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형제들이 자주 티격태격한다면 <안녕, 형아>(감독 임태형)가 영약이 될 수 있다. 원수 같은 형이나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건강한 육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이유를 상기시켜 준다. 이 작품은 비록 걸작은 아니지만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감동이 있다.‘안녕,형아’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형 한별(서대한)을 지켜보는 말썽쟁이 동생 한이(박지빈)의 이야기다. 병마와 싸우는 한별이 극의 중심에 놓였더라면 눈물이 나올지언정 재미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9살짜리 한이(박지빈)는 짙은 그늘에만 있을 법한 이야기에 환한 햇살을 드리워준다. 아픈 한별과 그의 부모는 슬픔에 잠겨 있지만 한이는 건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균형을 잡아준다.아무것도 모르는 한이는 병원에서도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질주한다. 엄마의 관심이 자신으로부터 형에게 옮아간 것이 못내 서운할 뿐이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형의 환자복을 몰래 입는 장면에서는 어린이 특유의 질투심이 엿보인다.영화는 한이가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세상과 타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과정을 포착한다. 도입부에서 한이의 ‘괴롭힘 대상’이던 형이 종반부에는 한이의 보살핌을 받는 대상으로 바뀌어 있다.성장의 고비마다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이 이정표처럼 빛난다. 한별이 수술을 위해 머리를 깎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한이는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슬픔을 느끼지는 못한다. 소아암 환자인 친구가 쓰러지는 순간 한이는 당혹스럽다.이 작품이 관객을 흡입한다면 그것은 어린이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대사도 어린이 수준을 결코 넘지 않는다. “엄마, 내 똥이 뱀처럼 일어서 있어.” “엄마, 나 아픈 거 맞지?.” “우리 형아 암 아니야, 뇌종양이야.”예수를 닮은 ‘타잔아저씨’와 어린이들이 하늘을 나는 장면은 침잠해 있던 관객들을 잠시나마 부양시켜 준다. 간절함이 소망을 실현시키는 판타지를 표현한 것이다. 병간호로 만난 두 어머니가 화장실 세면대에서 눈물을 티나지 않게 씻어내는 방법을 나누는 장면에는 아픔이 유머로 승화돼 있다.환자들이 투병하는 병원도 썰렁한 장례식장이 아니라 삶의 온기가 넘치는 곳으로 그려지고 있다. 환자와 의사들의 연기도 실감난다. 입원 중인 소아암 환자들은 우리의 고정관념보다 훨씬 명랑하고 쾌활하다. 그들은 울상 짓는 부모보다는 스스럼없이 대하는 한이를 반긴다. 관객들은 어느새 한이와 부모의 가운데서 환자들을 바라보게 된다. 5월27일 개봉, 전체.개봉영화▶남극일기송강호와 유지태가 주연한 임필성 감독의 미스터리. 남극의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 탐험대원들의 어두운 욕망을 탐사한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극지방을 배경으로 다룬 액션드라마.▶킹덤 오브 헤븐<글래디에이터>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사극액션. 중세 십자군전쟁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해 전쟁신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주연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연애술사박진희와 연정훈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난봉꾼 마술사와 자유분방한 여교사가 동침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국내 여관과 호텔들의 다양한 내부시설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 감독 천세환▶혈의누조선시대 말엽 외딴섬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극을 다룬 스릴러. 신문물과 구문화가 충돌하는 와중에 인간 탐욕이 빚은 참극이 그려진다. 조선시대 행해졌던 엽기적인 5가지 살인법이 국내 처음 소개된다. 코믹배우 차승원이 진지한 연기자로 변신했다. 감독 김대승, 출연 박용우, 지성▶하우스 오브 왁스젊은 커플들이 밀랍인형 박물관에서 겪는 공포를 담았다. 50년대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잔혹과 엽기코드가 돋보인다. 감독 조미 세라, 주연 엘리샤 쿠스버트, 채드 마이클 머레이, 패리스 힐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