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는 한국영화지형도에서는 보기 드문 사극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조선 후기 외딴섬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 얼마나 현대적으로 매끄럽게 옮겨졌느냐가 관건이다.영화는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한　5가지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다뤘다. 단테의 신곡에 소개된 7가지 악과 살인을 그린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세븐>을 연상시킨다. 연쇄살인이 발생하지만 수사는 공전하고, 급기야 수사관 자신도 사건에 연루되는 상황 등도 유사하다.그러나 한국적 특수성을 배치한 각본과 주제는 지적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 무엇보다 한국적 한(恨)의 정서를 도입, 초자연적 현상과 논리적 해결의 결합을 시도한 것이 이채롭다.한 여성이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지는 도입부에는 이후의 연쇄살인에 치정극이 관여됐음이 암시된다. 이 장면은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돋보였던 김감독의 편집감각이 엿보인다. 살인자를 보는 여인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뒤 돌연 굉음과 함께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물속에 빠진 여인의 모습이 이어진다. 그 사이 일어난 일은 엔딩신에서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수사관 원규(차승원)는 굉음이 총소리였고, 배경인 섬마을을 떠도는 원귀와 연쇄살인범죄가 제지공장과 천주교 등과 연관돼 있음을 밝혀낸다. ‘총’, ‘제지소’, ‘천주교’ 등은 모두 서구의 문물이다. 말하자면 조선의 문화와 서구문명이 충돌해 앙화를 빚은 셈이다. 고립된 섬은 바깥세상에 캄캄했던 조선의 축소판이다.영화는 살인극의 원인으로 우리 모두의 이기심과 탐욕을 지목한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헛된 믿음이 재앙을 초래한 것이다.5가지 살해방법은 인간의 영악함과 잔인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물에 젖은 종이를 얼굴에 붙여 숨을 못 쉬게 해 죽이는 방법은 약한 종이가 강력한 무기로 변하는 충격적인 장면이다.‘피가 섞인 비’(血雨)가 내리거나 원귀가 무당의 몸을 빌려 울부짖는 초자연적 현상에는 의견이 엇갈릴 듯하다. 지지자들은 한국적 한의 정서를 담아낸 장면으로 평가할 것이지만 추리영화에 필수적인 합리성을 약화시켜 리얼리티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문제는 표현방식보다 전달방식에 있다. 배우들은 마치 경쟁을 벌이듯 무수한 말을 쏟아내고 있으며 대사는 사건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현대어와 고어가 뒤섞인 대사는 때때로 이해하기 어렵다. ‘코믹배우’ 딱지가 붙어 있는 차승원이 모처럼 진지한 연기를 펼쳤지만 성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5월4일 개봉, 18세 이상.개봉영화▶킹덤 오브 헤븐‘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사극액션. 중세 십자군전쟁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해 전쟁신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주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킨제이 보고서20세기 성의 혁명을 몰고 왔던 킨제이 보고서에 얽힌 뒷이야기를 재치 있게 다뤘다. ‘쉰들러 리스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암 니슨’이 킨제이 박사 역을, ‘러브 액츄얼리’의 로라 리니가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시카고’의 시나리오를 썼던 빌 콘돈 감독의 데뷔작.▶코치 카터하위 고교농구팀이 정상을 향해 매진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기존 스포츠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운동보다 공부를 강조하는 지도자의 훈련법이 눈길을 끈다. 사무엘 잭슨이 농구팀 감독 역을 맡았다. 감독 토머스 카터▶트리플X 2: 넥스트 레벨리 타마호리 감독의 액션스릴러. 제임스 본드와는 정반대 유형의 첩보원을 내세워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전편의 빈 디젤에 이어 아이스큐브가 2대 트리플엑스를 맡았다. 공동출연 사무엘 L. 잭슨, 윌렘 데포▶댄서의 순정옌볜 출신 소녀가 한국에서 춤을 배워 댄스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사랑도 찾아가는 코믹드라마. 10대 배우로 최고의 스타파워를 자랑하는 문근영이 주연했다. 상대역은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화려한 춤솜씨를 과시했던 박건형이 맡았다. 감독 박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