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양평 용문산 야외극장에서는 ‘1일 휴가콘서트’라는 컨셉의 연주회가 열렸다. 이 공연을 위해 일본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사사키 이사오씨(52)가 방한했다.벌써 한국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지 5년째. 횟수는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많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대중예술인이 저마다 일본, 중국 등 해외로 나가는 요즘이지만 그는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음악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팬이 있어서 한국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그는 클래식과 재즈, 뉴에이지를 넘나드는 지한파 일본의 피아니스트로 <봄날은 간다>, <공동경비구역 JSA> 등 한국영화 OST앨범에 참여하는 등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2001년에는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청년 고 이수현씨를 추모하는 ‘아이즈 포 유’(Eyes For You)를 작곡하기도 했다.무대 밖에서 만난 사사키씨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여느 중년남성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한국팬이 많은 이유에 대해 “내 음악이 로맨틱하다고 좋아한다”면서도 “내가 로맨틱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전제를 붙일 정도다. 그는 ‘일본의 조지 윈스턴’이라는 닉네임에 대해서도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웃을 뿐이다.“일본에서도 1980년대에는 저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 음악이 조지 윈스턴의 음악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뉴에이지 음악의 대표주자인 조지 윈스턴과 비교되지만 그는 “그저 컨템퍼러리(현대) 음악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다.그는 한국팬과 일본팬의 차이점에 대해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연령대가 다르다”고 분석했다.“일본팬보다 한국팬의 연령층이 낮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격동기에 태어난 까닭에 과격한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젊은이들은 좀더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한다고나 할까요.”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음색이 다르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처음 소리를 만들어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이올린 같은 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누구나 쉽게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는 더 어렵다고. 따라서 그만의 개성이 반영된 연주가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 역시 변화가 많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음악적 취향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변화 속에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다 보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한때는 팔꿈치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등 새로운 스타일에 집착한 적도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한ㆍ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요즘 같은 시기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데 고민은 없었을까.“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위험하다며 주변에서 많이 말리더군요.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도 분명 한두 명쯤은 한국인에게 호의적인 일본인도 있었을 것 아닙니까. 저 역시 저와 제 음악에 호의적인 한국인을 만나러 오는 것이니까 전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피아노 앞에서 조용히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게 그가 작곡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작곡 스타일에 대해 그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말로 설명했다.사사키씨는 다만 “바로 그때가 왔을 때 재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된 자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약력1953년생. 바이올린ㆍ플루트ㆍ기타 등을 배운 뒤 피아노로 전향. 82년 솔로앨범 ‘Muy Bien’으로 데뷔. 99년 ‘Missing you’ 한국 발매. 2005년 5월 ‘Sky Walker The Best’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