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에서 있었던 음식업 자영업자들의 일명 ‘솥단지 시위’는 자영업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현 상태가 이어지면 조만간 국가경제의 한축인 자영업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화가 진전되고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자영업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1980년 자영업자는 722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52.8%를 차지했지만 5년 후인 85년에는 45.9%(686만6,000명), 90년에는 39.5%(713만5,000명), 95년에는 36.8%(751만5,000명)로 점차 비중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이런 흐름을 바꿔놓았다. 문을 닫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유휴인력이 대거 창업시장에 몰린 것이다.자영업체의 수에서도 이런 사실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따르면 99년 자영업체수는 98년 211만개에서 226만개로 무려 15만개나 늘어나 창업 러시가 극에 달했다. 그후 2001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자영업체수는 2002년부터 매년 6만개씩 증가, 2003년 240만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생활형 창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업력이 5년 미만인 곳이 76.3%에 이르는 점에서도 최근의 창업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고졸ㆍ40대가 자영업자 표준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체가 늘고 있지만 전체 취업자 대비 종사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특위에 따르면 2001년 31.2%(597만4,000명)에서 2002년 30.9%(611만7,000명), 2003년 30.0%(595만명)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종사자수가 601만9,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 취업자가 늘어 비중은 29.5%로 오히려 떨어졌다.하지만 이 수치 역시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OECD 국가 평균은 13.7%의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머무른다. 우리보다 비중이 높은 나라는 멕시코가 유일하다.업종별로는 도소매업체가 33.5%(80만 6,000개)로 가장 많았다. 숙박 및 음식업(24.5%), 운수업(13.1%)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업종의 규모는 대부분 영세하다. 종사자수가 1~2명 이하의 소규모 점포가 64.6%였다. 이 가운데 자기 자금으로 창업하는 자영업주는 50.9%에 그쳤다. 타인 자금으로 창업할 때 자금조달은 대부분(72.1%)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최근 자영업자 추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남성의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이는 외환위기와 불황을 거치면서 직장을 그만둔 많은 남성들이 창업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0년대까지 여성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31~33%, 남성은 28%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남성 자영업자의 비중은 매년 증가해 여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직장인들의 창업은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80년대 8.9%에 불과했던 고용주는 매년 0.55%포인트씩 증가한 결과 2003년 21.1%까지 증가한 상태다. 이에 비해 가족이나 친척 등 무급가족종사자의 비중은 80년 이후 매년 0.57%포인트씩 감소해 2003년 21.9%로 낮아졌다. 임금을 받는 자영업자는 53~57%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자영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자영업주의 69.9%는 30~40대로 나타났다. 특히 40대가 35.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4.4%로 그 뒤를 따랐다. 20대도 10.1%에 달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의 나이가 많았다. 서베이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남성 자영업자의 평균 나이는 44.65세, 여성은 41.59세다. 학력별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고졸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고졸의 비율이 55.91%로 남성(41.12%)보다 월등히 높았다. 반면 남성은 대졸자가 20.56%인 데 비해 여성은 9.68%에 머물러 대조를 이룬다.수익 내는 자영업체 8.3% 불과자영업 창업의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한국창업개발연구원이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생활자금마련(45.5%)이나 추가소득(31.8%) 등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7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최소한 월급쟁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다.특위에 따르면 96년의 경우 평균 실질소득이 301만원으로 임금근로자보다 27% 많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임금근로자의 실질소득은 9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 순위가 뒤바꿨다. 지난해에는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은 267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8만원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4만원 오른 248만원에 그쳐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자영업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소득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98년 남성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124만원인 반면, 여성은 69만원으로 56%에 불과했다. 이후 99년 57%, 2000년 56.7%, 2001년 61%로 남녀 자영업자의 소득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자영업의 위축은 특위의 조사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특위에 따르면 66.7%의 자영업자가 최근 3년 동안 매출액이 감소했고 24.9%가 매출이 정체돼 있다. 이 가운데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업체가 37.9%에 이른다.매출 감소에 따라 이익을 내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8.3%만이 수익을 내고 있는 반면,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라는 응답자가 64%에 달했고 적자운영을 하는 곳은 26.4%에 이르렀다.자영업자들의 경영실태가 악화일로에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경쟁업체의 난립이 꼽혔다. 전체 65.7%의 자영업자가 과잉진입을 가장 큰 애로라고 답했고 소비위축(49.3%), 자금부족(21.9%), 대형점포 개장(21.6%)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미용(78.6%), 편의점(68.4%), 음식업(68%), 의류(61%) 등의 업종은 과잉진입으로 인한 생존경쟁이 극에 달한 실정이다.자영업의 생태환경이 악화되면서 폐업하는 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2001년 38만개이던 폐업체가 2002년 42만개, 2003년 44만개로 불어났다.반면 신규 창업은 2002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00년 47만개에서 2001년 52만개로 증가한 데 이어 2002년 59만개로 정점에 이른 뒤 2003년 50만개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창업 대비 폐업비율이 2002년 71%에서 2003년 88%로 무려 17%포인트나 증가했다.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다. 특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15.6%에 불과했다. 변동이 없다(50.3%), 감소할 것이다(34.1%)란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장사를 접겠다는 업주는 거의 없었다.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계속 운영하겠다는 응답자가 83.9%였고 폐업하겠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쟁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업체의 80%, 욕탕업의 85%, 숙박업의 50.2%, 미용업의 50%, 음식업의 44.9%가 취약업체로 분류된 것. 정부의 자영업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