝트 앨범을 낸 뒤에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멤버 몇 명을 교체한 뒤인 2004년 11월. 핑클의 ‘내 남자친구에게’를 작곡한 전준규씨와 보아의 ‘넘버원’을 작사한 김영아씨가 창작한 노래들로 공식 첫 앨범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냈다. 총제작비는 약 1억원.“노래 자체는 인기가수의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 작사가에게 맡겼지만 안무는 좀 달랐습니다. 성인가수의 춤을 맡았던 안무가의 동작을 어린이들이 따라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TV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하나 둘 셋’의 안무를 담당했던 분께 다시 의뢰했습니다.”결과는 대성공. 음반은 4개월간 9,000여장이 팔렸고 7공주가 부른 ‘러브송’은 지난해 12월 컬러링 전체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또 MBC의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에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낙농진흥회의 홍보노래인 ‘우유송 2탄’도 7공주가 부르게 됐고, 소년소녀가장돕기 단체의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5월부터는 SBS의 신규 프로그램 ‘잉글리시 매직 스쿨’에도 고정출연하게 됐다. 현재 인터넷 팬클럽 카페만 100여개가 넘게 생겨났으며 기업과의 제휴도 활발해졌다. “이랜드의 브랜드 ‘로엠걸스’의 의상을 협찬받고 있습니다. 4월 말에 런칭한 프리틴 의류브랜드 ‘바비스타일’과도 손잡고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에서 ‘숍 오픈 기념 7공주 팬사인회’를 열었습니다.” 이사장은 또 다른 프리틴 그룹을 구상하는 등 프리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확대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