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서울 서초동의 테라피요가센터본부. 조용하던 센터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하루 중 가장 바쁘다는 저녁시간 강의에 맞춰 회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 그 와중에도 신규회원 가입문의가 쇄도했다.오후 10시 서울 청담동의 ‘퓨어요가’ 스튜디오. 30여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대개 20대 여성이었지만 중년의 여성들도 끼여 있었다. 저마다 수건으로 연방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기 바빴다.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은 이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 타임의 요가강의를 마치고 나온 회원들이었다. 스튜디오의 한 관계자는 “하루 10타임 강의시간이 거의 만원에 가깝다”며 “지금도 회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전국에 요가 열풍이 거세다. 2~3년 전만 해도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요가원들이 동네 곳곳에 들어섰다. 그사이 새로 개장한 요가원만 수천개에 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최근에는 요가 열기를 업고 프랜차이즈 요가원마저 등장해 요가원의 수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요가 인구는 보수적으로 잡는다 해도 물경 200만명에 달한다.전문 요가원뿐만 아니다. 구청, 동사무소 등 각급 공공기관, 백화점의 문화센터, 대학의 사회교육원에서도 요가강의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스포츠센터, 댄스교습소 등에서도 요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잘하든 못하든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는 신규회원 확보에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요가동호회가 결성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요가동호회를 결성한 신세계백화점 본사의 김자영 대리는 “본사 직원의 10% 가량인 30여명이 동호회에 가입했다”며 “아무리 힘든 날이어도 요가를 하면 다음날 개운해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요가 열기는 연예인들의 공이 컸다. 특히 2003년에 발매된 탤런트 최윤영의 요가비디오 ‘요가 인 인디아’가 기폭제가 됐다. 삽시간에 수십만장의 비디오가 팔려나가면서 요가 열기가 지펴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후 여러 연예인들이 요가로 건강과 몸매를 관리해 효과를 봤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최근에는 가수 옥주현의 요가 다이어트 비디오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요가 열기를 증폭시켰다.크게 보면 시대적 흐름이 요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요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간성을 상실시키는 산업사회의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욕구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 한국요가협회의 이정훈 회장은 최근 요가 열풍에 대해 “시대적으로 요가를 요구하는 분위기에 연예인들이 기름을 부었다”며 “시대의 요구인 만큼 요가 열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로 요가 열기는 점차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몸매를 가꾸기 위한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가 최근에는 초등학생에서 중고교생, 40대 직장인, 60대 이상 노년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요가 인구가 확대되고 있는 것. 이정록 테라피요가센터본부 원장은 “각급 학교에서 요가를 특활활동의 하나로 지정하고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가 강의를 운영하면서 요가 인구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요가가 태교의 일환으로 활용되면서 젊은 부부가 함께 요가를 배우는 경우가 잦아져 젊은 남성 요가인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요가 인구가 증가하면서 요가 지도자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워낙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요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지난 30년간 배출한 지도자가 3,500여명에 이르지만 이 정도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도 없다”며 “최근 들어 요가 지도자 자격시험 응시자가 늘어나는 등 요가 지도자가 유망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요가원의 풍경도 과거에 비해 싹 달라졌다. 과거 요가원은 수련의 장소였다. 수행자들에게 환경은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지하의 습습한 공기도, 허술한 시설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익은 요가원을 유지할 정도면 충분했으므로 마케팅을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수천개의 요가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런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교통편의성, 쾌적한 실내환경은 기본이고 마케팅도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 본격적인 생존경쟁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을 닫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고 겉모습은 그대로라도 주인이 바뀌는 요가원도 늘고 있다는 것. 서울의 한 요가원장은 “근처에만 10개 가까운 요가원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 옥석이 가려지면 퇴출되는 요가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도 요가원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 요가원의 선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깐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의 요가원은 함량미달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도자 자격증이 민간자격증이기 때문에 자격이 다소 모자라도 지도자가 될 여지가 많다는 것.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속성과정’은 반드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한국요가협회의 이정훈 회장은 “요가 열풍과 함께 사이비 요가원이 난립하는 등 요가가 수련이라는 본연의 모습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도자 자격증을 국가자격증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해 요가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INTERVIEW / 최윤영 퓨어요가 사장요가 프랜차이즈사업 ‘자신만만’“퓨어요가의 강점은 강사진에 있습니다. 모두 경력이 풍부하죠. 특히 외국인 강사의 경우 경력이 10~30년에 이를 정도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자랑거리죠. 요가의 목적은 하나지만 방법은 수없이 많아요. 이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죠. 회원에게 맞는 요가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수죠.”국내 요가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한 탤런트 최윤영씨는 어느새 사업가 최윤영 사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대형 요가원인 ‘퓨어요가’를 낸 데 이어 최근에는 프랜차이즈사업에도 진출했다. 10개월 만에 가맹점이 37개나 모여들었을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2003년 ‘요가 인 비디오’를 낸 후 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요가가 이렇게 빨리 확산될지 짐작도 못했어요. 그저 제가 효과를 본 요가를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자는 의도로 비디오를 찍은 거였거든요. 미국의 경우 요가 대중화에 10년 이상이 걸렸는데 우리는 불과 1~2년 사이에 미국을 앞지른 것 같아요.”연기자의 숙명이 아무리 ‘변신’이라 해도 사업가로의 변신은 쉽지는 않을 터.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시간이 모자란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직접 챙기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어서 더욱 바쁘다. 지난 1년간 방송활동이 뜸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원래는 친구와 동업을 했어요. 친구가 경영을 하고 저는 지원을 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빠지는 바람에 얼떨결에 경영까지 떠안게 됐죠.”그렇다고 최사장을 ‘초짜 사업가’로 생각하면 오해다. 전공이 경영학일 뿐 아니라 22살 때부터 스파,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사업을 한 경험이 있는데다 선배들과 함께 M&A 전문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조만간 연기자로 복귀할 계획이지만 사정이 허락되면 비디오게임,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사업이나 광고사업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사업 욕심도 많다.“오는 7월에 요가와 여성용 호신술 비디오를 낼 계획입니다. 한창 연습 중이죠. 그 때문에 몸에 상처도 많이 났어요. 기회가 되면 미국의 호신술전문가들을 초빙해 호신술을 전파하고 싶습니다.”