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양승득 편집장“기대해주십시오. 최고의 호텔로 거듭날 것입니다.” 권대욱 하얏트리젠시 제주·호텔서교 사장은 대변신을 선언했다.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공허한 외침이 아니다. 이미 별도의 팀을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호텔서교는 커피숍, 로비, 레스토랑, 건물 외벽 등 모든 것을 다 바꿀 작정이다. 하얏트리젠시 제주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호텔을 추월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올 초 취임한 권사장은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유원, 한보, 극동건설에서 최고경영자까지 올랐다. 열사의 땅, 중동에서의 그의 성공스토리는 건설업계에서 전설이다. 누가 뭐래도 정통 건설맨인 그가 호텔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의아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그 눈초리에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감성경영으로 호텔서교와 하얏트리젠시 제주의 대변신을 이끌고 있다. 비전은 분명했고 전략은 구체적이었다.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그가 내년 말쯤에는 새로운 서교, 하얏트리젠시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월 중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새로운 신화창조에 나선 권사장을 호텔서교에서 만났다.건설사에서 호텔의 최고경영자로 변신하니 소감이 어떻습니까.한마디로 말하면 아주 행복합니다. 25년간 건설업에서 한우물을 팠습니다. 우리 삶에 다양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호텔의 최고경영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 곳 호텔의 연간 매출액은 기껏해야 건설사 현장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하지만 호텔업은 굉장히 섬세할뿐더러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봄, 여름 등 계절별로 요리가 달라야 합니다. 웨이트리스의 복장까지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나는 새로운 도전에서 오는 적당한 긴장을 즐기고 있습니다.변신의 계기가 궁금합니다.호텔의 오너인 아주그룹의 문규영 회장과는 20년지기입니다. 올 초 문회장님이 제안을 하더군요. 처음에는 적잖이 망설였습니다. 호텔 사장이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각별한 친구 사이에서 오너와 전문경영인으로 만나야 한다는 점이 약간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건설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호텔경영에 접목시키고 있습니까.건설업은 역동적인 사업입니다만 호텔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텔은 손익구조가 단순한 업종입니다. 중요한 것은 객실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객실을 많이 팔면 식음료 매출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따라서 적정한 객실단가를 유지하면서도 객실을 많이 파는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세일즈를 잘 해야 되는데, 이는 건설과 호텔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또 건설업은 전체 단지를 조망하는 개발자의 시각이 요구됩니다. 호텔업도 전체 시장을 조망하는 거시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시장을 보는 훈련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세계 유수의 호텔을 거의 다 다녀본 것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호텔서교는 공항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국내 메이저 호텔과 견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생각입니까.우리는 앞으로 어떤 종류의 호텔을 지향할 것인가를 정했습니다. 늙고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활기찬 호텔로 변신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릴 것입니다. 우리 호텔의 경우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호텔서교는 홍익대학교 인근 ‘문화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뛰어난 경쟁력입니다. 그런데 호텔서교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이런 젊음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젊은 호텔서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로비, 커피숍, 사우나 등 모든 시설을 새로운 감각으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별관에는 소극장도 유치할 생각입니다.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멋진 호텔을 만들 것입니다. 내년 말쯤이면 새로운 호텔서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하얏트리젠시 제주의 경우 인근에 호텔롯데, 호텔신라 등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습니다만.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밖에 길이 없습니다. 하얏트리젠시 제주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문관광단지에서 바다가 가장 가까운 호텔이기 때문입니다. 호텔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파도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2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가 보면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1% 부족합니다. 뭔가 차별화되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차별화의 일환으로 건강과 노화방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상위 1%에 드는 VIP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호텔 인근의 한국관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입니까.한국관은 전통 한옥입니다. 지금 지으면 100억원 이상 들어갈 정도로 훌륭한 건물입니다. 이 건물을 세계적인 전통문화의 명소로 만들 작정입니다. 정동극장 같은 것을 하나 더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판소리나 국악공연 등 우리 민족의 전통공연으로 햐얏트리젠시 제주는 물론 인근 호텔 고객들까지 만족시킬 것입니다.전반적으로 어려운 국내 호텔업계의 경영이 호전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대다수 호텔이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텔서교는 식음료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좋은 전문음식점이 적지 않습니다. 맞서 싸우기에는 가격경쟁력이 취약합니다. 별 수 없이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손실을 감수하고 레스토랑을 유지할 수밖에요. 하얏트리젠시 제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줄어들고 있지만 경쟁요인은 늘고 있습니다. 콘도미니엄, 고급 펜션 등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잠자고 노는 리조트로는 생존이 어려운 형편입니다. 경쟁호텔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채플웨딩(Chapel Wedding) 도입도 그 일환입니까.그렇습니다. 채플웨딩이란 휴양지 호텔 내 바다를 접한 장소에 소규모 채플 형태의 예식장사업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채플웨딩은 예식문화의 새로운 변화입니다. 가령 일본에서는 결혼시장이 호텔예식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거나 큰 저택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유행입니다. 일본의 해외 웨딩시장은 연 87만건의 결혼 중 7%(약 6만건)나 됩니다. 이들을 유치하면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사장님께서 추구하는 호텔은 어떤 모습입니까.나에게는 이곳이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주신 회장님께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호텔이 지금보다 발전해서 튼튼한 기반 위에 오르는 것이 소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도 행복을 느낄 것입니다. 회사와 직원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은 경영자의 보람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조직을 통해 뭔가를 얻고 배우며 꿈을 실현하는 장소로서 자리매김한 호텔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직원들에게 주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까.나는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이익이 수반돼야 하고, 둘째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며, 셋째 인간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매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사사로운 이야기부터 경영전략까지 모든 것을 공유합니다. 열린 경영을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직원들도 지금은 많은 답장을 보내오고 있습니다(권사장은 취임 이후 8통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아주 구체적이며 감성적이다. 자신의 경영방침과 계획을 세세한 부분까지 공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영상의 고민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전문서적을 번역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평생 동안 3권의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두 번째 책인 번역서가 오는 6월 초에 출판됩니다. <더 뉴CIO 리더>라는 책입니다.약력 : 1951년생. 69년 중앙고 졸업. 73년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 91년 연세대 경영학 석사. 2000년 동국대 경영학 박사. 86년 한보종합건설 사장. 91년 한보에너지 사장. 91년 한보철강공업 건설사업본부 사장. 95년 유원건설 사장. 97년 극동건설 사장. 2000년 콘스트라넷 사장. 2003년 효명건설 회장. 2005년 하얏트리젠시 제주ㆍ호텔서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